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고수처럼... 퇴근 후 달빛 아래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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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
입사 직후 축구 동아리, 보드게임 동아리 등 사내 동호회들로부터 가입 권유 메일을 받았다. 빠른 직장 생활 적응을 위해서라도 사람들과 좀 친하게 지낼 요량으로 함께 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결국 가입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미 즐기고 있는 취미 생활만으로도 퇴근 후의 삶이 빡빡했기 때문이다.
나는 취미가 많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즐기는 취미가 몇 가지 있다. 홀로 차(茶) 마시기, 국궁(전통활쏘기) 그리고 중국무술 수련이다. 퇴근 후 활터에 가서 활을 쏘거나, 무술 수련을 끝내고 와서 차 한 잔 마시고 나면 금세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그러니 다른 취미를 즐길 틈이 없다.
그중에서도 중국 무술은 10대 시절부터 꾸준히 수련해온 나의 오랜 취미다. 태극권(太極拳)을 시작으로 홍가권(洪家拳), 영춘권(詠春拳) 그리고 형의권(形意拳), 팔괘장(八卦掌)에 이르기까지 종류 불문 다양한 권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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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의권 대련 중 메치는 모습 |
| ⓒ 김경준 |
내가 입문할 때만 하더라도 중국무술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이소룡·성룡 붐은 지났고 2000년대 들어 K-1, UFC 등 종합격투기 붐이 일면서 동양무술에 대한 환상이 깨진 탓이다. 2010년대 이후로는 쉬샤오둥과 같은 종합격투가들이 사이비 중국무술가들을 격파하고 다니면서 중국무술의 위상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중국무술을 배워보지 않은 이들조차도 조롱할 정도로 지금은 아주 딱한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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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한산도에서 형의권의 기본 자세, 삼체식(三體式)을 서다 |
| ⓒ 김경준 |
무엇보다 중국무술의 이론과 체계는 동양철학 사상 및 양생(養生)에 관심이 많은 내게 아주 흥미로운 공부의 대상이다. 요즘 나는 중국무술 내가권(內家拳)의 일종인 형의권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데, 소림권처럼 힘과 근육을 기르는 외가권(外家拳)과 달리 내가권(태극권, 형의권, 팔괘장)은 내공의 단련을 우선시한다.
한의학에서는 태어날 때 부여받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기운을 '선천지기(先天之氣)'라 표현한다. 형의권은 바로 선천지기의 회복을 추구하는 무술이다. 그래서 수련을 할 때는 항상 무욕(無欲)의 마음으로 수련에 임하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심리적인 안정태와 생리적인 안정태가 상호 촉발 작용을 하며 순환하고 함께 나아가서 사람의 심리 및 생리 기능이 모두 좋아지는 완선(完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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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술을 수련하는 모습 |
| ⓒ 김경준 |
올해로 형의권 수련 10년차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10년 동안 꾸준히 수련을 한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국궁에 입문하면서 한동안 수련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두 가지 취미를 즐길 여유는 없었던 탓이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본격적으로 형의권 수련을 시작했다. 취직 후 불어나는 몸과 늘어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궁 수련 역시 정신수양에 큰 도움이 되지만, 매일 활터에 갈 여가가 없기에 매일 동네 공터, 집 거실에서라도 할 수 있는 운동이 절실했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 후 밤 시간을 이용해 무술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고요한 달빛 아래 무술을 수련하며 땀을 흘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차분해진다. 이거면 충분한 거다. 남들이 뭐라건 나는 중국무술이 참 좋다.
독자 여러분께도 권하고 싶다. 꼭 형의권이 아니어도 된다. 몸과 마음의 '힐링'을 원한다면 근처 태극권 도장이라도 찾아가 문을 두드려보면 어떨까. 요즘은 동네 문화센터에서도 지도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은 무술이 됐으니 입문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무술이 여러분에게도 몸과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 취미로 자리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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