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고칠 만큼 주라”…신고포상금 전방위 확대, 약일까 독일까

김연주 2026. 4.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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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안전관리 신고 포상금 횟수 제한을 왜 하냐.” (이재명 대통령)
“카파라치처럼 악용될 수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파파라치 하면 어떠냐. 직업으로 생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는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이 사업장 안전관리 신고포상금 지급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최근 이 대통령은 신고포상금 제도를 전 부처로 확대·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고포상금은 잘 운영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단속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노동부 장관의 말처럼 과도한 신고를 부추기거나 자칫 행정편의주의로 흐를 수 있는 만큼, 제도의 부작용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경민 기자


사교육, 주가조작, 부동산 탈세, 산업재해, 조세포탈 등 최근 신고포상금 제도가 사회 전 부문에 걸쳐 강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신고포상금의 지급 상한선인 최대 30억원을 없애고, 부당이득과 몰수금의 최대 30%를 주기로 했다.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의 경우 세무조사 이후 추징세액이 5000만원 이상으로 확정·납부되면 탈루세액을 기준으로 최대 4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학원 불법행위 신고포상금도 대폭 오른다. 교육부는 현행 20만·10만원인 포상금을 200만·100만원으로 10배 인상하는 방안을 입법예고 했다.

대통령도 여러 차례 신고포상금 제도에 힘을 실어왔다.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담합을) 신고하면 인생, 팔자 고치게 포상금을 확 주라. ‘악’소리 나게, 로또 하느니 담합 뒤지자고 생각하게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3월에는 X(옛 트위터)에 금융위의 신고포상금 개편안을 공유하며 “좋은 나라 만들면서 부자 되는 방법”이라고 적어 신고를 독려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신고포상금 제도를 거듭 강조하는 배경에는 ‘비용 대비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인식이 깔렸다. 이 대통령은 “민간이 신고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단속 효과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반행위를 공무원이 직접 단속하려면 훨씬 더 많은 조직과 운영비, 인건비가 든다”며 “사람이 마음먹고 신고하는 게 왜 나쁘냐. 사회의 불합리와 불법을 바로잡는 효과가 있는데 왜 이를 직업으로 하지 못하게 하느냐”고도 했다.

신고포상금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돼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교통법규 위반 신고부터였다. 이후 부정식품 신고, 쓰레기 불법 투기, 밀렵 등 생활밀착형·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포상금제가 빠르게 확대됐다. 다만 당시 제도가 일상 속 위반행위를 겨냥한 생활형 신고포상금에 가까웠다면, 최근 대통령이 강조하는 방향은 규모가 크고 외부에서는 알기 어려운 위법행위를 대상으로 한 내부 제보형, 즉 공익신고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신고포상금 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공권력이 일일이 미치기 어려운 영역, 즉 행정력이 닿기 힘든 사각지대 분야에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고포상금 제도의 부작용 역시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도빈 교수는 “신고포상금 제도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손쉽게 도입될 경우 행정편의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공권력이 문제의 구조적 원인이나 제도 개선에 나서기보다 포상금을 매개로 표면적인 현상만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행정력 낭비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고포상금 확대에 따라 이른바 ‘파파라치’식 신고와 허위·과장 제보가 늘어나면, 행정당국이 이를 선별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상금을 둘러싼 국민과 정부 간 분쟁 역시 또 다른 행정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액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제보자가 소송이나 불복 절차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25년 한 해 동안 포상금과 관련한 조세심판 청구가 20여 건 제기됐다.

이 제도가 국민에게 ‘저신뢰 사회’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송재룡 경희대 특임교수도 “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다수를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사회 전반에 많아지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신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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