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한국의 호르무즈는?

김기환 2026. 4. 2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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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국제부 기자

전쟁의 비극을 막으려면, 앞선 전쟁의 원인부터 복기(復棋)해야 한다. 그래서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왜 이란을 공격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고, 중동 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은 이미 지난해 6월 이란 곳곳을 공습해 핵 시설의 상당수를 파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이 단기간에 핵무기를 완성할 능력을 회복했다는 징후가 나오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했다는 증거도 없다. 이래저래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중동의 안보가 더 강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란과 전쟁 이후 더 불안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전쟁 명분도, 동기도 부족하다 보니 다양한 해설이 잇따른다. 연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처럼 이란도 최고지도자만 제거하면 스스로 무너질 거라고 판단해서. 이란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설득당해서. 심지어 트럼프가 껄끄러워하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이슈를 덮기 위해서라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추측을 관통하는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이란을 때려서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많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판단이 틀렸다면? 전쟁을 시작한 건 미국이지만, 끝내는 열쇠는 이란이 쥔 것 같은 양상이다. 이란이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을 무기화하면서다. 미국이 ‘상처뿐인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지정학 전문가들은 전쟁이 이란으로 하여금 호르무즈해협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해줬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국제 질서가 정글처럼 돼가는 현실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만의 호르무즈’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강대국 사이에 끼여있는 한국의 호르무즈는 무엇일까. 트럼프가 1987년 쓴 『거래의 기술』을 다시 펼쳐봤다. 11가지 거래 기술 중 ‘지렛대(leverage)를 활용하라’는 원칙이 있다. 상대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고 지불해야 할 비용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라는 의미다.트럼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강점은 반도체·조선·원자력발전·2차전지 등 제조업이다. 제조업 강국이었던 독일·일본은 옛날만 못 하다. 미국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면남는 건 한국 뿐이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입지가 한국의 호르무즈가 될 수 있다. 제조업을 지켜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김기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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