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의 전쟁' 치른 강릉, 왜 지방선거 공약에 '물'이 없는가

진재중 2026. 4. 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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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동해안 6개 시군은 말 그대로 '물과의 전쟁'을 치렀다.

관광도시의 이미지 뒤에 가려졌던 취약한 물 인프라가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해 여름, 강릉은 '물부족 도시'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다.

안정적인 상수원 확보, 광역 단위의 물 관리 체계 구축, 해수 담수화와 같은 대체 수자원 기술 도입, 그리고 무엇보다 물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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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2025년 '물부족 사태' 1년 후, 개발·유지 공약 중심... 상수원 중장기 대책 고민해야

[진재중 기자]

 폐광산 폐수처럼 드러냈던 오봉저수지(2025/9)
ⓒ 진재중
2025년 여름, 동해안 6개 시군은 말 그대로 '물과의 전쟁'을 치렀다. 그중에서도 강릉은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남겼다. 전국의 소방차가 동원되고, 생수가 외부에서 공급됐으며, 시민들은 절수와 단수를 일상처럼 감내해야 했다. 관광도시의 이미지 뒤에 가려졌던 취약한 물 인프라가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해 여름, 강릉은 '물부족 도시'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다.

불과 1년 전, 2025년 여름의 물 부족 사태는 도시의 일상을 멈춰 세운 위기였다. 시민들은 단수와 제한급수 속에서 불안과 불편을 온몸으로 겪었고, 물이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확인했다.

그러나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그 기억은 공약 속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상수원 확보, 물 공급 안정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물 관리 전략과 같은 핵심 의제는 뒤로 밀려난 채, 개발과 유치 중심의 공약만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선거는 '기억은 소비하고, 대책은 비워둔'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물 문제는 결코 과거형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수자원 불안정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준비 없이는 같은 위기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유지 공약이 우려되는 이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이다. 데이터센터는 '물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막대한 냉각수를 필요로 하는 시설이다. 기본적인 식수조차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던 도시가, 대규모 물 소비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시민이 마실 물과 산업이 사용할 물의 우선순위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유치 공약은 현실 인식의 부재를 넘어 무책임에 가깝다.

예를 들어 미국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에서는 연간 70억 리터 이상의 물이 소비됐고 불과 4년 만에 사용량이 60% 넘게 급증했다. 미국 전체로 보면 데이터센터가 쓰는 물은 연간 2840억 리터에 달해, 대도시 수개월치 생활용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물이 단순한 산업용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가뭄이 발생한 지역에서도 데이터센터는 계속 물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지역 주민의 식수와 농업용수와 충돌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시민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드는 데 있다. 그 출발점은 바로 물이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도시의 생존 조건이며 지역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물이 흔들리는 도시는 결국 사람을 지키지 못한다.

더욱이 동해안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이다. 강수 패턴의 변화, 가뭄의 장기화, 해수 침투 등 복합적인 위험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수원에 대한 중장기 계획 없이 치르는 선거는, 미래를 포기한 채 현재의 인기만을 좇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해법이다. 안정적인 상수원 확보, 광역 단위의 물 관리 체계 구축, 해수 담수화와 같은 대체 수자원 기술 도입, 그리고 무엇보다 물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선거 공약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2025년 여름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다. 그 경고를 외면한 채 치러지는 선거는 또 다른 위기를 예고하는 것일 뿐이다.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물이 끊겼던 그날의 불안과 불편을, 이제는 묻고 요구해야 한다.

당신은 이 도시의 물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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