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 타고 고급주택서 5억 훔친 ‘수도권 날다람쥐’ 검거

수도권 일대 골프장 인근 타운하우스와 고급주택을 돌며 수년간 침입 절도를 벌여 온 이른바 ‘수도권 날다람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절도) 혐의로 50대 후반 A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범행을 도운 60대 B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2022년 9월부터 최근까지 심야 시간대 경기 용인·광주·성남·의왕·과천·양평·이천 일대 타운하우스와 고급 단독주택에 침입해 30여 차례에 걸쳐 현금과 귀금속 등 5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를 범행 장소 인근까지 차량으로 태워다 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대상을 정할 때 야산과 인접한 고급주택만 노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산 주변은 도심과 달리 폐쇄회로(CC)TV가 많지 않아 침입부터 도주까지 동선을 숨기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A씨는 B씨 차량을 타고 등산로 인근에 내린 뒤 산을 넘어 범행 대상 주택에 접근했다. 이후 집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일자 드라이버와 노루발 못뽑이(빠루) 등을 지닌 채 복면을 쓰고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했다.
범행 직후에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덧신을 신고, 첫발을 디딘 지점에 물을 뿌리는 등 흔적을 지웠다. 범행을 마친 뒤에는 다시 산으로 올라가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등산객으로 위장한 채 이동했다. 이후 처음 내린 등산로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B씨를 만나 차량으로 달아나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해 왔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는 4년 가까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절도 행각을 이어왔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관내에서 유사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달 12일 19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CCTV 900여대의 영상을 분석한 끝에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지난 16일 충북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용인동부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젊은 시절부터 40여 년간 절도를 비롯한 각종 범죄를 저질러 온 전문 절도범으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범행 대상 선정부터 침입, 절도, 도주까지 치밀하게 계획해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결국 용인동부경찰서 전담팀의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최초 범행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경찰은 A씨의 전과 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로서는 정말 할 수 있는 수사기법을 다 동원해 수사하면서 한 달 넘게 집에도 가지 못하고 범인 검거에 매달렸다”며 “범인이 산을 타고다니며 신출귀몰한 절도 행각을 벌여 (전담팀에서) ‘날다람쥐’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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