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도권 1000발 쏠 수 있는 미사일에 ‘악마의 무기’ 달았다

북한이 지난 19일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화성포-11라’에 집속탄과 파편 지뢰 등 살상력을 높인 각종 탄두부를 탑재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드론에 이어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효용성이 검증된 ‘비대칭 전력’ 패키지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특히 대표적인 대남 타격 수단에 여러 종류의 탄두부를 달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면서 한·미를 향한 위협 수위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신문은 20일 전날 미사일총국이 “개량된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라’ 형의 전투부 위력 평가를 위한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함경북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이 140㎞를 비행해 동해 알섬 부근에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신문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했다.
한·미는 상세 분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날 ‘단거리 미사일(SRBM)’로 발표했지만, 이날 북한이 밝힌 화성-11라는 군 당국이 사거리 300㎞ 이하의 CRBM으로 분류하는 탄종이다.
신문은 이번 시험발사의 목적에 대해 “전술탄도미사일에 적용하는 산포 전투부(집속탄 탄두)와 파편 지뢰 전투부의 특성과 위력을 확증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신문이 언급한 ‘산포 전투부’는 탄두로 집속탄(확산탄·cluster bomb)을 장착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집속탄은 탄두 내에 들어있는 수많은 자탄이 폭발과 동시에 사방으로 확산해 살상력을 극대화, ‘강철비’를 내리는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언급한 ‘화성포-11라’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길이와 직경을 줄인 축소형이다. 최대 사거리는 130km 내외로 전방 지역에 배치할 경우 서울과 경기도 전역의 주요 군사기지, 오산 한·미 공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앞서 북한은 2024년 8월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인 ‘화성포-11’ 계열을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발사대(TEL) 250대 인수식을 개최하고 전방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TEL은 대당 4개의 발사관이 있어 250대 배치 시 이론적으로는 미사일 1000발을 동시에 퍼부을 수 있다. 북한은 여기에 집속탄까지 달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이 확산탄(집속탄) 시험 사진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면서 “이란이 이번에 선보인 장기 소모전과 비대칭전 능력 강화를 염두에 둔 전력 증강 전략”이라고 짚었다.
특히 북한은 “136㎞ 계선의 섬 목표를 중심으로 설정된 표적 지역으로 발사한 미사일 5기의 전술탄도미사일들이 12.5~13㏊ 면적을 매우 높은 밀도로 강타했다”고도 주장했다. 12.5~13㏊ 면적은 축구장 16~18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북한은 지난 8일에도 SRBM ‘화성포-11가’에 집속탄을 탑재해 발사한 뒤 축구장 10개 면적(6.5~7ha)을 초토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집속탄을 처음 선보인 건 2022년 11월이었는데, 불과 2주 사이 두 차례나 시험발사에 나서며 성능 개량까지 과시한 건 김정은이 이런 ‘비대칭 전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북한은 지금도 KN-23 계열의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보내고 있는데, 김정은으로서는 판매용 무기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전술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장이라는 ‘테스팅 베드’(testing bed)에서 시험해볼 수 있는 일거양득의 상황이다.
김정은이 “각이한 용도의 산포 전투부들이 개발 도입되면서 우리 군대의 작전상 수요를 보다 충분히, 효율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게 되였다”면서 “고정밀 타격 능력과 함께 필요한 특정 표적 지역에 대한 고밀도 진압 타격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군사행동 실천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 신문은 북한군이 이번에 ‘파편 지뢰 전투부’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는 매설 지뢰보다 빠르게 넓은 지역을 차단할 수 있는 산포지뢰(미군 FASCAM·GATOR 계열) 개념으로 추정된다. 산포 지뢰는 시한·자동 폭발 방식으로 민간지역에 설치될 경우 인명 피해 위험이 크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적의 기동을 제약하는 신속 장애물 개념”이라면서 “전방 군단에 배치해 한·미의 후방 증원과 기동로를 차단하는 개념으로 운용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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