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노인일자리요? 그냥 살아있다는 느낌이죠"
[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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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 찾은 태백산국립공원 당골탐방지원센터에 있는 '창의점빵'. 이곳은 태백시니어클럽의 공동체사업단(시장형) 노인일자리 현장으로, 탐방객 안내와 기념품 판매, 시설 관리 등의 일을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
| ⓒ 유창재 |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태백시 인구는 3만7088명.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1만5550명(65세 이상만 1만2135명)이다. 고령화율은 32.7%로, 숫자만 봐도 '초고령 사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런데 10명 중 4명이 고령층인 이곳 도시의 산속에서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일하는 노인들'이다. 단순한 일손이 아니라, 태백의 관광·환경·서비스를 떠받치는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봄비가 흩날리는 지난 9일 태백산국립공원 당골탐방지원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노인일자리의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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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 찾은 태백산국립공원 당골탐방지원센터에 있는 '창의점빵'. 태백시니어클럽의 공동체사업단(시장형)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들. 오른쪽이 권성진 어르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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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업무는 단순하다. 탐방객 안내와 기념품 판매, 시설 관리. 하지만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일자리 참여자들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월 약 26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굿즈(기념상품) 판매 수익이 더해져 성과급이 붙는다. 많을 때는 월 70만 원대까지 오른다.
2024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권성진(71세)씨는 "처음엔 일자리 참여 계기는 용돈이죠.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며 "내가 번 돈으로 손주 용돈 주는 게 기분이 좋잖아요. 집에만 있으면 점점 안 움직이게 되는데, 여기 나오니까 사람이 밝아져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곳에서 만난 어르신들 중 일하는 이유를 '돈'이라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대신 반복되는 말이 있었다. "밖에 나와서 좋다", "사람을 만나서 좋다", "내가 쓸모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이 사업의 핵심은 '공익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준호 태백시니어클럽 관장에 따르면 공동체사업단 일자리는 공공 재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수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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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민 국립공원공단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 이곳 노인일자리 사업은 그의 제안에 의해서 시작됐다. 벽면에 걸린 조감도에는 당골탐방지원센터을 중심으로 한 시설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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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핑세탁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준(70세, 시진 왼쪽)씨와 박귀순(72세)씨. 이들은 부부는 보기 드물게 같은 일자리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
| ⓒ 유창재 |
유 과장은 "(어르신들이 세탁·포장한) 이불을 딱 뜯으면 새 것 같은 느낌이 나요"라며 "(캠핑장) 탐방객 만족도가 확 올라가죠. 저희는 서비스가 좋아지고, 어르신들은 수익을 가져가고, 서로 조건이 맞은 거죠"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는 16일 카라반 캠핑장 개장을 앞두고, 부부 참여자가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보기 드문 경우다. 주인공은 남편 이상준(70세)씨와 부인 박귀순(72세)씨다. 박씨는 "집에만 있지 않고 같이 나와 일하니까 훨씬 좋아요"라고 말한다. 이 일자리의 매력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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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산국립공원에 있는 자생식물증식장. 일종의 산림형 스마트팜으로, 온실 안에서 태백산에 심어질 묘목들을 키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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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어르신 세 명이 일한다. 하루 3시간(오전 9시~낮 12시), 주 5일, 월 60시간 탄력 근무하는 형태다. 공공시설지원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증식장 관리 및 식물 모종 관리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참여자 최관식(71세)씨는 "평생 운전만 했어요"라면서 "근데 여기 와서 흙 만지고, 새싹 올라오는 거 보면 기분이 달라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곳의 일은 단순 노동이 아니었다. '숲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이 일자리가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겨울이면 차가 올라오지 못해 걸어서 출근해야 하고, 여름이면 폭우로 길이 끊기기도 한다는 것. 이찬재(71세)씨는 "(눈비에) 차를 밑에 세워놓고 30분 걸어 올라와야 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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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4월 16일 개장을 앞둔 태백산국립공원 당골탐방지원센터 인근에 있는 카라반 캠핑장. 노인일자리가 없었다면, 운영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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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시설 관리, 안내, 세탁, 판매, 묘목 생산까지. 이들은 단순한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아니다. 지역 관광과 공공서비스의 일부다.
도시의 인구는 줄고, 늙어간다. 하지만 태백산에서는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일하는 노인들.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삶. 이곳에서 노인일자리는 복지가 아니다. 지역을 살리는 하나의 방식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한 어르신의 말이 오래 남는다.
"나한테 노인일자리요? 그냥, 뭐… 살아 있다는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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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핑세탁 시설. 캠핑카를 이용한 탐방객들이 사용한 이불을 세탁한 후 진공포장을 하는 일자리다. 세탁한 이불은 1인용 이불은 1만원, 2인용은 1만5천원에 대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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