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에 의한 죽음" 진주 CU물류센터 앞 노동자들 울분

박성우 2026. 4. 21. 10:0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 원청 교섭 투쟁 중이던 조합원, 사측 투입 대체차량 사고로 참변... 화물연대, 밤새 경찰과 대치

[박성우 기자]

[기사수정 : 21일 오후 1시 45분]
 CU물류센터로 향하는 길목마다 경찰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현장으로 향하는 사거리에서는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물류센터로 갈수록 경찰 버스와 함께 '화물연대 00지부'라는 이름이 적힌 차량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저 멀리 "서OO을 살려내라"라는 확성기 소리가 기자를 맞이했다.
ⓒ 박성우
"사고 난 곳 가시는 분들은 여기서 내리셔야 돼요."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CU물류센터로 향하는 시내버스 기사의 말에 내릴 채비를 했다. 기사는 "어쩌다 그런 사고가 나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원래 같았으면 사고현장으로부터 도보 3분 거리 앞 정류장까지 갈 버스는 도보 15분 거리의 정류장에서 멈췄다.

CU물류센터로 향하는 길목마다 경찰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현장으로 향하는 사거리에서는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물류센터로 갈수록 경찰 버스와 함께 '화물연대 OO지부'라는 이름이 적힌 차량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저 멀리 "서OO을 살려내라"라는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명백한 공권력의 살인"
 방송차량 위에 올라간 김지환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장은 "명백한 공권력의 살인이다. 노동자를 지켜야 할 민주경찰이 서아무 동지를 차에 깔리게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성우
서아무개 조합원이 사망한 참변이 발생한 지 약 10시간 만인 20일 오후 8시 30분, 경남 진주시 정촌면 진주 CU물류센터 정문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정의당과 진보당 등 진보정당 정치인들, 그리고 연대 시민 수백 명 모였다. 정문을 막고 선 경찰 병력과 대치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 옆으로 무너진 펜스들이 보였고, "저것들이 살인자 아인교"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면서 동지를 잃은 조합원들의 분노를 실감케 했다.

방송차량 위에 올라간 김지환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장은 "명백한 공권력의 살인이다. 노동자를 지켜야 할 민주경찰이 서아무 동지를 차에 깔리게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본부장은 "화물연대에서 여태 최복남·김동윤·박종태 열사 세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의 열사가 더 나왔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울부짖으며 대체차량으로 인한 사고를 규탄했다. 이어 "서OO을 살려내라. 너희들이 서OO을 죽였다. 너희도 공범이다"라고 외쳤다. 이에 수백 명 화물연대 조합원이 선창에 화답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 투쟁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건 2009년 박종태 열사 이후 17년 만이다.

"가족과 함께 밥 좀 먹자는 게 목숨 걸 일인가"
 배 본부장의 뒤로 고인을 친 2.5톤 탑차의 모습이 보였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해당 차량의 앞뒤로 경찰의 견인 시도를 막기 위해 화물연대 차량이 서 있었다. 차량 주변에는 사고 현장을 표시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 박성우
이날 오전부터 현장에 함께 했다는 배용수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장은 기자에게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서 고인이 숨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배 본부장은 "아침에는 조합원이 30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경찰이 (사측이)대체차량 이동을 위해 길을 뚫는 과정에서 참변이 일어난 것"이라며 "사고가 났다고 하길래 현장에 가려고 하니 경찰이 벽을 치며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도 구급차로 이송된 후 '괜찮겠거니'했는데 오전 11시 45분 경에 사망선고 소식을 들었다"며 "경찰이 BGF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국민이고 세금 내는 시민인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죽음으로 내몰 수 있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우리가 바란 교섭 내용은 간단하다. 가정에서 자녀들과 단란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많게는 하루 15시간 일하는 우리가 타사 편의점 화물 노동자들은 하지도 않는 분류·진열 작업 정도는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물류비를 현실에 맞게 인상해달라고 원청에 요구한 것이 전부"라며 "지난 18일 진천에서 진행한 결의대회에서 한 조합원분이 '지금처럼 일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화물연대에 가입했다'라고 토로하더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목숨까지 걸 일인가"라고 했다.

그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회사는 도의적 차원의 사과조차 전혀 없다"라면서 물류센터 정문을 가리킨 뒤 "저기 저 젊은 경찰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다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 아닌가. 진주경찰서와 경남경찰청 수뇌부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배 본부장의 뒤로 고인을 친 2.5톤 탑차의 모습이 보였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해당 차량의 앞뒤로 경찰의 견인 시도를 막기 위해 화물연대 차량이 서 있었다. 차량 주변에는 사고 현장을 표시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인과 30년 지기 강은미 "며칠 전 들은 인사말이 귓가에 생생해"
 이날 현장에는 고인의 30년 지기라는 강은미 정의당 전남광주특별시장 예비후보도 자리했다. 강 예비후보는 "행안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은 현장에 와서 유가족에게, 화물연대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박성우
이날 현장에는 고인의 30년 지기라는 강은미 정의당 전남광주특별시장 예비후보도 자리했다. 최근 화물연대 광양지부 체육대회에서 서아무개 동지를 마주했다는 강 예비후보는 고인 "저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30년도 훨씬 전에 제가 도와줬던 어떤 일을 기억하고, 그 신세진 것 이번에 좀 갚아주겠다고 하면서, 천막을 돌아다니면서 저를 소개했다"며 "정말 따뜻한 사람이고,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멋지게 힘차게 투쟁했던 동지"라고 했다.

그는 "오늘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며칠 전에 활짝 웃으면서 '강은미 동지 반갑다'고 하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 맞나? 어떻게 선진국에서 명절 때 밥 한끼만 가족들한테 먹게 해달라는 그런 요구를 이렇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나? 여름휴가 이틀에서 하루만 더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은 현장에 와서 유가족에게, 화물연대 가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한 강 예비후보는 "많은 시민들의 안전과 산업을 책임지는 이 화물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 서아무 동지의 억울한 죽음, 반드시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도록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비지에프로지스는 CU 운영사인 비지에프리테일의 자회사로,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화물운송노동자들은 비지에프로지스 진주센터의 협력 운송사 12곳과 계약을 맺고 일해왔으나, 지난 1월부터 원청인 비지에프로지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비지에프로지스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밤새 이어진 투쟁 동안 고인의 영정을 든 한 사람이 기자 눈에 띄었다. 누구보다 슬픈 표정으로 침묵한 채 영정을 높이 들어 올린 그에게 다가가 조의를 표하며 넌지시 질문을 건넸으나 그는 "미안하지만 나중에 하겠다"고 답했다. 기자는 그에게 더 질문할 수 없었다.
ⓒ 박성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