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검사, 남은 검사, 들어온 검사[검찰 엑소더스]

석경민, 정진우, 정진호 2026. 4. 2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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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전 검사(변호사시험 12회)는 지난해 12월 검찰을 떠났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뒤 로스쿨을 거쳐 2023년 검사로 임관한 지 2년여 만이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조부와 함께 리어카를 끌고 파지와 고철을 주워 밥벌이를 할만큼 생활고를 겪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처음 로스쿨에 진학할 때만 해도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를 생각했지만, 로스쿨 2학년 때 ‘검수완박’ 국면을 보며 마음이 바뀌었다. 송 전 검사는 “검사들이 수사권을 갖는 게 본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게 아니라 더 수고스러운 일인데도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반발하는 모습을 보고 검사직을 택했다”고 말했다.

평검사 신분으로 퇴직한 송승환 변호사. 전민규 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 보며 검찰 존재 이유 상실”


하지만 사명감으로 입은 법복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사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였다. 송 전 검사는 참담했던 당시 심정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그야말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상실시킨 결정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검찰이 자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 검찰 조직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짚었다. “그간 검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명예를 실추시켰던 것은 모두 검찰 밖에서 불어온 외부적 요인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항소 포기 사태는 우리 내부에서, 우리를 모두 지휘하는 최고 책임자가 저지른 일이다. 이렇게 바뀐 세상에서 더 이상 근무할 용기가 없어져 사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도 눈을 반짝이며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피해자 손을 잡고 피해 회복을 돕던 그때 시절이 그립다”면서도 “남아 있었어도 바뀔 제도와 환경에선 그걸 못 했을 것 같다는 게 최근 검사를 내려 둔 사람들의 주된 이유”라고 답했다.

검찰청 폐지를 약 5개월 앞두고 일선 검사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각자의 길을 간다. 초임 검사가 임관 2년 만에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나는가 하면, 또 다른 검사는 동료들의 사직 행렬을 지켜보면서도 매일 사건 기록을 붙잡고 새벽 퇴근을 자처한다. 그리고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흔들리는 검찰에 새롭게 첫발을 내디딘 신임 검사도 있다.
김다현 검사. 김종호 기자


“지치고 힘들어 사명감마저 약해지는 실정”


김다현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 검사(변시 5회)는 2016년에 임관해 11년째 일선 형사부와 공판부를 지키고 있다. 어릴 적부터 ‘국가를 대리해 수사하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법조인’을 꿈꿨다는 그는 수사뿐 아니라 행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검사의 주도적인 역할에 이끌려 법복을 입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일선 형사부의 현실은 매일같이 한계와 싸우는 일의 연속이다. 주말 휴일도 없이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1시에서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김 검사는 “이 정도 업무량을 채우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열심히 일할수록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만족감도 이제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 사명감마저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는 현실도 그를 짓누른다. 김 검사는 “최근 그만두는 검사들은 대부분 조직의 허리인 중견 검사들”이라며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괴로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남아있는 입장에선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검사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사건’과 ‘사람’에 있다. 그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의 추가 범죄를 밝혀내고 피해자 가족이 눈물로 감사 인사를 전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힘이 들기는 하지만 바로 그 순간들 때문에 이 일을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민정 수원지검 검사. 정진호 기자


“업무량 계속 늘고, 퇴임자 발생 악순환”


지난해 임관한 박민정 수원지검 검사(변시 14회)는 검찰청 폐지가 논의되는 전례 없는 풍파 속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공직을 선택한 이유에 “돈을 많이 번다거나 출세를 한다는 직업은 애초에 생각해본 적 없다”며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조직을 향한 비판과 싸늘한 시선 속에서 박 검사는 “인터넷 댓글 같은 것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당장 눈앞에 쌓인 산더미 같은 사건 처리에 치여 조직의 위기나 검찰개혁 같은 거대 담론을 동료들과 나눌 여유조차 없다. 그는 “인력이 줄기 시작하면서 1인당 배당되는 업무량이 계속 늘어나고, 점점 더 힘들어지니 결국 다시 퇴임자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일선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박 검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검사의 역할을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압수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채 구속 송치한 사건 기록을 꼼꼼히 검토해 증거능력의 하자를 찾아냈다.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재활병원까지 출장 조사를 다녀오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다. 박 검사는 “그대로 기소했다면 중요한 범죄가 무죄가 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검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나 나 자신은 잘하고 있고 원하던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며 “공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견딜 수 있는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석경민·정진우·정진호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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