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트럼프의 어설픈 이란 공격, 금융위기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강남규 2026. 4. 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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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호르무즈해협은 고전적인 ‘조임목(choke point)’이다. 주변국이 차단하면 한순간에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전 이후 한 세대(30년) 동안 통화패권과 글로벌 머니센터(월가), 국제송금망(SWIFT) 등 경제적 조임목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이런 호르무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의 조임목으로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란 휴전협상 과정에서 두 나라의 샅바싸움이 호르무즈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근처 걸프만을 운항하는 화물선들. 로이터=연합뉴스


에드워드 피시먼 전 미 국무부 재재담당 보좌관은 며칠 전 기자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란이 자국 선박마저 위협하는 기뢰가 아니라 타깃을 정교하게 공격할 수 있는 드론을 앞세워 호르무즈를 막을 것이라고 트럼프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며 “그의 계산 착오 때문에 이란이 호르무즈란 조임목을 눌러 미국뿐 아니라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트럼프가 자신이 시작한 전쟁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비상구를 찾고 있는 모양새”라고 피시먼은 진단했다.

심각한 표정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6일 이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서방의 목줄을 죄는 바람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이곳저곳에서 불안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항공유 가격이 한 해 전과 견줘 110% 이상 오른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런데, 호르무즈 봉쇄 불똥이 에너지 영역 밖으로 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신흥시장 위기 전문가인 데스몬드 라크먼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현 전미기업연구소 펠로)는 최근 칼럼을 통해서 그리고 기자와 화상 통화에서 “호르무즈 봉쇄가 풀리더라도 고유가 등 파장은 상당 기간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그 바람에 글로벌 금융 리스크를 표면화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경고했다. 라크먼이 말한 금융 리스크는 미국뿐 아니라 서방 주요 나라의 재정 불안과 인공지능(AI) 과잉, 사모대출(private credit)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등이다. 이런 리스크는 “1차 오일쇼크가 엄습한 1973년에는 없었다. 그런데도 당시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고 라크먼은 설명했다.

현재 세계 경제가 1차 오일쇼크 때보다 원유에 덜 의존하고 있기는 하다.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커져서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란 공격이 글로벌 신용 사이클(credit cycle)상 아주 불길한 순간에 시작됐다”며 “그 바람에 글로벌 머니의 중심인 미국에서 시장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글로벌 머니의 약한 고리가 터지는 위기가 표면화할 수 있다”고 라크먼은 경고했다.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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