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온라인 쇼핑몰에 제기한 ‘웹접근성’ 손배소, 헌재로 갔다

이아미 2026. 4. 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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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웹접근성 공익소송 재판소원’에 원고로 참여한 시각장애인 지석봉씨가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 모바일 쇼핑몰에 접속해 이용시 불편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물건 하나 사려고 해도 ‘상품 이미지’라고만 나오니 정확히 뭔지 알 수가 없죠. "
9세 때부터 중증 시각장애를 가진 지석봉(52)씨는 휴대전화 화면 속 상품 페이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화면에는 여성이 생수 두 병을 들고 있는 이미지가 떠 있었지만, 지씨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상품 이미지’라는 문구뿐이었다. 지씨는 “예전보다 환경이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회원가입 과정에서 이미지를 판독해 보안문자를 입력하거나 쿠폰을 적용해 결제하는 일은 여전히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10년 싸운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손배소


지씨는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전국의 시각장애인 960여 명과 함께 지난 2017년 대형 온라인 쇼핑몰(지마켓·SSG닷컴·롯데쇼핑)을 상대로 1인당 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상품 이미지에 화면 낭독기 프로그램으로 인식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각장애인은 화면 낭독기가 읽어주는 대체 텍스트를 통해 웹상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이 기능이 미흡해 정보 접근에서 차별을 겪고 있단 내용이 골자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미지 설명을 요청하는 방식도 시도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지씨는 “비장애인은 AI가 내놓은 답변의 오류를 실제와 비교해 걸러낼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활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공익소송 재판소원’에 원고로 참여한 시각장애인 지석봉 씨가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 모바일 쇼핑몰에 접속해 이용시 불편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차별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위자료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웹접근성 기준이 사기업에 대한 명확한 법적 의무로 규정돼 있지 않고, 기업들이 일정 부분 개선 노력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러한 2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에 지씨와 장애인법연구회 등은 헌법상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지씨는 “금전적 보상이 목적이라기보다, 차별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고 이를 판례로 남기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참가자들이 시각장애인 웹 접근권 침해 대법원 판결 재판소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헌재가 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는 지난달 12일 시행됐는데, 약 한 달간 접수된 400여 건 가운데 헌재 지정재판부가 사전 심사를 마친 약 200건은 모두 각하됐다. 전원재판부 정식 심판에 넘겨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법원이 차별행위를 인정하고 시정 조치 명령을 했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건 결과적으로 기업의 고의·과실을 면책해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씨는 궁극적으로 기업들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뚜기는 여러 제품에 점자를 표기하고 있고, 최근에는 배달의 민족이 시각장애인 복지시설이 많은 봉천동 일대 주문에 대해 음식 이미지에 상세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며 “기업 경영진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을 하나의 철학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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