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이에선 ‘식품계 삼성’이래요… 지원서 쏟아집니다”

김승연 2026. 4. 2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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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프렌즈 이학천 대표
이학천 오뚜기프렌즈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도 안양시 오뚜기중앙연구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안양=윤웅 기자


“채용을 진행하면 지원서가 쏟아집니다. 저희가 발달장애인들 사이에서 ‘식품계 삼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사업장이에요.”

지난 16일 경기도 안양시 오뚜기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이학천 오뚜기프렌즈 대표는 기업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이렇게 웃으며 답했다.

오뚜기프렌즈는 2021년 8월 오뚜기가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현재 발달장애인 21명과 기타 장애인 1명 등 총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오뚜기 식품 완제품을 재포장해 기획 제품으로 생산하고, 오뚜기 및 관계사 임직원의 명함 제작 업무도 맡고 있다. 2025년 기준 매출은 약 5억9000만원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오뚜기프렌즈 직원 22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오뚜기프렌즈 제공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고용 조건에 있다. 전 직원이 정규직이며, 최저임금보다 10%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 사업장도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1년 단위 계약이 일반적인 장애인 고용 현실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우수한 조건이다.

2022년 1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을 ‘영업사원’처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일이 없으면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한다”며 “지속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하기 위해 일감을 꾸준히 만들어내는게 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이사이지만 본사와 사업장을 오가며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는 데 주력한다. 외부에 위탁하던 명함 제작 업무를 내부로 가져온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의 분투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자체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장애인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법으로 3.1%로 정해져 있지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민간기업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3.03%에 그쳤다.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이 여전히 적지 않은 현실이다.

발달장애인의 고용 불안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기준 발달장애인이 마지막 직장을 그만둔 뒤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9년 6개월에 달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오뚜기프렌즈 직원 대부분은 4년 이상 근속하고 있다. 회사는 하루 4시간 근무, 50분 근무 후 10분 휴식, 분기별 집중상담 등 발달장애인 맞춤형 운영 방식을 갖추고 있다. 초기에 손을 자주 씻거나 손톱을 뜯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직원도 회사와 보호자, 연계기관이 협력한 끝에 4년째 근속을 이어가는 사례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처음엔 부모님이 데려다주던 직원이 이제는 1시간 거리를 혼자 지하철로 출근한다”며 “아침마다 환하게 웃으며 들어서는 직원들을 보면 덩달아 하루가 좋아진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직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다. 그는 “같은 작업장에서 비장애인 동료들과 부대끼며 스스로 어울리는 법을 터득하고, 어느 순간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삶도 달라지고 있다. 자녀가 근무하는 동안 돌봄을 전담하던 부모들이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자녀가 사회 안에서 당당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모들에게는 어떤 것보다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오뚜기프렌즈는 2027년까지 총 50여명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뚜기팩토리 증축에 맞춰 약 10억원을 투자해 인쇄기를 도입하고 인쇄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여기에 작업복 세탁, 홍보 차량 세차, 부지 환경 정리 등 새로운 직무를 발굴해 고용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 대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업의 사회환원 일환으로 장애인 고용 사업장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들이 일하고 보람을 느끼고 급여로 먹고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사회환원”이라며 “이런 사업장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그는 “지원 없이 자생하기 어려운 것이 장애인 사업장의 현실인 만큼 현장에 맞는 정부 정책이 더 촘촘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양=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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