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도, 그 존재 자체로 선교사입니다”
비장애인·장애인 함께 예배 드리며 공동체 원형 회복
헌금은 한국수어 성경 제작 위해 사용하기로
지난 1월 중증 발달장애 청소년 등 선교여행도 다녀와
“장애인 사역, 선택 아닌 교회·복음의 본질”

경기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가 19일 주일예배를 ‘장애인주일’로 드리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예배 공동체의 모습을 선보였다. 교회는 이날 예배에서 모인 헌금은 한국수어 성경 제작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이날 1~4부 예배는 ‘부족한 이들의 부족함 없는 공동체’라는 주제로 드려졌다. 청각장애인 목회자인 김상섭 부천동광농인교회 목사가 특별 설교자로 나섰다. 설교에 앞서 교인들은 양팔을 들고 손을 흔드는 수어 박수로 강단에 오른 그를 맞이했다.
김 목사는 설교에서 복음을 접하는 데 사각지대에 놓인 청각장애인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농인은 소통이 단절된 장애가 있어 복음을 접할 통로가 매우 적다”며 “수어는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농인 약 44만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2% 수준인 7000여명에 불과하다”며 “수어 성경이 없어서 문자 성경은 농인에게 외국어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수어 성경 번역은 약 12%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지금 속도라면 완역까지 10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도 수어 성경 제작에만 39년이 걸렸다. 김 목사가 설명과 함께 제시한 수어 성경 예시 영상에서는 수어로 표현한 성경 구절이 연기자들의 표정, 몸짓과 함께 전달됐다.
김 목사는 자신의 가족 모두가 장애가 있는 환경 속에서 신앙을 체험한 간증도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았지만, 기도 가운데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체험했다”며 “예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고백했다. 설교 후 교인들은 김 목사를 따라 수어로 찬양을 부르며 말씀을 되새겼다.



선한목자교회는 이번 장애인주일 예배를 통해 장애인 사역이 선택적 사역이 아닌 교회의 본질임을 드러내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신앙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했다. 예배는 장애 학생들과 그의 가족 등이 함께 참여하는 순서로 채워졌다. 성경 봉독 역시 농인과 장애 학생이 맡았고, 장애인 성도와 가족들이 준비한 수어 찬양이 이어졌다. 교인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추며 찬양에 동참해 예배의 의미를 더했다. 또 이날 교인들은 장애인 성도들을 배려해 엘리베이터 이용을 양보하고 계단을 이용하는 ‘기쁨의 계단, 사랑의 엘리베이터’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이 교회 장애인 교구인 사랑부의 사역도 눈길을 끌었다. 사랑부는 지난 1월 6박 7일 일정으로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들이 함께 태국 치앙마이로 비전트립(선교여행)을 다녀왔다. 이날 예배에서는 관련 영상이 상영됐다. 장애인 자녀를 둔 10가정 등 38명이 참여한 비전트립은 현지 불교 특수학교와 자폐 아동 가족센터 방문, 현지 교회 사역 참여 등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장애를 매개로 깊은 교제를 나눴다.
중증 장애 아동까지 참여한 이번 여정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이뤄진 기존 선교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교회 안팎에서 받았다. 한 참가 학부모는 “두려움 속에 출발했지만 모든 순간이 선물 같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부모는 “내가 아이를 데려간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우리를 그곳으로 이끈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비전트립에 참여한 이혜정(53) 권사는 “선교 날짜가 임박할수록 잘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무서워졌다”면서도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한 발 내딛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가 현지 장애 아동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며 ‘존재 자체가 선교’라는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 된 교회 공동체의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오히려 하나님 나라를 향한 시야가 넓어졌고, 아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구체적인 계획을 기대하게 된, 하나의 지표 같았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사랑부 담당 안재영 목사는 “매년 장애인주일을 정해 10년째 예배를 드려왔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교인이 함께 예배드리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복음의 본질을 더 깨닫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애인 사역은 돌봄을 넘어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를 세워가는 일”이라며 “때론 불편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사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복음이고, 선교가 되는 경험을 교회가 더 많이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성남=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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