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개혁 없인 성장 어렵다” 떠나는 한은 총재의 고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그의 임기 중 한국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비상계엄 사태, 그리고 최근의 중동전쟁까지 굵직한 국내외 사건의 파장에 휘말렸다. 이 총재도 “지난 4년은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한국 경제는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떠나는 이 총재가 당면한 이런 어려움보다 더 우려한 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개혁이었다. 그는 임기 중 20여 차례의 보고서를 내고 저출생·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교육·노동·부동산 분야 등의 구조개혁 필요성을 촉구해 왔다. 어제 이임사에서도 “경제 구조가 변하면서 통화·재정 정책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정부의 재정정책 등 반짝 효과에 그치는 단기 처방에만 기댈 게 아니라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해관계와 갈등 조정에 나서 경제 체질을 개선시키는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성장 정체가 만성질환처럼 한국 경제를 괴롭혀온 지는 오래 됐다. 어느새 잠재성장률은 2% 아래로 떨어졌고, 연간 성장률은 3년 연속 미국보다 뒤졌다. 한국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2년째 3만 달러대에 갇혀 있는 데 비해 대만은 올해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저성장 국가가 된 것은 무엇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30년간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실행되지 않으면서 생산성이 혁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한은의 구조개혁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구체적 제안을 놓고는 이견이 나오기도 했고, 한은이 통화정책과 물가안정이란 본연의 역할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개혁 없이는 저성장의 함정을 탈출하기 어렵다는 현실 진단에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오죽하면 한은이 구조개혁을 주창하고 나섰겠느냐는 이 총재의 고언을 정부와 정치권은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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