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크리스마스 만끽하기, 경북 봉화에서 가능합니다

배은설 2026. 4. 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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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여행의 즐거움] 분천 산타마을... 동화 속 세상으로 풍덩

[배은설 기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지붕 위에 고요히 내려앉는다. 눈 덮인 설경 속, 세상의 어린이들이 한껏 설렘 가득 안고 눈 꼭 감은 채 잠든 희디 흰 밤. 하지만 이 곳만은 잠들지 않았다. 선물 한 아름 실은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들이 바쁘게 오간다. 그랬던 지난 겨울 지나 봄이다. 지금은 어떤 풍경일까. 과연 산타마을에도 봄이 왔을까.

겨울과는 또 다른 매력, 산타마을의 봄
 알록달록 색색깔의 봉화 분천산타마을 의자
ⓒ 배은설
지난 12일 경북 봉화 분천 산타마을을 찾았다. '산타마을과 겨울'이 아닌 '산타마을과 봄'의 조합은 사뭇 이색적이다. 10여 년 전 즈음의 분천은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수려한 산세와 굽이굽이 이어지는 낙동강 물줄기가 어우러져 멋진 자연 경관이 펼쳐지는 사이로 기차가 오갔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의 분천은 새롭게 바뀌었다. 분천역의 지붕은 물론, 골목골목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의 지붕도 어느새 빠알갛게 물들었다. 넉넉한 풍채를 가진 산타클로스 조형물도, 루돌프 조형물의 뿔도 빨강이다. 빨강 뿐만 아니라 초록, 노랑, 파랑 등 눈 두는 곳마다 쨍하도록 환한 원색이다.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풍덩, 뛰어든 느낌이다.

게다가 봄인 지금, 자연의 분홍이 더해졌다. 백두대간 산자락에 위치해 추운 지방인 봉화는 봄이 뒤늦게 찾아온다. 다른 지역에는 벚꽃이 져 가는 때 분천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봄은 예외 없이 분천 산타마을에도 찾아왔다. 산타마을 곳곳을 장식하는 색색깔은 봄을 만나 더 눈부시게 빛난다. 겨울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벚꽃이 만개한 봉화 분천 산타마을
ⓒ 배은설
덕분에 어린이들이 언제라도 찾으면 좋을 곳이다. 이곳저곳 뛰놀며 마음껏 동심을 펼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린이 뿐만이 아니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또래끼리 이곳을 찾은 중년 여성 네 사람은 옷에서부터 이미 여행의 설렘이 가득 느껴진다.

똑같은 청바지에 빨강, 초록, 노랑, 파랑 상의를 맞춰 입었다. 분천역 이곳저곳을 누비며 카메라를 향하는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다. 자신들조차도 모르게 선물이라도 받은 걸까. 역시 이곳은 산타마을이다.

이처럼 분천역 자체를 여행지로 삼아도 좋지만, 분천역에서 훌쩍 기차에 오르는 것도 더없이 좋은 선택지다. 동화 속 세상 지나 이번엔 아날로그 감성을 담뿍 느낄 차례다. 마침 오는 5월 31일까지 5개 노선의 코레일 테마열차가 50% 할인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분천역에서 떠나는 기차여행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동해산타열차에 올라보자. 동해산타열차는 분천역에서 강릉역까지 달린다. 백두대간의 수려한 자연 풍경과 동해의 푸르른 바다경관을 모두 감상할 수 있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다채롭다.

일반실, 가족실, 커플석, 카페실 등 선택할 수 있는 객실 또한 다양하다. 열차 이름에 걸맞게 기차가 정차할 때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곳곳에는 산타벤치포토존이 마련돼 있는 이색 관광 열차다. 봄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창밖으로 산과 바다를 모두 눈에 담을 수 있는 동해산타열차
ⓒ 배은설
 봉화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 배은설
봉화의 빼어난 자연 경관을 아낌없이 눈에 담고 싶다면 백두대간협곡열차가 좋겠다. 탁 트인 넓은 통창 너머로 절경처럼 이어지는 산과, 산 사이 굽이굽이 아름다운 물길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투명하게 비치는 물은 옥빛처럼 맑디맑다. 양원역, 승부역 등 작은 간이역들을 지나는 동안 여린 연둣빛 번지는 나무들과 개나리, 벚꽃, 진달래도 만난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흘러가듯 느리게 가는 기차인 덕분에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다만, 마냥 설레는 마음에 순간 찬 물을 들이부은 듯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그야말로 장관인 자연 풍경에 연신 감탄하다, 갑자기 생각지 못한 거대한 공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풍석포제련소다. 깨끗한 낙동강 최상류 협곡 한가운데 제련소가 자리하고 있다. 느닷없는 일격이다. 감탄사가 탄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수려한 경북 봉화 자연 경관 사이, 영풍석포제련소
ⓒ 배은설
사실 도시든 시골이든 어딜 가도 있는 게 공장이니 심상히 넘길 수도 있다. 봉화의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석포제련소의 반복되는 사망 사고, 환경오염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그 어떤 것이 생명보다 앞설 수 있을까. 천혜의 자연환경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곳이 봉화다. 깊은 산속에서 귀한 봉화송이가 피어나고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살아가는 은어가 노니는 곳이다.
 수려한 자연 경관 오른쪽으로 공장이 서 있는 풍경
ⓒ 배은설
어디를 가도 좋을 계절이다. 갈까 말까 머뭇거리는 사이, 이 아름다운 봄은 야속하게도 금세 떠나버릴 지도 모른다. 그저 문 밖으로 나서기만 해도 스르륵 기분 좋아지는 이때, 설렘 한껏 더 부풀어 오르는 봉화 분천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도 어른도 행복해지는 봄의 크리스마스가 그곳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래서, 여행’ (https://blog.naver.com/tick11)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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