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목격자도 지원한다? 여당 추진 ‘생명안전기본법’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시민단체가 요구해온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의 직권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꾸준히 언급됐지만 실제론 추진이 안 되던 이 법안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처리 의지를 밝히면서 법안 내용의 문제점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였던 지난 16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아직도 세월호의 진실은 바닷속에 있다”며 “뒤늦게나마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약속한다. 미안하다”고 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하루 전 국회 앞 천막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등 재난·참사 피해자 단체를 만나 “행정안전위원회 2소위원장이 국민의힘이라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달 중 행안위 전체회의로 법안을 직권 상정하겠다”고 했다.
제정안은 안전 사고에 대한 피해자 지원과 국가·기업의 안전 관리 책무, 독립적 재난 조사 기구 설치 및 추모 사업 지원 등의 의무화를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처음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도 없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되며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그러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10대 대선 공약에 포함되며 법안 추진은 다시 탄력을 받았고, 지난해 3월 박주민 의원 등 범여권 소속 77명이 공동 발의한 뒤 현재 행안위 2소위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안전 사회 건설을 명분으로 속도전을 공언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처리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공청회 한 차례 외에 소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고, 피해자 지원 예산 추계도 빠져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참사의 아픔을 위로하고 안전 사회를 만드는 데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권한·구조·책임 범위가 너무 크다는 의견과 함께 비효율·정치화·소송 증가라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민주당은 초당적 협의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에 우려를 표하는 건 야당만이 아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7월 행안위 전문위원 명의로 60쪽에 걸쳐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검토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 역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한 부분이 포함됐다.

국회사무처는 보고서에서 ▶‘안전권’ 규정 모호 ▶피해자 인정 범위 불명확 ▶기존 법률과 충돌 ▶독립 조사기구 전문성 부재 ▶추모 사업 재정 지원 우려 등을 지적했다. 기본법이 모든 사람의 권리로 규정한 안전권에 대해 “범위가 모호할 시 안전권 침해에 소송 남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상위법인 헌법에 안전권이 기본권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 범위를 ‘가족 및 그에 준하는 관계’로 규정하고 목격자까지 지원 대상에 넣은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무처는 “가족과 그에 준하는 관계의 허용 범위가 불명확하며, 목격자는 현장에만 있으면 모두 피해자라 주장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경우 피해자 범위를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가족으로 한정하고 있다.

국회사무처와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옥상옥’ 형식의 조직 신설이다. 법안은 대통령 직속 생명안전정책위원회 신설과 독립적 사고 조사 기구 설치를 규정했는데, 위원회 설립에만 5년간 약 13억67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사무처는 “기존 중앙안전관리위원회와 역할이 상당 부분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독립 조사 기구와 관련해선 “재난 유형이 다양해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항공철도·해양·노동 사고는 전문성이 확보된 각 부처 산하 조사위에서 다루는 것이 낫다는 취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안전사고 시 추모 시설 건립 및 관련 사업을 위탁받은 재단 운영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다. 법안엔 안전 사고 발생 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추모 시설 건립 등을 허용했는데, 이 기준 역시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는 게 사무처의 지적이다. 추모 사업과 관련해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부분은 재정 부담 우려 등으로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법안 내용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며 여권 내부에서도 원안 통과는 쉽지 않다는 기류가 읽힌다. 여권 관계자는 “세월호 유족의 요구가 크지만, 현재 법안 내용 자체는 균형성이 깨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견승엽 청주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는 “법안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법률 간 충돌을 섬세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부처 간 책임 공방으로 흘러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태인·양수민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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