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호르무즈 해협…이란 강경파, 해협 개방 하루 만에 재봉쇄

임성수 2026. 4. 19. 09: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 18일부터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이란 군,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포하며 실력 행사
트럼프 “이란 좀 교묘하게 굴고 있다”면서도 협상 타결 낙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막판 종전 협상 중인 이란이 군부 등 강경파 주도로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했다. 협상파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해협 개방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2주간의 휴전 협정이 21일 종료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변하고 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해협이 이날 오후부터 폐쇄됐으며 미국이 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에는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RGC 해군은 이날 자체 선전 매체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어떤 접근 시도도 적에 대한 협력으로 간주할 것이고 해당 선박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이날 ‘이란군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드론이 미국과 시온주의 범죄자(이스라엘)들을 향해 번개처럼 타격을 가하듯 용맹한 해군 역시 적들에게 새로운 쓰라린 패배를 안길 준비가 돼 있다” 고 말했다.

이란 측 종전 협상 책임자인 모하마드 바게르갈리바프 국회의장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최근 봉쇄를 발표했는데 이는 무모하고 잘못된 결정”이라며 “우리가 통과할 수 없는데 다른 나라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봉쇄를 해제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항행은 분명히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RGC 등 강경파는 미국이 이란 선박과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지 않은 것이 2주 휴전 협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침을 급하게 번복한 것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정부 내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해온 군부 강경파와 정치 지도부 사이의 갈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발표 이후 엑스에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 하루 만에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을 이란 군부가 다시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IRGC 산하 타스님 통신은 아르그치 장관이 엑스를 통해 해협 개방을 발표한 것을 맹비난하며 “외무부는 이런 방식의 소통을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은 IRGC의 고위 인사를 인용해 “IRGC는 아라그치 장관이 발표를 하기 전에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했다”고 전하며 “일부 분석가들은 IRGC가 여전히 전쟁 중 입은 손실에 대한 복수를 원하고 있으며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군부는 실력 행사도 나섰다. 이날 이란 군부가 재봉쇄를 발표한 이후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이 피격 사실을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잇달아 보고했다. 다만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IRGC는 이날 걸프만에서 상선 최소 2척을 향해 발포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봉쇄됐다는 경고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글로벌 선박 추적 업체인 케플러(Kpler)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이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기 전까지 이날 17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전날에는 10척이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했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상황실 회의에는 이란과의 협상을 맡은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 국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다만 트럼프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협상 타결을 낙관하고 있다. 그는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에 대해 “그들은 해협을 다시 폐쇄하길 원했지만 우리를 협박할 수 없다” “좀 교묘하게 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종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1시 34분부터 오후 7시11분까지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 머물렀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중재로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해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이날 사무총장 명의 성명에서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다면서 “이란은 이를 검토 중이며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