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간 아들네 강아지를 18일 맡아주고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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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떠나는 아들 내외가 강아지를 18일 동안 맡기게 된 것이다.
분가할 때 아들과 함께 떠났던 강아지가 다시 돌아오니, 예전처럼 집안에 온기가 돌고 익숙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60대의 고독을 달래줄 대안으로 생각했던 반려견, 그것은 달콤한 위로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며,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삶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 소중한 18일간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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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반려견과 그 곁을 지키면서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특히 홀로 강아지와 발을 맞추며 걷는 노년의 어르신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아마도 사별이나 분가로 홀로 된 외로움을 반려견의 온기로 채워가고 계신 듯하다.
그런 뒷모습을 자주 마주치다 보니 우리 부부도 자녀들이 출가한 뒤 찾아온 공허함을 반려견으로 채워볼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겠다는 마음이 앞서 강아지를 살피는 정성에 소홀해진다면, 오히려 강아지를 더 외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에 그동안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좀 더 생각해 볼 만한 체험의 기회가 찾아왔다. 유럽 여행을 떠나는 아들 내외가 강아지를 18일 동안 맡기게 된 것이다. 이 강아지는 아들이 출가하기 전 2년 동안 우리 집에서 함께 살며 키웠던 반려견이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누구보다 익숙하고 각별한 애정이 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분가할 때 아들과 함께 떠났던 강아지가 다시 돌아오니, 예전처럼 집안에 온기가 돌고 익숙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18일간의 동행은 온전한 우리 부부의 애정이 묻어 있는 헌신이었다. 직장에 출근하는 날에는 아내의 몫이 되었고, 쉬는 날에는 모든 일정을 강아지 산책에 최우선으로 맞췄다. 강아지가 오기 전 평소라면 근교 여행이나 쇼핑을 즐겼을 시간이다. 하지만 강아지가 집으로 온 뒤로는 우리 부부의 일상이 오로지 강아지에게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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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의 반려견. 떠날 때를 직감한 듯 식탁 밑으로 숨어버린 모습 |
| ⓒ 김종섭 |
강아지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자유로운 외식을 하고 쇼핑을 즐겼다. 집에 돌아와 텅 빈 거실의 강아지 털을 청소기로 구석구석 돌려가며 장장 몇 시간에 걸쳐 대청소도 마쳤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구석구석 깨끗해진 집안에 감도는 고요함이 즐겁지만은 않다. 강아지가 떠난 자리가 이토록 허전할 줄 몰랐다.
이번 18일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 부부는 확신했다. 인간이 외롭다고 반려견이나 반려동물, 식물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반려(伴侶)의 기쁨은 정성과 책임이라는 밑거름이 있어야만 '동반할 자격'을 얻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어느 정도 정성이 보태져야만 동반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시간을 기꺼이 내어줄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누리는 안락함은 누군가(반려견)의 희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가 떠난 오늘부터 우리 부부는 다시 강아지에게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그 고요한 거실 한구석에서 묘한 허전함을 느낀다. 60대의 고독을 달래줄 대안으로 생각했던 반려견, 그것은 달콤한 위로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며, 결국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삶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 소중한 18일간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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