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멘토로, 주민의 상담사로… 학교·마을 잇는 등대 역할

서울 강서고등학교 인근 실내 풋살장에 이 학교 학생 20여명이 땀을 흘리며 공을 차고 있다. 마신희(54) 신촌평광교회 목사가 경기장 밖에서 “다치지 않게 조심히”라고 외치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이어진 휴식 시간에 마 목사는 학생들에게 “축구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골을 넣을 수 없는 공동체 활동”이라며 “서로 ‘네가 있기에 즐거웠다’고 말해 보자. 서로에게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동아리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해 보자는 마 목사의 권면에 학생들은 같이 손을 잡고 마 목사의 기도에 귀를 기울였다. 기도 후엔 우렁차게 ‘아멘’하고 외쳤다.
지난 10일 강서고 동아리 기독진로멘토링반의 활동 모습이다. 마 목사는 2024년부터 학교의 협조 아래 학생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마 목사는 풋살 같은 운동을 함께 하거나 대학 탐방, 요양원 봉사 등에 동행한다. 동아리 참여 학생의 절반 이상은 비기독교인이다. 핵심은 교회 청년들을 동아리 학생들과 연결한 멘토링 활동이다. 교육학 박사 등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청년 교인들은 고교생들의 진로 상담뿐 아니라 학업 등 생활 전반에 조언을 건넨다. 이는 교회의 올리브틴즈 사역으로도 이어진다. 올리브틴즈는 다음세대의 신앙과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미래 역량을 배양하는 걸 목표로 한다.
마 목사는 “많은 아이가 나중에 대학에 가면 그 후에 교회에 나오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교회는 그들이 학생의 때 신앙 안에서 현재 삶의 답을 찾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앙과 삶이 분리되지 않음을 지금 여기서 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 목사의 사역은 교육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다음세대를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교회 1층에선 카페를 운영해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접점을 만들고, 2층은 예배와 교육·문화 활동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한다. 궁극적으로 다음세대와 지역 복음화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마 목사는 멘토로 여기던 스승 목회자의 권유로 대구 신명고 교목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다음세대 사역에 발을 들였다. 그는 “멘토 목사님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 이 길을 택했다”고 회상했다.
신촌평광교회의 시작 역시 관계에서 비롯됐다.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시절, 과거 제자를 다시 신앙으로 이끌기 위해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이 공동체로 확장됐다. 몇 달 사이 20명 넘는 청년 대학생들이 모였고, 자연스럽게 교회 개척으로 이어졌다. 2020년 서울 신촌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초기 목회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한편에 알게 모르게 ‘취업이 잘되면 교회 재정에 도움이 되겠지’하고 계산하는 제 모습을 보며 크게 무너졌다”며 “점점 청년들과 진솔한 교제가 어려워졌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의 목회 철학은 분명해졌다. ‘덧붙이기’보다 ‘빼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 목사는 “열심이 생기면 자꾸 무언가를 더하려 하지만, 결국 남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순수한 마음이다”며 “성령의 영역과 사람이 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2024년 지금의 양천구 교회 자리로 사역지를 옮긴 마 목사는 선순환 구조의 교회 공동체를 지향했다. 목회자가 먼저 신앙의 길을 걷고, 청년이 그 뒤를 따르며, 다시 청소년을 세우는 구조다. 현장에서 사역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독진로멘토링반 지도교사 김은관(37)씨는 “학생들이 점점 마음을 열며 멘토들을 신뢰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기독교적 가치를 배우며 아이들이 삶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장인 천우민(17)군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멘토들을 만나 현장의 얘기를 들으며 진로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며 “짧지만 핵심을 짚는 목사님의 설교도 친구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진호경(17)군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 방향이 더 분명해졌고, 예전보다 교회에 대한 마음이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역의 축은 마을 선교다. 교인들이 독서논술지도 제과제빵 등의 자격증을 딴 뒤 전문성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늘려간다. ‘성경적 자기 대면과 치유’라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로 떡을 나눠 먹으며 말씀으로 교제했던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친교)를 추구하는데, 인근 지역 청년들도 활발히 참여한다.
신촌평광교회는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국내선교부가 주관한 ‘선교형교회 개척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다음세대를 위한 지역사회 밀착형 멘토링 사역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마 목사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밥 짓는 일’에 비유했다. 그는 “농사처럼 사람이 할 수 있는 준비는 최선을 다하되, 쌀이 자라 밥이 되는 변화와 열매는 성령께 맡겨야 한다”며 “그 경계를 지키는 공동체가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성공과 신앙의 혼동’을 꼽았다. 마 목사는 “학생들이 세상의 기준으로 잘되는 것을 하나님의 축복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건과 상관없이 누릴 수 있는 하나님 안의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말씀”이라며 “다음세대에 말씀이 심어질 때 스스로 길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목사의 비전은 분명하다.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선교형교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그는 “개별 교회로서 모든 것을 직접 감당하기보다 지역 교회들과 연합해 다음세대를 함께 세워가고 싶다”며 “다음세대와 교회의 접점을 여는 등대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푸르른 봄길 따라 묵상의 순례 떠나볼까
- 전 교인 흩어져 농어촌교회로… 도시교회 ‘전도 특명’
- “인생에서 중요한 건 행복의 강도 아닌 빈도”
- 영성 깨운 청년 찬양집회… ‘회복→ 기도모임→ 연합’ 결실
- 기독교 민족주의 논쟁 키운 트럼프발 ‘예수 이미지’
- 큰 교회 ‘리모델링 섬김’… 작은 교회 성장의 마중물 됐다
- 지선 50일 앞 교계, 정치중립·선거법 준수 다잡기
- 길어진 전쟁 속 치솟는 유가… 선교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