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로 풀어본 정계 개편 방정식 [신율의 정치 읽기]

2026. 4.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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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전체 판세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듯하다. 관련 기사량이 줄어든 것을 보면 그렇다. 물론 세간의 관심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여부에 쏠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번 선거는 그만큼 민주당 우세가 확실해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민주당 우세를 부정하기 힘든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를 포함한 재보궐선거는 여러모로 정계 개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정계 개편 계기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대구 등 이른바 보수 텃밭에서 국민의힘이 수성하고, 최소한 서울이나 부산 두 지역 중 한 곳에서 승리하는지 여부에 따라 국민의힘 지도부를 바라보는 소속 의원들의 시각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둘째,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과연 추가 의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당 내부의 권력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에는 두 번째, 즉 재보궐선거를 중심으로 정계 개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의 관측으로는 총 15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현 시점에서 확실히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은 경기 안산갑, 경기 평택을, 경기 하남갑,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을, 부산 북갑, 인천 연수갑, 울산 남갑 등이다. 여기에 아직 민주당 경선이 진행 중인 제주도와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결과까지 확정되면 총 12곳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다른 지역 경선 결과에 따라 최대 15곳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재보궐선거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방선거 결과는 중앙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힘든 반면, 최대 15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그 승패에 따라 중앙 정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15곳 모두를 가져갈 경우, 의석 과반을 차지할 수는 없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힘 있게 대여 투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15곳 모두를 가져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위에서 언급한 지역 대부분은 민주당 의원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공석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반드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도권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선전하려면 선거 구도가 보수에 유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전북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선전할 것이라고 보기도 매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노릴 수 있는 재보궐선거 지역구는 경기 하남갑, 울산 남갑, 부산 북갑 정도다. 물론 대구 지역도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대구의 경우 국민의힘 의원이 빠진 자리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승리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석 수에는 변동이 없다. 이런 이유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구를 제외한 3석을 가져간다면 큰 성공이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아무래도 부산 북갑이다. 이 지역은 본래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전재수 전 장관이 계속 해당 지역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재수 전 장관의 개인적 역량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에서는 박민식 전 장관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국민의힘에서 제명당한 한동훈 전 대표도 출마가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김민수 최고위원을 국민의힘 당권파가 전략 공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은 핵심 격전지다. 이 지역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한동훈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승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승리한다면 보수 진영 재편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뿐만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박민식 전 장관과 대결할 수도 있고, 역시 부산 출신인 김민수 최고위원과 맞붙을 수도 있다. 만일 한동훈 전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강성 지도부와 반(反)윤 성향 보수의 선두 주자인 한동훈 전 대표 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이런 구도에서 한 전 대표가 승리한다면 보수 재편 시계는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를 매개로 반윤을 표방하는 보수층 결집이 가속화될 수 있고, 차기 총선을 걱정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PK 지역 의원들과 수도권 의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큰데, 이미 PK 지역 의원들과 정치인들이 부산 북갑 무공천을 주장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는 PK 지역 정치인들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부산 지역 유권자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은 선거 구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지역인데, 이번 선거 구도는 ‘내란 세력 심판’이다. 때문에 계엄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탄핵 찬성에 앞장섰던 한동훈 전 대표에게 유리한 입지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정계 개편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소수 진보 계열 정당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어느 정도 활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각각 1석씩 획득한다면, 이들 소수 정당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고, 현재의 양당 체제를 흔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조국 대표가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출마한 경기 평택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조국혁신당은 매우 절박한 것 같다. 소수 정당들의 연대를 거부하고, 일단 자신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이 이렇듯 급하고 절박한 이유는 사실상 조국 대표의 1인 정당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 대표가 당선권에 들기 위해선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과연 조국혁신당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싶어할지 여부다. 정청래 대표는 과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됐을 때, 8월 전당대회를 통합 전당대회로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8월 합당이 현실화된다면 지금 굳이 조국혁신당을 키워줄 이유는 없다고 민주당은 판단할 수 있다. 조국 대표가 의원 배지를 달면, 합당 논의 시 조국혁신당의 요구가 지금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 논리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관심이 떨어지는 이번 선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즉,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전환을 예고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선거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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