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22년 숙원 풀었다…인도에 600만t 제철소 건설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19~24일)에 재계 총수들이 대거 동행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킨다.
20일(현지시간) 이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재계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미·중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크고 중국의 대안으로 생산 거점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순방 기간 현지 기업과의 협력이나 투자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포럼에서 한국경제인협회 류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인도에 진출한 670여 개의 한국 기업은 이미 인도의 핵심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며 “이제 협력의 지평을 미래 산업 전반으로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현지에 대규모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지 사업 협력 확대에 공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과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회동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고, 생산부터 기술 지원을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체계’를 구축하는 등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과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철강 업계에선 인도가 핵심 시장으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이날 인도 최대 철강사 JSW스틸과 연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쇳물부터 철강재 생산까지 전 공정을 갖춘 제철소)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지분 50%씩을 갖는 구조로, 2031년 준공 목표다. 인도 진출은 포스코가 2004년부터 시도한 숙원사업이다. 인도는 도시화와 제조업 확대 등에 힘입어 철강 소비 증가율이 수년간 10%를 상회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포스코 철강 기술력과 JSW그룹의 현지 경쟁력을 결합해 양국 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인도는 승용차 보급률이 낮아 성장성이 큰 동시에 다른 글로벌 사우스 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한 생산 거점이란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첸나이, 아난타푸르 공장에 이어 GM에서 인수한 푸네 공장을 지난해부터 가동하기 시작해 연 150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기아는 인도에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25만903대를 판매하며 시장 성장세를 재확인했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높은 수입 관세로 현지 생산을 강제하는데, 국경 문제로 갈등 관계인 중국은 현지 진출이 쉽지 않아 기존에 진출한 업체 중심의 경쟁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업계도 글로벌 사우스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달에도 베트남 사업장 2곳을 방문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인도 타밀나두주에 신규 조선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고, 지난해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생산 거점 확충으로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탱커, 벌크선 등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글로벌 사우스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업계에선 중동 전쟁으로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더 탄력받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원전 업계에선 베트남 닌투언 지역의 원전 프로젝트가 관심사다. 베트남 정부는 전력 부족 해소를 위해 약 30조원을 투입해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1호기를 러시아가 따낸 가운데, 2호기는 ‘팀 코리아’ 수주가 유력하다.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도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해안선을 보유한 베트남은 해상풍력 개발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는 해상풍력 발전을 2030년 6기가와트(GW)에서 2050년 139GW로 23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은 이미 베트남 호치민과 하이퐁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지만, 추가 생산 기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성장성이 워낙 높을 뿐 아니라 유럽 수출의 생산 거점으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김경미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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