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전거 단속 공포에… 경찰 사칭 갈취 속출[이세계도쿄]
시행 2주… 혼선 악용 사기 빈발
범칙금 상한 넘긴 14만원 뜯기기도
회색지대 多… “현금 요구는 사기”
외국인 예외 없어… 여행 시 주의

일본에서 자전거 교통 위반 시 최대 1만2000엔(약 11만1000원)을 물리는 제도가 새롭게 시행되자 경찰을 사칭해 현금을 뜯어내는 사기가 속출하고 있다. 범칙금 최고액보다 많은 돈을 뜯긴 사례도 있었다. 일본에 여행을 가서 자전거를 탈 계획이 있는 관광객이라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오킷푸 도입으로 실질적 자전거 단속 범위가 신호 위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확대됐다. 자전거 규제를 자동차 수준으로 강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음주운전 등 중대한 위반만 실제 처벌로 이어졌다. 자전거를 탈 때 면허는 필요 없지만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 이제 범칙금을 내야 한다.
단속 대상은 113개 항목이다. 구체적으로 다른 사람이 운전자의 어깨에 기대거나 허리에 매달리는 ‘2인 탑승’, 다른 자전거와 나란히 달리는 ‘병렬 주행’은 각각 3000엔이 부과된다. 즉 연인을 태우고 달리거나 친구와 나란히 달리며 대화를 하는 경우는 모두 범칙금 대상이다.
주행 중 우산 사용 및 보관, 이어폰 사용은 5000엔이다.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주행하거나 정지 표지판에서 완전히 정지하지 않은 경우, 점멸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경우에도 같은 금액이 부과된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타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직 꺼지지 않은 빨간불(정지) 신호를 위반하거나 도로 우측으로 주행하는 경우(역주행), 횡단보도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는 6000엔을 물린다.
내려진 철도 건널목 차단기를 통과하면 7000엔, 운전 중 휴대전화 통화나 화면 주시는 물론 손에 들고 있기만 해도 1만2000엔을 범칙금으로 물 수 있다.
범칙금이 부과된 뒤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이나 법원 출석 명령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아직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새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심리를 악용한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 남성은 “법 개정으로 수신호가 필요해졌다”며 범칙금이라며 2000엔을 받아갔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그는 50대 정도 연령으로 작업복 차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주째에는 사흘 연속 유사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 12일에는 오전 8시쯤 도치기현 오야마시에서 43세 남성이 당했다.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를 자전거로 지나고 있을 때 승용차가 접근했다고 한다. 조수석에 탄 남성이 “잠깐 괜찮으시냐. 자전거도 차량입니다”라고 말을 걸며 정지를 요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오야마 경찰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은 자신을 오야마 경찰서 경찰관이라고 밝히며 “신호 위반이니 범칙금 1만5000엔”이라며 “지금 내지 않으면 체포된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그를 진짜 경찰로 믿고 즉시 돈을 건넸다고 한다.
이들은 현금과 맞바꾸는 형식으로 진짜와 매우 닮은 교통범칙통지서와 금액이 적힌 납부서처럼 보이는 서류 두 종류를 건넨 뒤 차를 타고 떠났다.
약 10분 뒤 순찰차가 현장 근처를 우연히 지나갔다. 피해자는 경찰을 붙들고 “위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당황해서 범칙금을 내버렸다”며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기라는 걸 알아차렸다.
사기꾼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2인조였다고 피해자는 경찰에 진술했다. 그들은 제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다. 차량은 순찰차가 아닌 흰색 세단이었다. 횡단보도 근처에 정차해 있었다고 한다. 사기 대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린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다음날인 13일 오후 7시쯤 홋카이도 무로란시에서는 2인조 사기범이 13세 남자 중학생을 멈춰 세웠다. 학생은 차도를 달리던 중 차량이 접근하자 일시 정지했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남성은 “수신호를 하지 않았다”며 5000엔을 요구했다. 그는 “규칙을 모르는 거냐”며 “그거 위반이니까 범칙금을 내라”고 말했다고 홋카이도 지역 방송 HTB는 전했다.
학생은 의심이 들어 경찰 수첩을 보여달라고 했다. 돈을 요구하던 남성은 그대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50세 정도로 키 약 170㎝에 보통 체격이었다고 한다. 햇 형태의 남색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배낭을 메고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하루 뒤인 14일 오전 8시30분쯤 가고시마현 히오키시에서는 등교 중인 고등학생이 피해를 당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남성이 회색 차량을 타고 뒤에서 따라온 뒤 “경찰이니 잠깐 멈추라”며 학생을 세웠다. 이후 운전석에 있던 남성이 차에서 내려 학생에게 수신호 미이행을 이유로 6000엔을 요구했다. 남성들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계좌이체로 내면 이자가 붙는다”며 현장 납부를 유도했다고 가고시마현 지역 방송 MBC가 전했다. 결국 학생은 현금을 건넸다.
이 사건은 학생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학교 측이 경찰에 문의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사기 혐의로 문제의 남성 2명을 추적 중이다. 이들도 경찰 제복이 아니라 흰색 긴팔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평상복 차림이었다고 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실제 경찰은 현장에서 아오킷푸 범칙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사칭 사건 발생 이후 “현장 납부는 불가능하다”며 “우체국이나 은행에서 납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안내했다.

히로시마현 경찰은 ‘악질적이거나 위험한’ 경우에 아오킷푸를 교부한다고 설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지도·경고를 무시하고 위반을 반복하는 사례를 들었다. 경찰관이 위반을 발견하면 일단은 지도·경고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보고된 사건에서 사기범들은 모두 경찰 제복을 입지 않았다. 정식 순찰차도 이용하지 않았다. 일본에도 사복 경찰과 비표식 차량이 있지만 교통 단속에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복 차림으로 범칙금을 내도록 하면서 신분증이나 경찰 배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기라고 봐야 한다. 현금으로 내도록 압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기 사건 중 3건이 ‘수신호 미이행’ 규정을 이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는 방향을 틀기 전 해당 방향으로 팔을 옆으로 뻗어야 한다. 반대 방향일 때는 팔꿈치를 굽혀 손끝을 위로 향하게 해야 한다. 정지 시에는 손끝을 아래로 향하게 한 채 뒤쪽으로 팔을 뻗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5000엔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수신호는 방법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한 손을 핸들에서 떼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수신호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한 손 운전’이 돼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아이를 태우거나 무거운 짐이 있으면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FNN 프라임 온라인은 전했다.
실제 현장에서 수신호 위반은 적극적으로 단속하기 쉽지 않은 회색지대 중 하나로 여겨진다. 홍보 시에도 다른 규정에 비해 덜 강조되는 분위기다. 사기꾼들은 이런 점을 범행에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자전거에 고정해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위반 여부를 판가름하기 쉽지 않다. 손에 들고 있지 않으니 ‘소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화면을 ‘주시’하면 운전에 지장을 주거나 사고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산을 쓰고 운전하는 경우도 고정 장치를 사용하면 핸들 조작 문제는 줄일 수 있지만 시야 확보 측면에서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아오킷푸는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관광객이라고 예외로 보는 규정도 없다.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국인을 노린 경찰 사칭 사기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에서 부업으로 우버이츠 배달을 한다는 외국인은 최근 레딧에 영문으로 올린 글에서 아오킷푸 적용 여부를 걱정했다. 그는 “저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쓰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주행 중 폰을 보면 벌금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거치대에 달려 있으면 괜찮다고 하더라”고 혼란스러워했다.
수신호 규정을 두고는 “자전거 탈 때는 항상 양손을 핸들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방향을 바꿀 때는 한 손을 써서 신호를 해야 하지 않으냐”며 “벌금 맞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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