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못 말렸네, ‘짱구’ [쿡리뷰]

심언경 2026. 4. 21. 06: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짱구’ 짱구(정우), 장재(신승호) 스틸.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짱구가 돌아왔다. 자그마치 17년 만이다. 작중 나이도 꽤 먹었다. 고등학생 짱구는 어느덧 20대 후반 배우지망생이 됐다. 영화 ‘바람’과 마찬가지로 속편 격인 ‘짱구’ 역시 주연 정우의 자서전 같은 작품이다. 이번에는 정우가 공동연출을 겸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다만 그때 그 감성은 똑같다. 달라진 게 없다. 

긍정적 요소가 아니다. 2009년에나 먹혔던 코드가 2026년에도 통용될 거라 순진하게 믿었던 걸까, 아니면 그동안 시대적 흐름에 무감했던 걸까. 무엇보다 아무도 안 말린 걸까, 아니면 못 말린 걸까. 극중 민희(정수정)를 향한 짱구(정우)의 시선만큼이나 끈적하게 물음표가 따라붙는 ‘짱구’의 부활, 일단 반기고 봐야 할까. ‘바람’발 유행어를 빌려 답하자면 아무래도 ‘그라믄 안 돼’ 되시겠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초반부터 잊고 살았던 장면이 펼쳐진다. 2010년 부산, 짱구는 친구 장재(신승호)의 연락을 받고 한 나이트로 향한다. 장재가 잡은 룸에는 둘씩 짝지어 온 여자들이 웨이터를 따라 들락날락한다. 장재는 연신 옆에 앉은 여성의 얼굴을 평가하며 돌려보낸다. 백번 양보해서 그 시절은 그랬다며 넘어갈 수 있다 쳐도 이 시퀀스가 짧지 않다. 이 지점에서 웃음을 노린 것이 명백해 보인다. 2026년에 이런 방식의 개그를 대놓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더 큰 문제는 개그는 반복이라고 하나 장면이 늘어진다는 인상만 남고 그리 재밌지 않다는 것이다.

전개될수록 확신이 선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작중 시선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여자주인공 민희도 피해 가지 못한다. 정우가 ‘남자들의 워너비’라고 설명한 민희는 돈 많고 놀 줄 아는 미모의 여성으로 그려진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해놓고 짱구와 연락을 이어가며 급기야 그를 호텔로 부른다. 재력도 상당해 보인다. 곧바로 방 하나를 더 잡아 짱구와 관계를 맺을 정도다. 그러고선 잤다고 사귀는 건 아니라고 선까지 긋는다. 쾌재를 부르던 짱구는 전전긍긍한다. 구시대적 사고 아래 남녀가 바뀌었다고 느낄 법한 이 장면에서 진짜 웃어야 하는 건지,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영화 ‘짱구’ 준상(현봉식), 민희(정수정) 스틸.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쁜 여자’ 민희의 실체는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토킹바 형태의 술집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이 든 단골손님을 ‘오빠’라고 부르며 연인 짱구보다 각별히 챙긴다. 영어와 일본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며 조금이나마 붙들고 있던 부잣집 유학파 이미지는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그러던 중 민희의 가게 사정이 어려워지자 짱구는 어머니에게 거짓말로 받아낸 400만원을 민희에게 송금한다. 뒤이어 장재는 민희와 수영(권소현)이 호스트바를 출입하다 돈을 날렸다는 소문을 듣고 짱구에게 전한다. ‘꽃뱀’과 ‘호구’로 각각 대응되는 관계다. 이렇게 이름표를 붙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캐릭터가 납작하다는 방증이며 유쾌한 프레이밍도 아니다. 정작 선수로 일하고 있는 깡냉이(조범규)는 그저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우는 순수 청년으로 비춘다.

짱구가 민희와 이별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것마저 전형적이다. 아마 정우는 이 구태의연함을 공감 포인트로 판단한 듯하다. 물론 정우의 바람대로 인물에게 이입하는 이들도 있을 터다. 배우지망생이나 짱구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남성이라면 더 그럴 가능성이 높겠다. 하지만 ‘짱구’는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다. 정말 이들만을 타깃으로 설정한 건지 혹은 고민 없이 제작에 착수한 건지, 어떤 쪽이라고 해도 쉬이 납득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짱구’에 미덕이 있다면 부산 정취를 잘 담아냈다는 것이다. 수백(수육백반) 부감 쇼트가 일품이다. 촬영 장소인 24시간 국밥집은 부산에서 20대를 보낸 이라면 모를 수 없는 곳이다. 정우가 직접 대사 녹음까지 하며 끌어올린 신승호, 조범규, 권소현의 부산 사투리 실력도 ‘진빼이’(진짜)다. 하지만 취향 아닌 ‘진빼이’나 명품 ‘짝퉁’이나 고르고 싶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