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재난'이라던 정신건강 위기, 왜 정책은 체감되지 않나

제갈이화 2026. 4. 20. 15: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ECD 최고 수준 자살률·정신건강 지표 악화에도 정책 실행은 더디다는 지적

[제갈이화 기자]

정부가 국민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규정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정책 실행이 국민에게 충분히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5년 8월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자살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관점에서 정책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과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후 정책 실행과 관련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OECD 최고 수준 자살률…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위기"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최근 다시 증가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약 10명대 초반)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이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선택이나 취약성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과 사회정책 연구자들은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 과도한 경쟁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은 미래 회피 심리를 낳아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OECD 국가 자살률 비교 한국은 자살률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 OECD, OECD Health Statist
국민의 정신건강 상태 역시 악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건강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성인 중 상당수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우울감 경험률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울감과 스트레스 지표가 상승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정신건강 문제가 특정 집단이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층은 미래 불안, 중장년층은 경제적 부담, 노년층은 사회적 고립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동시에 직장 내 과도한 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는 직무 몰입을 저해하고 무기력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합적 대응 필요" 지적 지속… 그러나 정책은 분절적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응 방식이 문제의 복합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히 의료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고용·복지·교육·지역사회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자살 예방 역시 상담이나 캠페인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 자살 예방, 사회적 고립, 경제적 불안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정책 효과는 아직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신건강 서비스의 경우 접근성 문제, 비용 부담, 지역 간 격차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싶어도 실제 이용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제 인식은 충분히 이루어졌지만, 실행 단계에서 속도와 범위가 부족하다"라고 평가한다.

"사회적 재난"이라면 필요한 것은 실행과 책임

대통령이 해당 문제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 만큼, 더 구체적인 정책 실행과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어떤 정책이 검토되고 있으며, 실제로 무엇이 시행되고 있는지에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신건강과 자살 문제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책 우선순위와 실행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그러나 정책 실행과 국민 체감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이 문제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 만큼 향후 어떤 실질적인 대응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