참두릅, 땅두릅, 개두릅... 차이를 아십니까?

전갑남 2026. 4. 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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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나무 끝에서 돋아나 향이 은은한 참두릅, 땅속에서 솟아나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땅두릅, 그리고 엄나무의 거친 가시를 뚫고 나오는 개두릅이 그것입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은은한 단맛은 다른 두릅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입니다.

쌉싸름한 개두릅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알싸한 향이 온몸으로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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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을 기다린 쌉싸름한 봄의 맛... 험상궂은 엄나무 가시에서 어떻게 이런 향과 맛이 나오는지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갑남 기자]

20일은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으로, 대지가 가장 촉촉하고 풍요로워지는 때입니다. 이 무렵 농가에서는 볍씨를 담가 못자리를 만들고, 서해에서는 살 오른 '곡우사리' 조기가 올라옵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봄나물은 뻣뻣해지고 쓴맛이 강해지기에, 찻잎 역시 곡우 전에 딴 '우전차(雨前茶)'를 최고로 칩니다. 산천은 어느덧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으로 갈아입고, 우리네 식탁에도 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두릅'이 올라올 채비를 마칩니다.

험상궂은 가시 끝에서 건져 올린 '나물의 황제'

보통 봄에 만나는 두릅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나무 끝에서 돋아나 향이 은은한 참두릅, 땅속에서 솟아나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땅두릅, 그리고 엄나무의 거친 가시를 뚫고 나오는 개두릅이 그것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예부터 산을 알고 맛을 아는 이들은 이 중에서도 단연 개두릅을 으뜸으로 쳤습니다. 쌉싸름한 맛을 아는 사람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험상궂은 가시로 가득한 엄나무 가지 끝에서 기적처럼 돋아난 개두릅(엄나무 순) 새순. 아내를 감탄하게 만든 그 반전의 생명력입니다.
ⓒ 전갑남
아내도 이맘때가 되면 일 년을 기다려 맞이하는 개두릅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텃밭 가장자리 한편 엄나무 아래서 순을 따고 있으면, 아내는 곁에서 바구니를 받쳐 든 채 연신 감탄을 내뱉습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저렇게 험상궂은 가시에서 어떻게 이런 향과 맛이 나오지?"

아내의 말마따나 엄나무는 줄기에 촘촘히 박힌 가시 때문에 액운을 쫓는 영목(靈木)으로 대접받아왔습니다. 그 서슬 퍼런 가시 속에는 반전 같은 생명력이 숨어 있습니다.
 하나하나 손끝으로 따낸 봄의 생명력이 빨간 바구니에 가득 찼습니다. 일 년을 기다린 보약이 식탁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 전갑남
한방에서 '해동피'라 불리는 엄나무는 예부터 관절염을 다스리는 귀한 약재였습니다. 특히 개두릅에는 사포닌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간 해독을 돕는 효능이 탁월하니, 그야말로 '숲속의 보약'인 셈입니다. 손끝으로 조심스레 따내는 순간, '톡' 하고 떨어지는 감촉은 봄의 생명력을 건져 올리는 듯합니다.
곡우 비에 젖는 텃밭, 풍년의 약속을 맛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더욱 선명한 연둣빛을 띠는 개두릅. 보기만 해도 입안에 쌉싸름한 봄맛이 고이는 듯합니다.
ⓒ 전갑남
따온 순을 아내가 살짝 데쳐 내오면 식탁 위에는 비로소 봄의 정수가 차려집니다. 개두릅은 야성적이고 강렬합니다. 초고추장에 찍어 한입 넣으면, 처음엔 진한 쌉싸름함이 입안을 강하게 일깨우고 이내 코끝을 치고 올라오는 특유의 향이 일품입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은은한 단맛은 다른 두릅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입니다.

바구니에 쌓여가는 연둣빛을 보며 아내가 덧붙입니다.

"그나저나 곡우에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데, 오늘은 어쩌려나? 우리 텃밭 채소들도 힘을 좀 받을 텐데... 마악 싹이 튼 감자며 강낭콩, 완두콩도 반갑다고 하겠고. 아, 엊그제 씨 뿌린 옥수수는 또 어떻고!"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니 창밖에 시작된 가는 빗줄기가 더욱 기다려집니다. 곡우에 내리는 비는 단순히 물이 아니라 생명의 젖줄입니다. 아내가 다시 젓가락을 건네며 말합니다.

"당신, 많이 들어. 일 년을 기다린 보약인데."

쌉싸름한 개두릅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알싸한 향이 온몸으로 퍼집니다.
 잡곡밥 위에 개두릅 한 점을 올리고 고추장을 곁들였습니다. 알싸한 향이 온몸으로 퍼지는, 곡우 무렵 식탁 위의 정점입니다.
ⓒ 전갑남
가시를 세워 스스로를 지키던 엄나무가 마침내 내어준 이 여린 순처럼, 텃밭의 곡식들도 조만간 푸른 생명력을 뽐내겠지요. 곡우 무렵, 잠깐 머물다 가는 이 계절의 맛과 풍성한 자연의 약속을 우리는 그렇게 한 번 더 붙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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