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스마트폰 중독 치료하기 딱 좋은 마스터스

유일 대회로 품격과 명성 유지
경기에 집중하고 풍경과 선수
표정, 감정까지 느끼라는 의미
휴대폰 영향 책 안 읽어 걱정
대통령도 SNS 절제 필요하다
최근 열린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로리 매킬로이의 2년 연속 우승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마크 캘커베키아란 선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쫓겨났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연습 라운드 때 코스도 아닌 클럽하우스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보안요원에게 적발돼 본 경기에서 티샷 한 번 못해 보고 집으로 갔다. 마스터스 대회는 선수든 관중이든 행사 기간 내내 휴대폰 사용을 못하게 하는 세계 유일의 대회로 유명하다. 캘커베키아는 디 오픈 챔피언(1989년) 자격으로 초청받은 선수였지만 예외가 아니었다. 마스터스가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사진 촬영 등으로 인한 경기 방해 예방이 1차 목적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경기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골프 경기를 보러 왔으면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경기에 몰입하고 현장에서 경기를 직관하면서 풍경과 바람까지 느끼라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전송해 자랑할 생각 하지 말고 마음에 담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선수들의 샷뿐만 아니라 표정과 태도,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은 카메라와 달리 경기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 마스터스 주최 측이 연습 라운드 기간에 카메라는 허용하지만 휴대폰은 불허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캘커베키아도 휴대폰이 아닌 카메라를 사용했다면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관중은 경기 중 외부로부터 일체 연락을 받을 수 없고, 연락을 하려면 공중전화로 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마스터스 대회를 구경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 디톡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사실 스마트폰 중독은 심각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중독성 강한 SNS 체계를 운영해 미성년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다며 메타, 구글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한 20세 여성은 6세 때부터 유튜브를, 9세 때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했는데 사용을 멈추려고 해도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좋아요’와 ‘알림’ 기능 등이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이 여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600만 달러(약 9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를 보면 디지털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이 21만3000여명이나 된다. 위험군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사로잡혀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보면 죄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혹시나 책을 읽는 사람이 있나 찾아봐도 한두 명 있을까 말까다.
문제는 스마트폰 의존이 단순한 습관을 넘어 정서와 판단을 잠식하는 수준으로 악화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기반 대화와 콘텐츠에 과도하게 몰입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우울감과 정서적 불안이 극심해지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1년 동안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10명 중 6명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휴대폰이나 SNS를 하느라 책을 안 읽는 국민이 된 것이다. 이러니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고 사색하는 능력이 부족하니 유튜브 같은 것을 보고 그대로 믿는다. 특히 학생이나 청년이 책을 읽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만일 전철 안에서 문학책 같은 것을 읽는 학생이라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세상에 이런 학생이’라는 제목을 붙여 신문에 내고 싶은 심정이다. 스마트폰과 SNS 대신 책을 읽고, 사색하고, 상념에 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때로 심심할 필요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각이 깊어지고 창의성도 길러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심야 SNS 습관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오목 좀 둔다고 명인전 훈수하는 분들’이라는 제목의 SNS를 새벽 0시20분에 올렸다. 새벽 3시에 부동산 관련 글을 올린 적도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게시한 총 240여 건의 메시지 가운데 심야에 20여 건을 올렸다는 보도도 있다. 대통령이 잠을 잘 자야 건강도 유지되고 국정 운영도 맑은 정신으로 할 수 있다. 심야의 SNS는 참모들과의 충분한 논의나 조율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참모들은 노 대통령이 담배를 가져오라고 하면 건강을 생각해 절대로 갑째 주지 않고 한두 개비씩 줬다. 이 대통령 참모들 또한 대통령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심야에 SNS를 절제하도록 해야 한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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