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까지 게임하고 지각하는 아이, 처벌로 바뀔까?
[서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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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듣자니까,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학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엔 아이들의 교칙 위반 수위가 워낙 높아져 흡연과 음주 따위는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믿기 힘들겠지만, 자녀에게 담배를 사준다는 부모도 있어 처벌이 난감한 경우도 많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생교위는 아이가 교칙을 상습적으로 위반했을 때, 보호자를 불러다 책임과 역할을 공유하고 합당한 처분을 결정한다. 위반 내용과 횟수, 반성의 정도 등에 따라 교내봉사부터 퇴학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 생활기록부 기재 여부만 다를 뿐 학교폭력 사안의 처분과 동일하다.
이번엔 미인정 지각의 횟수가 많은 게 문제가 됐다. 예전엔 무단 지각으로 불렸던 것으로, 이 또한 최근 이름이 바뀌었다. 아파서 병원이나 약국에 다녀오거나, 특별한 공적 사유가 있는 경우엔 인정 지각 처리가 된다. 미인정 지각이 잦은 경우, 대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8시 30분까지 등교 못 하겠다는 아이
"도저히 아침에 못 일어나겠어요."
명색이 고등학생인데, 이걸 변명이라고 늘어놓았다. 스마트폰 알람도 소용없고, 흔들어 깨워주지 않으면 일어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아침에 못 일어나는 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서다. 일러야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든다는데, 제시간에 등교하는 게 외려 이상하다.
그 시간까지 게임하고, 친구들과 SNS로 수다를 떤다고 선선히 말했다. 그는 일찌감치 중학교 때부터 공부에 담을 쌓아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대입에 애면글면하지 않는다.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놀기 위해서 학교에 오고, 정규수업이 끝난 하교 후는 말 그대로 '자유시간'이다.
지금껏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그의 모습이 적이 당혹스럽다. 그의 즐거운 학교생활을 방해하는 요인은 단 하나, 오전 8시 30분까지 등교해야 한다는 교칙뿐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지각으로 교과별 수업 시수가 모자라면 졸업이 불가하다는 걸 아무리 강조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교육과정도, 학사일정도, 내신도, 수능까지도 그의 관심 밖이다. 체육 수업 때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하고, 점심시간에 맛있는 학교 급식 먹는 게 유일한 낙이다. 인문계고 학생답지 않은 모습에 화가 나서 "놀러 학교 다니냐?"고 핀잔을 주면, 대뜸 "그럼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기실 그는 특성화고에 원서를 냈다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인문계고에 진학한 경우다. 그와 유사한 사례가 한 학급에 적어도 두세 명은 있다. 인문계고에 왔으니, 대입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그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수험 공부란 그들의 사전엔 없는 단어다.
예전엔 인문계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특성화고에 진학했는데,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학기 말이면 특성화고로 보내달라며 이른바 '환경 전환 신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수용이 쉽지 않다. 반대로, 특성화고에서 인문계고로 오는 경우엔 당장 교과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다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다.
그의 친구 중엔 특성화고에 다니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어떻든 그들은 합격했고, 그는 불합격했으니,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낙오자라는 열패감을 경험한 셈이다. 중학교 때 친구들인 그들을 부러워하면 할수록 그가 원치 않던 인문계고의 생활은 더욱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
밤늦은 시간까지 모여서 놀고, 그도 모자라 새벽녘까지 SNS에서 시답잖은 수다를 떠는 대상이 바로 그들이다. 입시 공부하느라 분초를 쪼개 쓰는 같은 반의 아이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다. 그들이 방과 후에 학원과 독서실을 갈 때, 그는 친구들과 함께 PC방과 당구장엘 간다.
부인하지 않는 걸 보면, 그는 골초까진 아니어도 이따금 학교 안팎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담배와 술은 청소년 유해 물품으로 규정되어 엄격히 금하고 있지만, 늘 그렇듯 법령과 현실은 '따로국밥'이다. 외려 그는 담배를 친구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활력소'쯤으로 여긴다.
학교가 해줄 수 없는 것
부모가 자녀의 '방탕한' 일상을 모를 리 없다. 그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과 지각을 밥 먹듯 하는 것, 책가방도 없이 등교하는 것,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 그리고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걸 손금 보듯 훤히 꿰고 있다. 다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솔직히 그의 비뚤어진 생활 습관을 바루는 건 온전히 부모가 담당해야 할 가정교육의 몫이다. 거기에 학교의 교칙을 적용해 엄벌한다고 해서 개과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 언제부턴가 생교위를 여는 목적도 교정이 아닌 처벌에 맞춰져 있고, 그만큼 교육의 본령과도 멀어졌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는 절차에 따라 보고하는 데 급급하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보호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일도 더는 드물지 않다. 학교가 둘 사이의 관계 회복에 노력하기보다 사법적 해결을 손 놓고 지켜보는 모양새다. 생교위라고 다를 것도 없다.
속된 말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잃을 게 없는' 이들이라고들 한다. 생교위가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주판알을 퉁기는 아이에겐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배 째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엔 그저 번거로운 행정 절차일 뿐이다. 지금 학교엔 '잃을 게 없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생교위가 한 차례로 끝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같은 사유로 재차 열리는 경우도 흔하고, 다른 교칙 위반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운동도 잘하듯, 정반대로 미인정 지각이 잦은 아이가 담배도 피우고 절도와 인터넷 도박에 연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아이들에게 학교 교육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교사로서 민망한 고백이지만, 생교위를 열어서 바루어질 아이라면, 굳이 생교위라는 절차 없이도 바루어진다. 반대로 애초 바루어질 가망이 없는 아이라면 생교위를 백 번 천 번 연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건 없다.
생교위 관련 서류를 챙기며, 다시금 피폐해져만 가는 우리 교육을 생각한다. 교사 뒷담화가 온 국민의 '레저 스포츠'인 세상에 무능한 학교 교육을 향해 손가락질하긴 쉽다. 다만, 어설픈 정책의 부작용을 떠안고 돌봄 기능이 무너진 가정의 역할까지 감내하라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새가 양 날개로 날 듯, 아이들은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의 두 바퀴가 함께 굴러야 올곧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쪽의 바큇살이 부러진 상태에서는 나머지 바퀴도 온전할 수 없다. 단언컨대, 가정과 사회의 돌봄 기능의 회복 없이는 그 어떤 교육개혁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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