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왜 이러나... 하이닉스·현대차가 2028년에 겪게될 일 [ESG 세상]

안치용 2026. 4. 19. 18: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SG 세상] ISSB 중심 단일 중대성 체계, 글로벌 흐름과 괴리... EU처럼 GRI 기반 공시 체계 도입해야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기자말>

[안치용 영화평론가, 이윤진 기자]

한국의 지속가능성(ESG) 공시가 도입 과정에서부터 회계업계의 이익에 휘둘려 공시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제 정합성을 내세워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반 공시 체계를 도입하고 있지만, ISSB 공시가 지속가능성 공시라기보다는 재무공시의 확장에 가까워, 당국이 앞장서 사실상 회계업계의 새로운 밥벌이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기업의 공시체계가 확정되면 사회 전체와 자본시장 ESG 수준의 퇴행과 함께 기업도 이중 보고 부담을 안게 되므로, 지속가능성(ESG) 공시의 본래 취지에 맞게 공시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초안 요약
ⓒ 금융위원회
4월 중 확정 예정인 금융위원회의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초안(2026.2.25.)'은 국내 ESG 공시 의무화의 첫 공식 청사진이다. 2028년(2027 회계연도)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약 58개사)를 대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시작하고, 2029년엔 자산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거래소 공시로 출발해 제도 안착 후 법정공시로 전환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장 엄격하고 광범위한 공시인 스코프3 공시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3년 유예하기로 했다.[1]

금융위 로드맵은 한국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가 마련한 공시 기준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KSSB는 2022년 한국회계기준원 산하에 설립돼 2026년 2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확정했으며, 이 기준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의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의 공시 기준 S1(일반 요구사항)·S2(기후 관련 공시)를 토대로 한다.

금융위의 이러한 점진적 로드맵은 기업의 준비 여건과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 접근법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속도와 범위를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공시 체계가 사회 전체가 아니라 투자자 중심의 기존 재무적인 입장에 답습하면서 회계사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있다는 점에서 발견된다. 즉 금융위는 기업의 재무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ESG 리스크와 기회를 핵심 공시 대상으로 삼은, ISSB의 이른바 '단일 중대성(single materiality)'에 입각해 공시 범위를 설정한 데서 지속가능성 혹은 ESG 공시 도입의 근본 취지를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는다.[2] [3]

이러한 체계에서는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기업 활동의 광범위한 영향이 구조적으로 배제된다. 공급망 인권 침해, 지역사회 환경 오염, 노동권 훼손과 같은 사안은 재무적 영향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공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지속가능성 공시가 지향해야 할 '사회적 책임의 투명한 공개'라는 본래 목적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업 부담 완화에 무게를 실은 금융위 초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공시 대상을 자산 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도입 시점을 앞당길 것을 요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지표 포함과 법정공시 명시를 촉구했다. 단일 중대성 중심 공시 체계가 기업 가치 평가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불충분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4] [5]

GRI vs. ISSB, 중대성 개념의 철학적 대립

지속가능성(ESG) 공시의 본질은 '무엇을 공시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중요하다고 볼 것인가'에 있다. 중대성 판단에서 GRI와 ISSB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을 취한다.
 이중 중대성 개념
ⓒ ESG연구소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 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1997년 설립 이후 GRI 표준(GRI Standards)을 통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속가능성(ESG) 공시 기준을 구축한 기관으로,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개념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이중 중대성이란, 기업의 지속가능성 이슈를 평가할 때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영향 중대성)과 이러한 이슈가 다시 기업의 재무 상태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재무 중대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개념이다. GRI 표준은 이해관계자(소비자, 노동자, 주주, 지역사회, NGO 등)의 관점을 반영해 가치사슬 전체를 평가 대상으로 포함한다.

예컨대 GRI 305(배출)는 기업의 직접 배출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을 포함한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GRI 414(공급망 노동 기준)는 협력업체에서 발생하는 아동노동, 강제노동 등 인권 침해 여부를 필수 공시 항목으로 규정한다. 기업이 재무적 영향과 무관하더라도 환경·사회적 영향을 전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투명성을 통해 사실상의 책임 이행을 강제하는 구조다. [6]

반면 ISSB는 단일 중대성에 따라 공시 범위를 제한한다. IFRS S1과 S2는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재무적 정보만을 공시 대상으로 삼는다. 이 체계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Task Force on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와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TCFD는 기후 리스크를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체계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SASB는 산업별 재무 중요 ESG 이슈를 선별한다. 이러한 구조는 공시를 투자자 효용성 중심의 재무 정보로 한정하며,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배제하는 한계를 갖는다. [7]
 GRI 와 ISSB 공시 기준 비교
ⓒ ESG연구소
결국 GRI는 기업을 사회적 책임 주체로, ISSB는 재무적 의사결정 단위로 바라보는 철학적 차이를 드러낸다.

ESRS, 이중 중대성을 제도화한 규제 표준

이중 중대성은 이미 글로벌 규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Directive)과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 European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은 이중 중대성을 법제화하며 공시를 강제 규제로 전환했다. 2024년에 대형 상장사(매출 4억 유로 이상, 약 5만 개 기업)에 적용했고, 2026년엔 비상장 대기업·비EU 기업으로 확대해 한국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8] [9]

ESRS의 핵심은 영향 중대성과 재무 중대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실제·잠재적 영향을 정량·정성적으로 분석하고, 동시에 해당 사안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참여, 과학 기반 데이터, 시나리오 분석이 요구되며, 공시는 단순 보고를 넘어 기업 행동을 변화시키는 규제 도구로 작동한다. [10]

예컨대 배터리 원료 채굴 과정의 아동노동 문제나 환경 오염은 반드시 공시되어야 하며, 공급망 개선 압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탄소조정국경세(CBAM, Carbon BorderAdjustment Mechanism) 등 EU 규제는 이러한 공시를 기반으로 기업의 실제 비용 부담으로 연결된다.

GRI-ESRS 상호운용성과 글로벌 표준화

EU는 이중 중대성을 채택하면서도 기존 글로벌 기준과 정합성을 고려해 기업의 공시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과 GRI는 2024년 5월 'EFRAG-GRI 호환성 인덱스(ESRS–ISSB StandardsInteroperability Guidance)'를 마련해 상호운용성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GRI 기준에 따른 공시의 약 80%가 ESRS 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설계되며, 기업이 별도의 이중 보고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11]
 2022년 기준 실제로 글로벌 매출 상위 250대 기업의 78%가 GRI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2025년 공시된 225개 보고서 중 99%가 GRI를 사용하고 있다.
ⓒ KPMG
이 같은 상황은 GRI가 단순한 자발적 기준이 아니라 글로벌 공시 체계의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기준 실제로 글로벌 매출 상위 250대 기업의 78%가 GRI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2025년 공시된 225개 보고서 중 99%가 GRI를 사용하고 있다. [12] [13]

GRI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GSSB, Global SustainabilityStandards Board) 전 의장 캐럴 애덤스는 공시 전문 매체 코퍼레이트 디스클로저스와 인터뷰에서 "(GRI와) ISSB의 협력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두 기준의 역할 차이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단일 중대성과 이중 중대성이 구조적으로 다른 철학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했다.[14]

한국 기업, 이중 보고 부담 지게 된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의 ISSB 중심 공시 체계는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 EU CSRD 적용 대상 기업은 ESRS 기준에 따른 별도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이것은 기업의 이중 보고 부담으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주요 기업과 약 500개 수출 기업이 2028년부터 이러한 부담을 직접적으로 겪게 되며 비용 증가뿐 아니라 공시 체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반면 이미 GRI 기반 보고 경험을 가진 기업들은 ESRS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러한 점은 GRI 중심 체계가 실무적으로도 더 효율적인 선택임을 시사한다.

이중 중대성 공시로 전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실무 현장에서는 제도 설계와 관련한 현실적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한 국내 대기업 지속가능성(ESG) 공시 담당자는 "전 세계 ESG 데이터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국가별 기준과 관리 항목이 달라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불성실 공시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해 공개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후뿐 아니라 인권, 안전, 공급망, 오염, 자원순환,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영역의 정보는 폭넓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글로벌 사업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인 공시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4일 설명을 내고 "금융당국의 ESG 공시 로드맵이 투자자 중심 설계로 공시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ESG 공시를 투자정보 아닌 사회적 책임 평가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시체계 확정 과정과 운용 과정에 시민사회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지속가능성(ESG) 공시, GRI 기반 이중 중대성으로 전환해야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 지속가능성 공시는 '제2의 재무제표'로 불릴 만큼 법적 의무와 강제성이 빠르게 강화하는 중이다. EU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은 역외 기업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며 전 세계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싱가포르·일본·호주 역시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은 증권거래소(SEC) 기후공시 등 여전히 투자자 중심 공시(단일 중대성)를 유지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기후재무리스크 공시법(SB261) 등 개별 규제는 강해지는 추세다.

ISSB 중심의 단일 중대성은 투자자 정보 제공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반영하는 공시 체계로는 한계를 가진다. 동시에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는 기업에 이중 보고 부담이라는 실질적 비용을 초래한다.

반면 GRI 기반의 이중 중대성은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ESRS와 높은 호환성은 글로벌 규제 대응을 용이하게 하고 가치사슬 전반의 영향 공시는 무엇보다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지속가능성(ESG) 공시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

지속가능성(ESG) 공시는 더 이상 선택적 정보가 아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는 공적 장치다.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ISSB 중심 체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GRI의 이중 중대성을 도입해 글로벌 기준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인가. 속도와 범위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공시 체계의 철학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글: 안치용 ESG비즈니스리뷰 발행인,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SG비즈니스리뷰에도 실립니다. [1] 장지원. (2026.2.25.). 금융시장이 기업의 녹색 전환(GX)을 뒷받침하겠습니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 제4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 개최. 금융위원회. [2]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2026.2.26.).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한국회계기준원. [3]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2026.2.26.).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 요구사항. 한국회계기준원. [4] 박주연. (2026.4.6.). 與·국민연금, 금융위 공시 초안 제동…"기업가치 평가 불가능". 한경. [5] 사회인권과. (2026.3.31.). "ESG 공시 대상 기업 늘리고, 인권 공시 포함해야" 인권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로드맵 의견표명. 국가인권위원회. [6] Adams, C.A., Alhamood, A., He, X., Tian, J., Wang, L. and Wang, Y. (2021) The DoubleMateriality Concept: Application andIssues, published by the Global Reporting Initiative. [7] ISSB. (2024). ISSBStandards—Sustainability-related risks and opportunities and the disclosure of material information, Education material. IFRS Sustainability. ISSB. [8] European Union. (2022). Directive (EU) 2022/2464 (CSRD). [9] European Commission. (2023). CommissionDelegated Regulation (EU) 2023/2772 (ESRS). EFRAG. (2023).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 [10] UNEP FI.(Jan.05.2023.). European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 UNEP FI. [11] EFRAG. (Aug.31.2023.). EFRAG-GRI Joint statement of interoperability. EFRAG. [12] KPMG. (Oct.31.2022.). Key global trends in sustainability reporting. KPMG. [13] 손재식. (2026.1.5.).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분석 결과. 한국거래소. [14] Corporate Disclosures. (Apr.8.2026.). Interview with departing GSSB chair Carol Adams. Corporate Disclosures.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