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日 편의점 3사 ‘또 장악’…“불닭볶음면도 못한 성과”

임유정 2026. 4. 19. 12: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라면→툼바, 3사 전국 입점 ‘예외적 성과’
매운라면 비중 6%…신라면, 시장 만들고 40% 장악
40년 일본 공략…툼바 앞세워 전 유통 확장 본격화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체험형 라면 매장 ‘신라면분식’에서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이 일본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농심

일본은 인스턴트 라면이 처음 상용화된 국가다. 1958년 세계 최초로 라면이 상품화된 이후, 일본 편의점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라면 쇼케이스’로 자리 잡았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의 식도락 코스에서도 라면은 빠지지 않는 메뉴로 꼽힌다.

그렇다면 라면의 종주국 일본에는 과연 몇 개의 라면이 존재할까. 편의점만 놓고 봐도 매주 신제품이 교체될 만큼, 1000여 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고밀도 시장’이다. 이 가운데 단일 브랜드가 살아남는 것도 어렵지만, 유통의 핵심 채널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이런 시장에서 농심은 2015년 신라면에 이어 2026년 ‘신라면 툼바’까지 일본 주요 편의점 3사 전국 입점을 성공시켰다. 이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조차 이루지 못한 일이다. 농심이 글로벌 식품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농심에 따르면 일본 3대 편의점(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 전국 약 5만3000개 매장에서 ‘신라면 툼바(큰사발면)’를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신라면 툼바는 기존 신라면 봉지에 이어 일본 메이저 편의점과 ‘연중 상시 판매’ 계약을 맺은 두 번째 한국 라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자는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서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체험형 라면 매장 ‘신라면분식’에서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을 만났다. 이날 그는 일본 라면 시장의 구조와 편의점 유통 전략, 그리고 신라면 툼바의 입점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이날 일본을 방문한 기자들을 향해 “일본 편의점은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공과금 납부, 택배 서비스 등 생활 인프라 역할까지 수행하는 핵심 플랫폼”이라며 “위 편의점 3사가 전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할 만큼 집중도가 높은 채널”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품 대부분 단기 성과로 생존이 결정되는 구조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신제품에 대해 1개월간 주차별 판매 추이, 재구매율 등을 분석해 정식 입점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 1개월 남짓 판매 후 매대에서 빠지고 다른 신제품이 들어와 또다시 매대를 채우는 방식이다.

게다가 한국과 달리 일본 소비자들은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관심과 기준이 높아 제품력에 대한 평가가 더욱 까다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맛의 완성도는 물론 국물의 깊이, 면 식감, 조리 방식까지 세밀하게 따지는 경향이 강해 단순한 차별화만으로는 시장에 안착하기 어렵다.

김 법인장은 “일본 편의점은 한국과 달리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인식과 소비 방식이 다르고, 소비자들도 제품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며 “미소(된장), 소유(간장), 시오(소금) 등 맛의 장르와 세분화된 시장 구조 때문에 진입과 안착이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 시내 한 편의점 매대에 농심 ‘신라면 툼바’를 비롯한 다양한 컵라면 제품이 진열돼 있다.ⓒ농심

그러나 농심은 단기간에 제품력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예외를 만들어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29년 만인 2015년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3대 편의점 전 점포 입점에 성공했고,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 만에 동일한 성과를 달성했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4월 일본 첫 진출 이후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세븐일레븐에 선출시된 초도 물량 100만 개가 2주 만에 완판됐고, 이후 세 차례 추가 물량도 모두 소진되며 입소문을 탔다. 이후 패밀리마트와 로손과도 올해 3월 정식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신라면 툼바가 단기간에 정식 입점을 하게 된 배경은 차별화된 제품력이 꼽힌다. 일본 컵라면 시장에서 보기 드문 ‘전자레인지 조리 방식’을 도입해 품질을 차별화했다. 매콤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풍미가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대하 법인장은 “편의점 입점의 결정적 계기는 제품뿐 아니라 용기 혁신도 한 몫 했다”며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구조와 물 버림 기능을 적용해, 기존 용기면보다 봉지면에 가까운 진한 맛을 구현한 점이 일본 바이어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신했다.

이어 “세븐일레븐 바이어의 호응을 계기로 네 차례 편의점 추가 입점이 이뤄졌고, 지난해 히트상품 순위 18위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올해는 편의점을 넘어 전 유통 채널로 확대해 ‘툼바’를 핵심 제품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웃어보였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신라면분식’에서 일본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농심

◇ 라면의 본고장에서 개척한 ‘매운라면’ 시장



신라면 툼바의 성과는 기존 ‘辛’ 브랜드가 쌓아온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 시장에서 매운맛 라면 카테고리를 개척하고 40년간 대표 매운 라면으로 자리잡아온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가, 툼바의 빠른 확산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라면 시장은 연간 약 7조원 규모로, 매운 라면의 비중은 약 6% 수준에 머무는 틈새 시장이다.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제품의 주체 대부분 짠맛과 감칠맛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는 데다, 매운맛에 대한 대중적 수요도 극히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 가운데 신라면은 매운 라면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성장시킨 핵심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2025년 기준 일본 매출 165억엔으로, 매운 라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누적 판매액도 1조원을 돌파했다.

김 법인장은 “일본 법인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매운맛 라면 시장은 사실상 전무했으나 20년 넘게 사업을 전개하면서 일본 라면 시장 내 ‘매운맛’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었다”며 “당시 현지에서는 ‘이런 매운맛은 팔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꾸준히 시장의 문을 두들겼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1981년 동경사무소를 설립하며 일본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86년 본격적으로 일본 수출을 시작했고, 2002년 판매법인 ‘농심재팬’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사업할 목적 보다는 라면의 본고장이자 선진국에서 기술이나 노하우를 배우자라는 의미가 컸다.

실제로 1980년대 일본은 인스턴트 라면의 발상지로 제조기술, 설비 등 모든 부분에서 국내 기업을 앞서고 있었다. 농심은 해외사무소 1호를 일본 동경에 개설하며 신제품, 신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정보를 수집하고 수출전진기지로의 활용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일본 시장이 기회의 장으로 열리면서 신라면, 너구리 등 농심 대표 브랜드의 진출이 본격화됐고, 당시 불어온 매운맛 트렌드와 맞물리며 제품 유통이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이어 1990년대 일본에서는 편의점 채널이 핵심 유통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농심은 1997년 일본 최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신라면 납품에 성공하면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도쿄 지역 약 250개 점포를 시작으로, 관동 지역 2800여 개 점포로 취급 매장 범위도 넓혀나갔다.

이후 1999년 들어서는 일본 시장에서 초기 수요를 확보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신라면은 650만여 개 판매를 기록하며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를 계기로 주요 편의점들이 잇따라 신라면 취급을 희망하면서, 일본 전역으로 공급이 빠르게 확대됐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농심은 일본 시장 확대에 주력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2019년 약 71억엔이던 매출은 2020년 94억엔, 2021년 111억엔으로 증가하며 100억엔을 돌파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이후에도 연평균 17% 성장세를 유지해 2025년에는 200억엔을 넘어섰다”며 “현지화된 영업·마케팅을 강화해 2030년까지 매출 500억엔, 일본 인스턴트 라면 업계 TOP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신라면분식’에서 한 방문객이 신라면을 조리하고 있다.ⓒ농심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