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 머니무브…발행어음·IMA 170조 시장, 기회와 위험 양면
지난 1년 사이 증권업계로 210조원 뭉칫돈이 옮겨갔다. 주식시장 호황과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금리가 오르고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 이런 자금 쏠림이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신용평가사 진단이 나왔다.

20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각각 ‘K-IB(기업금융) 2.0 머니무브 속 종투사의 현주소’ ‘기업금융, 대형증권사 IB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서막’ 보고서를 통해 증권업의 기회와 위험을 이같이 분석했다.
한신평·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주식형 펀드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399조원으로 1년 전(189조원)보다 약 210조원(110%) 증가했다. 역대급 코스피 상승과 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 예금을 떠난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한 결과다.
자금 이동의 중심에는 발행어음과 IMA가 있다. 대형증권사(종투사)는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으면 지정된다. 4조원 이상이면 발행어음, 8조원 이상이면 IMA 업무가 가능하다. 발행어음은 현재 7개사로 확대됐고 잔고는 51조원을 넘어섰다. IMA도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 출시한 데 이어 올 3월 NH증권까지 가세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로, 증권사 한 곳이 IMA까지 합쳐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나신평은 이를 근거로 증권사의 발행어음·IMA 통합 전체 한도를 139조7000억원으로 추산한다. 현재 발행 잔액(53조4000억원)을 제외한 추가 조달 여력도 86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안수진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삼성·메리츠증권까지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170조원대 시장이 된다”고 전망했다.

한신평은 발행어음과 IMA를 활용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자기자본 대비 수익률)이 최대 2.5%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김예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발행어음이 평균 순이자마진(NIM)이 약 1% 수준인데 소진율과 한도를 감안해 계산한 것”이라며 “결국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수익 확대) 효과”라고 짚었다. 전체 기업금융 시장에서 증권사 비중은 4%에 불과해 성장 여지도 크다.
문제는 위험도 같이 커진다는 점이다. 안 책임연구원은 “발행어음 7개사가 동시에 기업금융 의무비율을 채우려 움직이면 우량 딜(거래) 경쟁이 과열되고 스프레드(운용수익과 조달비용의 차이) 축소,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금 조달 구조에도 취약점이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발행어음 조달의 46%가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인 반면, 운용은 중장기 자산에 집중돼 만기 불일치가 발생한다. 김 수석연구원은 “금리 급등이나 시장 불안 시 환매 요구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는 구조”라며 “실제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상황을 가정한 점검)에서는 일부 사업자의 유동성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본 건전성 관리도 부담이다. 한신평이 지난해 말 기준 대형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을 핵심 자기자본비율(CET1)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약 12%로, 10년 전(29.9%)보다 크게 줄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15.0%), 골드만삭스(14.3%)보다 낮다. 발행어음·IMA 자금을 벤처·중견기업 등에 투자해야 하는 모험자본 의무가 올해는 조달 금액의 10%, 내년엔 20%, 2028년 이후엔 25% 이상으로 늘어나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안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PF도 초기에는 괜찮다가 후발 주자들이 뛰어들면서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듯이 기업금융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며 “사후관리·조기경보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기회와 동시에 직접투자 확대에 따른 리스크도 분명히 커졌다”며 “주주환원 기조까지 맞물려 이익이 자본으로 쌓이는 속도가 둔화할 수 있어 균형 잡힌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park.yu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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