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건 중 4건만 승인”…수도권 규제 남긴 AIDC 특별법의 ‘맹점’

이혜민 2026. 4. 20. 21:1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요 몰린 수도권…전력 규제는 ‘그대로’
특례는 비수도권 집중…핵심 수요지 해결 못 해
PPA 특례 놓고 부처 간 충돌…입법 변수 부상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AIDC 특별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작 데이터센터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전력 병목은 풀지 못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법안이 전력·입지·인허가 규제를 푸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핵심 전력 특례를 비수도권에만 적용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20일 정보기술(IT)·통신업계에 따르면 AIDC 특별법의 핵심 쟁점은 수도권 전력 규제다. 사용전력 10메가와트(MW) 이상 시설에 적용되는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수도권 AIDC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최근 1년간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청 195건 가운데 최종 승인된 건은 4건에 불과했다.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신청은 많지만, 실제 전력망이 이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195곳 중 4곳만 통과… 기존 IDC 전환도 막혀

이번 특별법은 이런 병목을 풀기 위해 비수도권 AIDC에 한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고,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 특례도 부여했다. 대상 발전원은 기존 재생에너지에서 LNG까지 넓혔다. 인허가 절차에는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승인되는 이른바 ‘타임아웃제’를 도입하고, 시행 시점도 법 통과 후 1년에서 9개월로 앞당기는 내용이 담겼다. 전력 여유가 있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전력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데이터센터와 AI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은 대상에서 빠졌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데, 정작 수요가 몰린 지역은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업계의 우려는 신규 건설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존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AIDC로 바꾸는 작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 GPU를 추가하고 냉각 설비를 늘리면 전력 사용량이 커지는데, 수도권에서는 이런 전환 과정에도 다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美 전력 소비량의 1/22… 부처 갈등 ‘암초’ 넘을까

더 큰 문제는 당장 특별법의 최종 통과마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비수도권 데이터센터가 한전을 패싱하고 전기를 직접 사는 ‘PPA 특례’를 두고 정부 부처 간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부는 LNG까지 직접 PPA 대상으로 넓히면 계통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특정 산업에 전력 특례를 주는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는 AI 인프라 경쟁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비용보다 속도라며 전력 확보 특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부처 간 이견으로 입법 지연 우려가 커지자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 쓴소리를 쏟아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향후 AI 수요가 폭증할 경우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우선 배분하면서 산업 간 전력 분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 상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법사위에서 이견이 발생하면 오히려 입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의원은 이어 “현재 단계에서 전력 공급 자체가 핵심 문제가 아니라면 보다 전향적인 검토를 통해 상임위에서 충분히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 오히려 전체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해법은 ‘투트랙’… 기존 건물 고쳐 쓰게 퇴로 열어야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 여유가 있는 비수도권에는 신규 초대형(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는 특례를 줘서 지방으로 분산하되, 수도권에서는 이미 운영 중인 통신사 등의 구형 센터를 고효율 AI 데이터센터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전이 공급하는 전력을 받아 쓰는 구조만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비수도권 유인과 함께 수도권 기존 센터의 효율적 전환을 동시에 설계하는 이원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