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무임승차 부담에 몸살”…서울교통공사, 손실 쌓여 노사 한목소리

“나이 들어 공짜로 전철을 탄다면야 기분은 좋겠죠. 그렇지만 예산 부담이 크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내년부터 도시철도 무임승차 대상이 되는 김모(64)씨는 “교통비를 무료로 지원해 준다는데 누가 싫어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령화로 커지는 무임승차 비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애당초 전철이 없는 지방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제도”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만 커지는 구조라면 지원 대상을 축소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노인 인구만큼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손실액 규모도 불어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는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고, 노동조합 역시 “현재까지 무임 손실을 공사가 떠안아 왔다”며 국비 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서교공에 따르면, 공사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6곳을 대표해 재정경제부·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국가보훈부 등에 5761억원을 국비로 보전해 달라는 공문을 지난 9일 보냈다. 이 요구액은 지난해 발생한 6개 기관 무임손실(7754억원)의 74.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 노선에서 동일한 무임수송 서비스를 제공해 온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9년간 손실금의 평균 74.3%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에 서교공은 공문을 통해 “초고령화로 인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교통 복지 서비스를 더는 제공하기 어려워졌다”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도시철도법 개정안 등 법제화가 지연될 경우 국비로 손실액을 보전해 달라”고 건의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공식 공문으로 구체적인 보전 금액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노인복지법 개정에 맞춰 ‘65세 이상 무료 이용’으로 자리 잡았다. 앞선 1980년 대통령 지시로 시작한 70세 이상 노년층 대상 승차권 50% 할인이 전신이다. 다만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화율은 21.2%로 노인 무임승차가 본격화한 1984년(4%)보다 5배 이상 커진 상황이다. 서교공 관계자는 “고령화가 심해지며 정부 정책에 따른 책임 부담도 커졌다”며 “운영기관이 관련 적자를 오롯이 떠안기보다 일부라도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교공의 무임수송 손실액은 지난해 기준 448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6개 운영기관 무임수송 손실 총액(7754억원)의 58%로 규모가 가장 크다. 같은 해 누적 적자도 19조7490억원으로 직전년(18조9000억원) 대비 8490억원 늘었다. 부채는 7조7564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3억원을 넘는다. 서교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무임수송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서교공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 또한 무임승차 관련 손실 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일 성명서를 내고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적자 문제는 서교공이나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돌파했다”며 “국가가 복지 정책을 결정했다면 그에 수반되는 비용도 원인 제공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또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인프라를 유지하려면 국가의 합당한 재정 지원, 즉 무임승차 국비 보전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1984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사실상 40년이 넘게 받아야 할 요금을 거두지 못한 셈”이라며 “현재까지는 서교공이 매년 채권을 발행해 이자를 갚고 있지만, 공사 차원에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그 부담이 중앙정부와 지자체로 옮겨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누적된 이자는 결국 미래 세대의 몫으로 돌아간다”며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안전시설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무임승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김시곤 전 대한교통학회장은 “1980년대와 지금의 65세는 다르다. 고령층으로 진입한 뒤에도 일할 수 있는 근로자가 비교적 다수”라며 “출퇴근 시간대 유료화와 점진적인 지원 대상 연령 축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민자 철도 사업에는 무임수송을 강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학회장은 “신분당선·GTX-A 등 민자 철도는 당초 운영 손실이 보전되지 않는 사업장”이라며 “지원도 없이 무임수송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대통령 “소풍·수학여행 기피는 책임 회피”…‘체험학습 축소’에 제동
- 국회의원 90명, 쿠팡 관련 주한 美대사에 항의서한…사법주권 침해 규탄
- “뉴스 보고 철수 알았다”…딜러·정비소·소비자 모두 ‘혼란’ [혼다차의 몰락 ②]
- 코스피, 장중 사상 첫 ‘6700선’ 돌파…현대차 8% 급등
- 속도 다른 與野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 시계’…鄭 회의·吳 구성
- 이진숙, 재보선 출마 결심 굳혔나…“당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 않을 것”
- 콜센터 노조 교섭권 인정…노봉법에 고심 깊어진 금융권
- 이재명 대통령 “삶의 터전이 죽음의 현장 안 되도록 모든 수단 동원”
- 이찬진 금감원장 “사외이사, 주주 이익 대변해 경영진 견제해야”
- 피해지원금 지급 시작…카드사 반사이익 기대 속 ‘실익은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