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 안 받으면 방문진료 안 간다” 일부 재택의료기관의 일탈

일부 재택진료 의료기관이 재가 환자에게 영양 수액 같은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것을 강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대한재택의료학회 춘계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통합돌봄과 재택의료 정책의 미래’ 주제의 강의를 했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의 과제를 열거하면서 이 같은 비급여 진료 행태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진료실을 찾은 환자의 하소연을 전하는 형식으로 비급여 행태를 전했다. 일부 재택의료기관은 “수액을 맞지 않으면 집으로 진료 갈 수 없다”며 환자에게 수액 주사를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액은 20만원에 달한다. 수액 주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행위라서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재택의료를 받으면 환자가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대개 4만원이다. 지자체가 주민을 위해 이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의료기관이 이를 활용해 환자 집으로 가서 얼굴만 잠깐 보고 나오듯이 짧게 진료한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한국 의료의 고질병인 ‘3분 진료’를 재택의료에서도 한다는 것이다. 이 의료기관은 꽤 많은 재택환자를 등록한 상태라고 한다.
이 교수는 일부 한의원도 상식에서 벗어난 진료를 일삼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기관의 비급여 행위를 방치할 경우 재택의료가 또 하나의 요양병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암 환자 전문 요양병원의 경우 의학적으로 권고하지 않는 면역 증강 주사를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비급여 표준 분류 체계를 마련해 재택의료의 비급여 행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비급여 의료를 많이 하는 재택의료기관에 대해 정부가 현장 조사를 나가고, 재택의료기관 산정 평가에 반영하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기관의 자정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 과제의 하나로 ‘재택 입원’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병원이 아니라 집에 1~2주 입원하는 제도이다.
의사는 병원에서 회진하듯 매일 1회 재택입원 집을 방문하고, 간호사는 하루에 1~2회 환자를 방문한다. 미국·대만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다. 입원 기간은 1~2주. 1980~90년대에 도입돼 거의 모든 주에서 시행한다.
대상은 65세 이상의 노인 환자이다. 병원에 폐렴이나 심부전 악화, 만성폐쇄성폐질환, 봉와직염으로 입원한 환자가 대상이다. 다만 교정되지 않는 저산소증(산소포화도 90% 이하), 심근경색 의심 증세, 다른 급성 질환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했더니 재입원 위험이 26%, 요양원 입소 위험이 84%가 줄었다.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도 감소했다. 사망률이나 환자 기능 상태가 병원 입원과 차이 없다. 또 의료 비용이 절감됐다.
대만은 재택입원 기간이 10일이다. 대만은 1년 치 의료 예산을 미리 정하는 총액계약제를 시행하는데, 재택입원만은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산정한다. 항생제 처방, 엑스레이 검사 등 행위별로 인정한다.
이 교수는 한국형 재택입원 모형을 제시했다. 대상 질환은 폐렴과 요로감염이다. 두 질환은 병원 입원이 많은 병이고, 항생제 사용 프로토콜이 분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암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교수는 재택입원 환자 모니터링과 전원 체계를 마련하고 의료기관의 의료 질을 평가해 재택 입원 서비스 가능 여부를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재택임종 관리까지 염두에 두고 제도를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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