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처럼 낭패 볼라"... 타이완 취재한 KBS 기자의 경고

이영광 2026. 4.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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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16] KBS 1TV <시사기획 창> 오승목 기자

[이영광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3월 미국이 이란을 침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주 내에 끝내겠다고 했지만,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27년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차이나 회색 전쟁' 편이 전파를 탔다. 평온한 타이완의 풍경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타이완 현지 취재를 통해 타이완의 상황을 담고, 미국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중국의 타이완 침공 가능성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6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오승목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오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국제 뉴스 아이템을 기자로서 처음 다뤄보는데 사안이 많이 어려워서 엄청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정리 해서 방송 끝내니까 후련하네요. 특히 뉴스로만 지켜보던 양안 관계의 이면을, 직접 메인 다큐멘터리로 파고들어 시청자들께 전달했다는 점에서 기자로서 남다른 책임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 2027년 타이완 침공설이 무성한 가운데, 다큐는 '당장 총성은 울리지 않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는 회색 지대 전술에 주목했습니다(회색 지대 전술은 평화도 아니고 전면전도 아닌 그 중간 지대를 파고드는 전술-기자주).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이란 전쟁 터지고 국제 정세가 급변하지만 이란 전쟁이야 다른 분들도 많이 다루니 다른 게 없을까 생각했어요. 마침 타이완섬 주변에 중국군의 훈련이 좀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 문제는 한국 시청자들한테도 중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서 취재하게 됐습니다."

- 외교 문제 취재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동안 정치나 사회 현안을 주로 다뤄왔기 때문에 없습니다. 방대한 군사 자료 영상과 국제 지정학적 논리를 종합해 심층 다큐멘터리 이끌어가는 과정은 저에게도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 전면전 시나리오보다 '모호한 위협'이 더 위험하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면전 같은 경우는 아무리 군사적으로 열세라 하더라도 마음의 준비라든지 물리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면 상대방도 쉽게 공격해 오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모호한 위협' 같은 경우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점점 위태로워지는 측면이 있어서 대비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더 위험하다고 봤습니다. 군사적 경계선을 교묘히 넘나들며 피로감을 누적시키고, 사회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이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무서운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 프롤로그에서 평온한 타이완을 담은 이유가 있을까요?
"뭔가 제작 적으로 드라마틱한 부분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타이완이라는 나라가 현재 경제적으로 고도성장 하는 상황이죠. 때문에 이런 나라에서 전쟁 얘기가 만연한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겐 관심 끌 만한 부분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장치했습니다."

- 타이완 분위기는 어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지로 많이 가잖아요. 여행지는 평화롭죠. 근데 그 안에서 사람들 만나서 깊이 있는 대화 나누다 보면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깔려 있더라고요. 지난 3월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화려한 경제적 번영 이면에 자리한 안보 불안이라는 타이완의 양면성을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 타오위안 관인 해수욕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 이곳은 수도 타이베이와 불과 1시간 거리더군요. 이곳을 '레저의 공간'과 '상륙의 거점'이라는 대비로 보여주신 특별한 연출 의도가 있었나요?
"타이완에는 중국군이 상륙 한다면 상륙해 올 것 같은 예상되는 장소가 14곳이 있는데 그중에 타이베이와 제일 가까운 곳을 가봐야 이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겠다 싶어서 그쪽으로 가게 됐고요. 출장 일정도 있다 보니 너무 멀리 갈 수는 없고요. 그냥 가면 일반 해수욕장이에요. 근데 주변을 돌아보면 발전소들도 많고 특히 LNG 비축기지 같은 것들이 육안으로 보이는 위치에 다 있다 보니 엄청 중요한 곳이라는 건 육안으로 봐도 느낄 수 있죠. 레저를 즐기는 평화로운 바다 바로 뒤로 핵심 인프라가 빽빽하게 밀집해 있는 그 기묘한 앵글이, 최전선의 취약성을 가장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타이완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그렇게 많이들 보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어떻게든 본인이 계속 집권하고 싶어 해요. 내년에 네 번째 연임이 결정될 수 있거든요. 그게 되려면 중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거와 더불어서 본인이 내세웠던 중국 통일이 완성돼야 되죠. 홍콩과 마카오는 회복이 된 상태에서 남은 건 타이완 하나거든요. 시진핑의 입지를 위해서라도 타이완을 계속 가지려고 하죠. 근데 방송에서 보여줬듯이 최근 보고서에 내년은 일단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와요. 그래서.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 홍콩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청년 안채이씨의 인터뷰가 인상적인데요. 현장에서 느낀 타이완 청년 세대의 '공포'와 '항전 의지' 사이의 온도 차는 어떠했나요?
"항전 의지가 컸죠. 물론 공포도 크겠지만 타이완 사회가 구축해 놓은 경제적 번영이라든지 정치적 성장 같은 것들이 중국과 너무 차이가 나고 그게 중국이 침공하거나 어찌 됐든 다른 어떤 형태로 중국과 합해졌을 때 그걸 훼손되거나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연히 지키려고 하는 의지가 강한 거죠. 자신들이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자유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굳은 결의가 매우 단단하게 다가왔습니다."

- 중국의 타이완을 향한 회색 지대 전술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게 일단 제가 취재한 정도를 어느 정도라고 측정하기는 어려운데 매우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난다고는 하더라고요. 아예 정부에서 가짜 뉴스를 색출하는 기구를 만들 정도로 많이 심합니다. 정부 기관을 만들거나 시민단체 지원해서 온라인에서 가짜 뉴스 색출하고 정정할 수 있도록 계속 정화 노력 많이 하더라고요. 시민 교육도 많이 하고요. 무력 도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인지전 공격에 맞서 범국가적인 사회적 면역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그들의 과정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과 요나구니섬 미사일 부대 배치를 비중 있게 다루셨습니다. 일본이 타이완 사태를 '자국 무력 강화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날카로웠는데, 취재 중 만난 일본 관계자들의 속내는 무엇이었나요?
"근데 일본 같은 경우는 제가 직접 가서 취재한 게 아니라 기존에 나와 있는 걸 정리한 거라서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조금 곤란합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일본이 안보 위협을 지렛대 삼아 자국의 무장 강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밀착을 중국은 핵심 이익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중심으로 한 '뒤집힌 지도' 장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방송에 따르면,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는 동북아시아 지도를 뒤집어 걸었다-기자주). 취재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으셨나 봐요?
"미국이 설정하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갈수록 대북 억지에서 중국 견제로 바뀌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는데 실제로 이 취재를 하면서 그게 더욱더 이미 노골화됐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한반도 지도를 뒤집어놓고 중국에 있는 해군 기지나 주요 도시들과의 직선거리 측정하거든요. 그 말인즉슨 주한미군이 중국 쪽으로 얼마나 빨리 출동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한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금 미국이 설정한 주한미군의 역할보다는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트럼프와 시진핑의 거래에 타이완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마지막 메시지가 매우 묵직합니다. 취재 결과, 기자님이 보기에 한국은 그 '거대한 거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세요?
"완전히 자유로울 거라는 표현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타이완과 명백히 위치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거래의 대상으로 놓이지는 않죠. 근데 타이완 같은 경우 애초에 외교적으로도 고립된 나라고 정식으로 나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는 나라잖아요. 그리고 중국이 무조건 본인들 나라라고 애초에 설정 해놓은 상황에서 그게 거래의 대상이 된다든지 국제 무대에서의 운명이 본인들 스스로 결정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 그래도 엄연히 독립된 국가고 서로 지켜낼 힘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타이완이랑 많이 다르죠."

- 이번 편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기자로서 국내 문제만 다루다가 처음으로 국제 문제를 다뤘어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리고 이란 전쟁까지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외의 일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기는 했죠. 그러나 이게 정확하게 어떤 역학관계로 돌아가고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켜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콘텐츠는 충분히 많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심층 취재를 하면서 그런 부분이 조금이라도 충족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관심 속에 정세가 급변하는 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100년 전에는 그걸 감지하지 못해 낭패를 봤잖아요. 당장 내 눈앞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기엔 국제 안보는 너무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만큼, 시청자분들이 냉철한 지정학적 안목을 갖추는 데 제 취재가 작은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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