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빼앗고, 밥과 오이만 주고...전국 방방곡곡에 도는 '괴담'
'계절노동자 제도'는 한국 농어번기의 고질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단기 외국인 고용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브로커의 불법 개입과 부당이득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계절노동자들이 인권침해와 임금체불 등으로 고통받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절노동자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기획은 계절노동자 제도의 문제점을 열 편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루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성민 기자]
계절이주노동자에 관해 매일 괴담 같은 이야기가 귀에 들려온다.
"하루 12시간씩 휴일 없이 일했다."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매일 밥과 오이만 먹었다."
"브로커가 여권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았다."
"브로커가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추방당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이 괴담 같은 현실은 최근 문제 된 캄보디아 스캠(사기) 사태와 닮아있다. '취업을 시켜준다'라는 말에 유인되어 캄보디아로 출국한 한국 청년들은 그곳에서 제대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한 채 폭행·협박을 당하며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계절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인권침해는 브로커로부터 기인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브로커들이 처벌받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 법·제도의 느슨한 틈을 파고들어 계절노동 브로커들이 심각한 수준의 인권침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연재된 기사(3화 : 한국에 아직 '인신매매'가 있다... 기막힌 사례들)에서 말했듯 계절이주노동자들은 '인신매매' 피해자이고, 다수가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으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과연 무엇이 인신매매 가해자인 브로커의 처벌을 가로막고 인권침해 상황을 지속시키는가? 법·제도의 허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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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에서 공익변호사들이 계절이주노동자들을 상담 중이다. |
| ⓒ 고기복 |
그러나 브로커에 대한 처벌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눈에 띄는 사례는 경상남도에서 공무원 및 공무원과 결탁한 브로커가 처벌된 경우다. 해당 사안에서 브로커 및 공무원은 계절이주노동자들에게 월 1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게 하며 나머지 급여를 이익으로 가져갔고, 법원은 브로커와 공무원이 허위 정보를 기입해 계절노동자들을 초청했다는 이유로 이들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계절노동 브로커 사건은 법원에 가기도 전에 경찰, 검찰의 문턱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절노동자 A의 경우 브로커에게 여권을 뺏기고 임금을 중간착취 당하는 등 피해를 입어 브로커를 고소하였다. 그런데 검찰은 해당 사건을 불기소하며, 그 근거로 '브로커가 A의 출신 국가 지자체로부터 계절근로 프로그램 보조자로 위임을 받았다', '피해자가 여권을 자발적으로 준 거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피해를 입은 맥락을 무시한 채 표면적 동의만을 들어 브로커의 범죄 혐의를 부정한 것이다. 또한 브로커가 단순 통역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착취하였음에도, 이는 사인이 부당하게 계절근로 프로그램에 개입한 게 아니고 위임한 범위에서 적법하게 활동한 것이라 보았다.
30년 전 판례를 들어 불송치 내지 불기소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으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을 받은 이주여성이 가해자를 형법상 인신매매죄(형법 제289조)로 고소한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1992년 선고된 부녀매매죄 관련 대법원판결을 들어 형법상 인신매매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법질서에 보호를 호소하기를 단념할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하는데 그러한 실력적 지배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신매매죄 부분을 불송치하였고, 검찰 역시 불송치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신매매죄를 매우 협소하게 보아 송치 및 기소조차 하지 않으므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여지가 없어진다.
한편 브로커의 계절이주노동자 상대 범행은 국내 전역에서, 그리고 송출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벌어지기 때문에 전국적, 조직적 수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일부 경찰청은 여전히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 배정하는 등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령 지난 3월 19일 필리핀 출신 계절이주노동자 8인이 브로커를 상대로 서울경찰청에 고소를 제기했는데, 서울경찰청은 이를 일선 경찰서에 배정하여 대리인단이 경찰청 차원의 조직적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 조직적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형식적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브로커들은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며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계절근로 전문기관 제도 시행... 브로커 개입이 우려된다
외국인 계절근로 프로그램은 그간 근거 법령 없이 법무부 지침으로 운영되었는데, 인권침해 문제가 대두하자 2025년 7월 출입국관리법 제19조의5가 신설되어 계절근로 프로그램에 대해 규정하였다.
당초 시민사회는 브로커에 의한 계절이주노동자 착취가 가능한 이유는, 계절근로 프로그램이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송출국과 한국의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산업인력공단과 같이 외국인력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송출국 현지에도 시스템을 갖춘 공공기관이 계절근로 프로그램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정 출입국관리법 제19조의5 제3항은 '계절근로 전문기관'이 계절근로 프로그램을 담당한다고 정했고, 지난 1월 23일 신설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28조의3에 따르면 비영리민간단체, 비영리법인도 계절근로 전문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 공공성을 담보한 공공기관이 계절근로 프로그램을 담당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정 시행규칙이 민간의 개입을 공공연히 허용한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4월 '계절근로 전문기관의 지정기준 및 지정절차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중앙과 지방 계절근로 전문기관을 별도로 지정하고, 지방 계절근로 전문기관은 농어업고용인력지원센터 중에 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여전히 우려는 존재한다. 상위법인 시행규칙에서 민간단체의 계절근로 전문기관 지정을 허용하고 있는바, 고시 역시 언제든지 비영리법인 등 민간단체를 계절근로 전문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어업고용인력지원센터, 즉 농촌인력중개센터 역시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며, 농협이 주도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도에서도 브로커가 개입하여 농민들로부터 직접 계절노동자의 임금 중 일부를 받아 온 사례들이 존재한다. 농어업고용인력센터가 계절근로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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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11월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계절노동 전면개선 대책위'가 계절근로 전문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
| ⓒ 계절노동전면개선대책위 |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계절근로(E-8), 숙련기능인력(E-7)... 이주노동 비자 체계가 점점 복잡해지는 데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두 개의 부처로 나뉘어 운영되는 점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체류자격을 언제 잃게 되는지,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피해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러한 와중에 계절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인신매매 피해 사례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계절이주노동자 상대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 공공성을 갖춘 기관에 의한 계절근로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근본적으로는 현재와 같은 복잡한 이주노동 체류자격 체계를 재검토하고 모든 이주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통합적 이주노동 체계가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감동)'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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