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DNA를 심어라”…日서 ‘경험 마케팅’ 통했다

임유정 2026. 4.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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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큐·하라주쿠까지…놀이공원·거리서 브랜드 체험 확산
‘판매 아닌 경험’ 전략…일상 속 스며든 농심 브랜드
TV·팝업·외식 협업까지…접점 넓혀 인지도 끌어올려
신라면 이어 너구리 육성…제2 브랜드 확장 본격화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농심 ‘신라면’ 캐릭터와 함께 방문객들이 체험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농심

후지산을 등진 레일 위를 질주하는 롤러코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급격히 치솟았다가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는 순간, 굉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연달아 터진다. 트랙을 따라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기구는 긴장과 해방이 뒤섞인 현장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만든다.

이곳은 입장부터 설렘을 자아내는 공간, 일본의 대표 놀이공원 중 하나로 꼽히는 후지큐 하이랜드다.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에 위치해 있으며 도쿄 중심부에서 약 100~120km 떨어져 있다. 후지산 북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어 놀이공원 전역에서 후지산을 조망할 수 있다.

연간 방문객은 약 20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롤러코스터나 공포 체험을 선호하는 10~30대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일부 롤러코스터는 최고 속도와 가속력 등에서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할 만큼 강한 체험 요소를 앞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농심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약 두 달간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해 신라면과 너구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놀이공원 푸드코트에서 신라면과 신라면툼바, 너구리 순한맛을 활용한 콜라보 메뉴를 판매하며, 원내 곳곳에 신라면 테마의 조형물을 설치해 브랜드 노출도를 높였다.

방문객은 입구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리를 따라 이동하게 되고, 매장은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체험 공간으로 확장된다. 자연스럽게 놀고 먹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인식하게 되고 이는 곧 제품 경험과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농심 랜드’를 방불케 했다. 입구에는 대형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고, 너구리 캐릭터 탈을 쓴 직원이 방문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신라면을 나눠주는 행사도 함께 진행되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나가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너구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캐릭터를 끌어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포토존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웃음을 터뜨리며 공간은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체험하는 장으로 채워졌다.

하이라이트는 푸드코트였다. 후지큐 하이랜드 레스토랑 ‘푸드 스타디움’ 한쪽에서는 ▲신라면 ▲신라면 툼바 ▲너구리 마일드 등 세 가지 한정 메뉴가 판매됐다. 국물 라면과 볶음 라면 형태로 재해석한 음식들이다. 주문 고객에게는 너구리 스티커 등 협업 굿즈도 함께 제공됐다.

농심은 일본 시장 진출 초기부터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 구축에 집중해왔다. 제품력은 이미 입증된 만큼, 소비자가 익숙하게 찾고 선택하게 만드는 브랜드 인지도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창업자의 ‘일본에서는 브랜드를 심어야 한다’는 방침 아래 이를 꾸준히 실행해 왔다”며 “그 결과, 일본에서 농심이라는 기업 인지도는 약 20% 수준이지만 ‘신라면’ 브랜드는 대부분이 알고 있을 정도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체험형 라면 매장 ‘신라면분식’ 앞에 방문객들이 지나고 있다.ⓒ농심

후지큐 하이랜드 외에도 농심의 마케팅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공간은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분식’이다. 일본 한정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농심 제품을 맛볼 수 있는 체험형 라면 매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신라면분식은 패션과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현지 젊은 층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로, 월 평균 방문객이 1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 15일 일본 매장에서 만난 카나카상(18‧여)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신라면분식 팝업을 보고 들어왔다”며 “농심이라는 회사는 잘 모르지만 신라면은 틱톡 등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있어 알고 있다. 일본 라면보다 매운맛이 강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농심은 일본 전문 음식점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전역 약 36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외식 체인 ‘야키니쿠 킹’과 손잡고 2019년부터 7년째 콜라보를 진행중이다. 테이블에서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대중적인 식당으로 라면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리안 포차’ 콘셉트로 매장 내에서 한강라면 스타일로 조리한 신라면 메뉴를 제공하기도 했다. 바톤을 이어 받아 올해도 농심과 야키니쿠킹은 오는 22일부터 7월 7일까지 약 3달간 신라면툼바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은 “2010년부터 일본에서 TV 광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맛있게 맵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왔다”며 “고령화로 30~50대 시청층을 겨냥한 전략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젊은 여성층으로 타깃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도쿄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10일간 1만3000여 명이 방문했고,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몰리며 대기시간이 4~5시간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며 “체험 만족도는 95%에 이르고, 방문객의 약 80%가 2030여성으로 핵심 소비층 확대 효과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6 코리아 엑스포 도쿄’ 농심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농심

◇ 제 2 브랜드 육성하기 위한 마케팅에도 착수…‘너구리’ 성장세 주목

농심은 일본에서 제2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를 중심으로 체험존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온 것과 마찬가지로, 너구리를 앞세워 신규 소비층 확보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너구리를 통해 신라면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새로운 맛시장에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너구리는 신라면과 달리 매운맛이 아닌 해물 베이스 국물과 우동 식감의 굵은 면발이 강점이다. 여기에 귀여운 너구리 캐릭터가 있어 굿즈 등의 활용도가 높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현재 일본 매출의 약 80%가 신라면에서 나오고, 200억엔 규모 중 165억엔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며 “이제는 제2 브랜드를 육성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너구리는 면발 식감이 다른 라면과 차별화돼 있어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김 법인장에 따르면 소비자 조사에서 일본 내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 너구리가 꼽혔다. 이에 농심은 ‘순한너구리 소컵’을 출시했고, ‘카구리’ 와 같은 한국의 너구리 서브브랜드나 일본 전용제품을 선보여 존재감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로 농심은 올해 너구리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2026 코리아 엑스포 도쿄’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코리아 엑스포 도쿄는 한국무역협회와 엑스포럼이 주관하는 한국 문화·산업 전시 행사로 4월 16~1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됐다.

해당 엑스포에는 K-푸드·뷰티·콘텐츠·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과 브랜드가 참여한다. 현장에서는 제품 시식, 체험, 공연 및 이벤트 등 소비자 참여형 프로그램과 함께 유통·수출 상담 등 다양한 B2B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농심은 지난 2025년부터 코리아 엑스포에 참여했다. 올해 농심은 ‘너구리’를 테마로 꾸민 부스를 통해 방문객을 맞았다. 시식 기회는 물론, 너구리 포토존, 참여형 게임 이벤트를 통해 신라면에 이은 제2의 브랜드로서 너구리를 알렸다.

일본 박람회는 한국 식품과 콘텐츠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 시장으로 현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주요 행사로 평가된다.

김 법인장은 “한국에선 맵지 않다고 여기는 제품을 일본은 약간 또는 꽤 맵다고 느낀다”며 “한국은 너구리 얼큰한 맛과 순한맛의 판매비중이 9대1이지만 일본은 7대3 정도로 매운 걸 잘 먹지 못해 순한맛부터 먹어본 뒤 한국라면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전역 약 36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외식 체인 ‘야키니쿠 킹’이 신라면 툼바를 활용한 협업 메뉴를 선보인다. 해당 메뉴는 오는 22일부터 7월 7일까지 약 3개월간 한정 판매된다. 메뉴 연출사진ⓒ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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