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라는 말, 긴 세월 동안 몸으로 증명한 한만중

오안근 2026. 4. 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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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OOO을 지지하는가_서울시교육감] 오안근(한만중 선거사무소 사무장)

오는 6월 3일에 치르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서울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에 후보 6명이 등록해 표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강민정, 강신만, 김현철, 이을재, 정근식, 한만중 후보가 그들입니다.<오마이뉴스>는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 3만 명에 이르는 시민참여단이 투표하는 1차 경선을 앞두고 '나는 왜 ○○○을 지지하는가'를 마련했습니다. 2차 경선은 서울시민 여론조사를 합산해 진행합니다. <편집자말>

[오안근 기자]

 6.3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한만중 예비후보
ⓒ 한만중 캠프
새봄을 목전에 둔 2월의 마지막 날, 유난히 맑았던 하늘 아래 서울 시내 한 결혼식장에서 나는 한만중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았다. 그는 하객석이 아닌 혼주석에 앉아 있었다.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벗, 고(故) 이병우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교육감선거를 앞두고 하루하루 분초를 다투는 와중에서도 그는 친구의 아들 앞에 대부(代父)로 섰다. 신랑 신부에게 덕담을 건네는 그의 목소리에는 오롯이 36.5°C의 사람이 있었다.

그 장면 하나가 내가 한만중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교육을 정치적 무대로 소비해 온 사람들을 보아왔다. 교육감 선거마다 등장하는 화려한 공약들, 수치로 포장된 성과들, 이념의 깃발을 앞세운 진영 논리들. 그 속에서 정작 교육의 본질, 즉 사람을 기르고 사람을 잇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한만중은 그 대척점에 똑바로 서 있는 사람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교육 현장에 몸담은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교육계에서 한만중에게는 적(敵)이 없다"는 말이 귓가에 남았다. 적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두루뭉술하게 처신한다는 뜻이 아니다. 철학과 노선이 달라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어도 개인적으로 등을 돌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 그것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의 무게와 순도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끝까지 들으려 했던 사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모든 쪽과 마음으로 통할 수 있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 교육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여진히 굳게 믿는다.

그의 이력에 담긴, 한국 공교육의 굴곡진 연사의 편린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한국 공교육의 굴곡진 역사의 편린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엄혹했던 1980년대,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나온 그는 교단에 섰다. 26년 가까이 교실을 지키며 학생들의 현실을 먼저 보았다. 전교조의 대표적 정책통으로 교육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웠고, 노무현대통령인수위 교육분야 자문위원으로도 열일했고, 이후에는 서울시교육청 비서실장과 정책보좌관, 정책기획관으로서 교육행정의 복잡한 내부를 직접 경험했다.

이론가와 실천가, 현장 교사와 행정가, 운동가와 연구자. 보통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하나의 역할에 안주하는 사이, 그는 그 모든 자리에서 일했다. 교육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두 종류가 있다. 현장을 모르면서 정책을 논하는 사람과 정책을 모르면서 현장만을 외치는 사람. 전자는 차갑고 후자는 거칠다. 그러나 한만중은 다르다.

그는 교실의 아픔과 고단함을 몸으로 알았고 정책의 무게를 어깨로 감당해 본 사람이다. 보수 진영의 한 대표적 인사조차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가 막혀 있는지, 어디를 풀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정확히 짚어내는 사람"이라 평했다. 이념을 넘어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재직 시절,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그는 비서실장으로서 책임의 한복판에 주저없이 섰다.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책임을 함께 나눠졌다. 그 결과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변에서는 "굳이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까지 함께 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이 오랫동안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가장 앞장서 싸워온 사람

우리 시대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드물다. 져도 될 책임만 지는 사람, 빠져나갈 구멍을 먼저 찾는 사람, 공은 앞으로 내밀고 과는 뒤로 숨기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굳이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을 졌다. 그것은 우직함이기도 하고 의리이기도 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책임과 연대를 가르쳐온 교사가 자신의 삶에서도 그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훗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특별사면에 그를 포함시킨 것은 그 삶에 대한 사회적 복권이었다.

한만중이 구상하는 서울교육의 미래는 거대한 구호나 말뿐인 선언보다 구체적인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육 불평등과 사교육 문제, 공교육 책임 돌봄과 학교 현장의 정상화. 교육구성원의 새로운 교육협약 등 이 과제들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한만중의 입에서 들을 때는 다르다.
 6.3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한만중 예비후보
ⓒ 한만중 캠프
왜냐하면 그는 그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오래된 문제인지를, 그리고 그 문제 속에 어떤 사람들의 피땀눈물이 담겨 있는지를 직접 보고 겪고 가장 앞장서 싸워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책 언어로 포장된 공약이 아닌 오직 삶으로 검증된 방향을 살아온 이가 바로 한만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다 보니 때로는 우유부단해 보인다는 평가다.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모든 목소리를 들으려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속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는 그 비판을 무겁게 듣는다.

교육감은 조율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결단하는 자여야한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서울교육에 더 필요한 것은 독단에 가까운 결단력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 태도일까. 수많은 교육 주체들,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뒤엉켜 있는 이 거대한 공교육의 장에서 나는 후자를 택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 오래된 질문에 한만중은 몸으로 답해왔다. 교실에서 학생을 바라보던 교사의 눈, 제도 속에서 사람을 찾으려 했던 행정가의 손, 그리고 친구의 빈자리를 조용히 채우는 한 개인으로서의 온기. 나는 그 모든 것이 교육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한다.

어떤 시대에는 가장 뜨거운 사람이 가장 앞에 서야 한다. 모두가 뒤로 물러설 때 앞에 서고, 누군가 먼저 손을 놓을 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 한만중은 그런 난 사람이고 든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서울의 교육을 이끌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그래서 한만중 후보를 지지한다. 직함 때문이 아니라 경력 때문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간다운 방식 때문에, 그가 사람을 대하는 온도 때문에, 그리고 그가 교육이라는 말을 몸으로 증명해 온 긴 세월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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