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펜슬 하나로 판 바꿨죠”…성수동 홀린 하트퍼센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4. 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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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성수동. 이곳에 새롭게 문을 연 ‘하트퍼센트(HEART PERCENT)’ 대형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활기가 넘친다. 1층 진열대 앞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외국인 관광객이 다채로운 색감의 립 펜슬을 손등에 그어보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메이크업 시연을 보며 스마트폰으로 쉴 새 없이 사진과 영상을 찍는 풍경이 펼쳐진다. 단순한 화장품 가게를 넘어 글로벌 뷰티 팬들이 모인 놀이터를 방불케 한다. 이 역동적인 공간을 기획한 주인공은 최준영 더플러스인터렉티브 대표다.

서울 성수동에 최근 문을 연 ‘하트퍼센트(HEART PERCENT)’ 플래그십 스토어.(더플러스인터렉티브 제공)
입술 선만 그리던 펜슬, ‘분위기’를 입히다

최 대표가 2015년 회사를 세울 때만 해도 여러 다른 화장품의 마케팅 대행, 유통에 더 힘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색조 화장품이면 성장 가능성이 있겠다’고 봤다. 그동안 많은 뷰티 브랜드가 화보 속 모델의 화장법을 보여주며 ‘이런 스타일이 가장 아름답다’는 일종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 대표 생각은 달랐다. 사람 마음(Heart)은 기계가 아니기에 매일 똑같을 수 없고, 감정의 깊이(Percent) 역시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누군가 정해놓은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각자의 기분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믿었다.

이런 깊은 고민 끝에 탄생한 브랜드가 ‘하트퍼센트(HEART PERCENT)’다.

하트퍼센트라는 이름에는 마음이 향하는 대로 어떤 날은 60%, 기분이 한껏 들뜬 어떤 날은 120%처럼, 그날그날 달라지는 ‘나만의 퍼센트’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브랜드를 관통하는 ‘Not Perfect, Just PERCENT(완벽하지 않아도, 그저 당신의 퍼센트)’라는 슬로건 역시 여기서 출발했다. 유행하는 화장법을 똑같이 흉내 내며 완벽함에 집착하기보다, 나만의 개성과 고유한 분위기(Mood)를 색조를 통해 한결 자유롭고 편안하게 뽐내도록 판을 깔아주겠다는 속뜻이다.

이런 철학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성공작이 바로 ‘립 펜슬’이다. 과거 립 펜슬은 립스틱을 바르기 전 입술 선이 번지지 않게 테두리를 깔끔하게 그리는 조연에 불과했다. 하트퍼센트는 이 조연을 무대 중앙으로 끌어올렸다. 선을 긋는 데 그치지 않고 입술 전체 바탕을 깔거나, 본래 입술보다 도톰하게 보이도록 테두리를 번지게 하는 ‘오버립’, 입체감을 살려주는 음영(컨투어링)까지 모두 가능한 만능 아이템으로 탈바꿈시켰다.

하트퍼센트의 다양한 색조 화장품(더플러스인터렉티브 제공)
립 펜슬 하나로 그날그날 원하는 여러 분위기를 겹쳐 바를(레이어링) 수 있게 되자 소비자 반응이 터졌다. 하트퍼센트 립 펜슬을 활용한 화장법 자체가 뷰티 업계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트렌드를 뒤따라가는 뷰티 브랜드가 아니라, 한발 앞서 화장하는 재미와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며 시장 판도를 바꾼 셈이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했다.

일본 시장도 발군

하트퍼센트의 글로벌 성적표도 눈길을 끈다. 일찌감치 100만달러 수출탑을 쌓아 올리며 순항 중이다. 비결은 감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인 ‘데이터’로 움직인 데 있다. 유통 시절 쌓은 국가별 유통망 구조와 소비자 취향 데이터를 십분 활용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하트퍼센트(회사 제공)
뷰티 선진국 일본 시장을 뚫은 공식은 정교했다. 하트퍼센트는 큐텐(Qoo10) 등 현지 온라인 플랫폼을 샅샅이 분석해 맞춤형 진입 전략을 짰다. 일본 소비자들이 진한 발색보다 섬세하게 겹쳐 바르는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선호한다는 점을 간파했고, 가격과 리뷰, 노출 순위를 치밀하게 연계하면서 매출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이제는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먼저 손을 내밀면서 자연스레 3000여곳에서 하트퍼센트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유통망을 크게 늘렸다.

일본에서 자신감을 얻은 하트퍼센트는 동남아시아와 북미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마다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영리한 전략이다. 스마트폰 쇼핑이 활발한 동남아 시장은 쇼피(Shopee)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현지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빠른 확장에 힘을 쏟는다. 반면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북미 시장은 당장 눈앞의 매출보다 브랜드가 지닌 메시지를 알리며 정서적 유대감을 쌓는 데 공을 들인다. 시장 체질에 맞춘 이원화(투트랙) 전술이다.

일본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하트퍼센트(회사 제공)
성수동 대형 매장은 이 모든 글로벌 전략이 만나는 교차로다. 매장을 찾은 해외 관광객과 뷰티 인플루언서가 색조 화장을 즐기며 찍은 영상은 곧바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 글로벌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굳이 돈을 들이지 않아도 오프라인 공간이 알아서 마케팅 콘텐츠를 뿜어내는 발신 기지로 작동하는 구조다.

여기에 대형 마케팅사 SMC&C와 손잡고 아이돌 그룹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를 앞세운 캠페인에 나서며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1020세대 글로벌 팬덤을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하트퍼센트의 충성 고객이자 브랜드를 알리는 확산 주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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