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값 65% 올라 만들수록 손해”…비상 걸린 비닐 공장

지난 10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원예농협 필름공장. 호남 최대 규모의 농업용 비닐생산 공장에서 기계 3대가 굉음을 울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 앞에 서 있던 작업자들은 생산된 비료 포대용 비닐을 공장 밖으로 옮기느라 구슬땀을 쏟아냈다.
박신균 광주원예농협 필름공장 부장장은 “중동 사태 후 비닐값 급등을 우려한 농민들이 주문을 쏟아내는 바람에 연일 야근을 해가며 비닐을 만들고 있다”며 “최근 비닐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비닐을 만드는 재료비는 그보다 2~3배 이상 치솟고 있어 만들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 후 나프타(naphtha·납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농업용 비닐을 생산하는 공장과 농가 등에 비상이 걸렸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는 비닐 재료인 폴리에틸렌(PE)과 플라스틱 소재인 에틸렌 등 각종 화학제품의 핵심 원료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비닐을 만드는 폴리에틸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여수산업단지를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동 사태 후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감산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국농업용PO필름연구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당 1390원이던 폴리에틸렌 가격은 4월에 2290원으로 65% 올랐다.
비닐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이 뛰면서 비닐값도 들썩이고 있다. 농업용지를 덮는 멀칭비닐 가격은 지난 2월 1㎏당 2786원에서 4월에는 3402원으로 22.1% 올랐다. 같은 기간 하우스비닐 가격도 1 ㎏당 4891원에서 5507원으로 12.5% 상승했다. 이 때문에 비닐을 생산하는 업계 측은 “중동 사태 후 비닐은 생산할수록 손해”라는 입장이다. 공장에 들어오는 비닐 원료 가격은 60% 이상 치솟았는데, 비닐 판매가는 이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에틸렌 가격이 뛰면서 재고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날 찾아간 비닐공장도 폴리에틸렌 창고 곳곳에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업체 측에 따르면 통상 600t 수준이던 폴리에틸렌 재고가 최근엔 400t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박신균 부장장은 “얼마 전 여수산단에 폴리에틸렌 36t을 주문했는데 실제 들어온 건 절반인 18t 수준이었다”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료가 부족해 공장 가동도 하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닐값이 급등하면서 농사를 짓는 농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추·고구마 등 밭작물의 모종을 심는 4~6월 정식(定植) 시기로 접어들면서 농가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농민 전모(44·담양군)씨는 “지난 겨울에 훼손된 딸기하우스1개동의 비닐을 전부 교체하려고 알아봤더니 설치비를 30%가량 높게 불러 깜짝 놀랐다”며 “2중으로 된 비닐하우스의 겉비닐도 매년 교체해왔는데,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농업용 비닐값이 뛰자 154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긴급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적인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문섭 전남 해남군 홍고추연구회장은 “올해 초 미리 확보해둔 비닐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비닐값이 오르는 상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만약 중동 전쟁이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이어진다면 비닐을 확보하기 위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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