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싸다” 카트에 수북… 소셜미디어선 ‘환각 효과 공유 좀’

신주은 2026. 4. 2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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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메디킹덤 약국.

지난해 경기도 성남에서 처음 등장해 화제를 모은 대형 약국은 최근 서울 금천·용산·동대문구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용산역 인근 약국의 약사 A씨는 "수면유도제의 경우 두 통 이상 구매할 경우 이유를 묻는다"며 "대형 약국은 매출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소비자도 마트처럼 인식하게 되고, 안전성 측면에서 세밀한 관리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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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약물 오남용 창구 우려
수면유도제 등 제재 없이 대량 구매
마약류 원료 물질 있어 관리 필요성
소비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의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에서 진열된 약을 둘러보고 있다. 증상을 말하면 약사가 약을 꺼내주는 일반 약국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약을 골라 구매하는 방식이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메디킹덤 약국. 약 2645㎡(800평)에 달하는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진통제와 감기약, 영양제 등을 골라 담고 있었다. 이곳은 일반 약국과 달리 소비자가 진열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제품을 비교하고 필요할 경우 약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창고형 약국’이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에서 처음 등장해 화제를 모은 대형 약국은 최근 서울 금천·용산·동대문구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동네 약국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품목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발길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살펴보니 가격 경쟁력이 뚜렷했다. 소염진통제 ‘탁센 레이디(10캡슐)’은 1500원, 통상 5000원대인 다회용 인공눈물은 3000원대에 판매됐다. 수면유도제 ‘제로민(10캡슐)’도 2000원으로 저렴했다. 매장 곳곳에선 휴대전화 화면과 가격표를 번갈아 보며 “여기가 훨씬 싸다”는 대화가 이어졌다.

이같은 구조는 의약품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평소 창고형 약국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모(25)씨는 “생리통약을 다섯 개 샀다”며 “처방약이 아니면 동네 약국은 잘 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방문객들이 파스나 감기약, 진통제처럼 상비약 성격이 강한 제품을 여러 개씩 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다만, 문제는 이같은 소비 환경이 약물 오남용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감기약이나 수면유도제를 과다 복용해 환각 효과를 경험하는 ‘OD(Overdose)’ 관련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기침약 성분인 ‘덱스트로메토르판’이나 수면유도제 성분 ‘디펜히드라민’ 등을 대량 복용하는 방식인데, 청소년들 사이에 구체적인 복용법과 후기가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창고형 약국이 대량 구매가 가능한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침약 10통을 어디서 구했냐”는 질문에 “창고형 약국”이라는 답변이 달리고, 기침약 여러 통을 쌓아 올린 사진과 함께 “창고형 약국 사랑해”라는 글이 올라오는 식이다. “OD하는 걸 알면서도 그냥 주는 약사가 있냐”는 질문엔 “○○약국이 창고형이라 쉽게 살 수 있다”는 조언이 오가기도 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수면유도제 8통(80정)을 한 번에 구매했지만 별도의 구매 목적 확인이나 구체적인 복약 지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역 인근 약국의 약사 A씨는 “수면유도제의 경우 두 통 이상 구매할 경우 이유를 묻는다”며 “대형 약국은 매출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소비자도 마트처럼 인식하게 되고, 안전성 측면에서 세밀한 관리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사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말 일부 창고형 매장에서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이 대량으로 진열돼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성분은 감기·비염 증상 완화에 쓰이지만 마약류 불법 제조에 악용될 수 있어 1인당 판매량이 제한되는 품목이다.

동네 약국의 생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창고형 약국 인근 535개 약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6%가 해당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방문객 감소로 이어졌다는 응답도 65.5%에 달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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