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뚫어버린다" 이의리, 156km 최고구속+제구까지 동시에 잡았다…모두가 꿈꾼 바로 그 모습
-미트 뚫는 기세로 던져 제구력까지 확보
-동기이자 라이벌 김진욱과 선의의 경쟁

[더게이트=잠실]
156km 강속구를 던지면서 제구까지 잡히는 좌완 투수가 있다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광경이 17일 잠실 마운드에서 현실로 구현됐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가 개인 최고 구속과 안정적인 제구력을 동시에 선보이며 팀의 8연승 고공 행진을 이끌었다.

'미트를 뚫어라' 최고 구속의 비결
이날 1회말 초구부터 10구까지 이의리는 10구 연속 패스트볼만 던졌다. 타자가 속구를 노리고 들어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부딪혔다. 이의리는 "속구가 쉽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속구로 더더욱 승부를 많이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후배 성영탁과 짧은 대화가 힌트가 됐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불펜에서 "요즘 어떻게 던지냐"고 물었더니 성영탁은 "미트를 뚫는다"고 답했다. 고교 시절 기교파였던 성영탁은 프로 입단 뒤 구속을 140km 후반대까지 끌어올려 강속구 투수로 변신한 바 있다. 이의리는 "영탁이 말을 듣고 강하게 던지려는 마음이 부족했구나 싶었다. 미트를 뚫어버리겠다 생각하고 던졌더니 구속이 더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제구를 잡으려고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트를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공을 뿌리자 묘하게도 공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고정관념과 달리 구속과 제구는 반비례가 아니다. 미국 야구 데이터 분석 기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의 연구에 따르면 힘을 줄여 제구를 잡으려는 접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투수가 최대 힘으로 던질 때 몸이 자기 메커니즘대로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때문에 제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치를 이날 이의리가 마운드 위에서 직접 증명해 보였다.
투구 메커니즘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날 이의리의 릴리스 포인트는 이전보다 몸에서 팔 쪽으로 10cm가량 멀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의리가 가장 좋은 공을 던졌던 부상 이전, 2022~2023년과 비슷한 모습이다.

제구 지옥 탈출, 라이벌 김진욱과 나고야를 꿈꾼다
데뷔 이후 줄곧 제구 때문에 애를 먹었던 이의리다. 통산 9이닝당 볼넷 5.74개에 올 시즌 스트라이크 비율은 57.9%에 그쳤다. 앞선 세 차례 등판에서는 8.2이닝 동안 볼넷 10개를 내주며 2패 평균자책 11.42로 부진했고 세 번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스트라이크 비율을 64.8%까지 끌어올리며 공격적으로 존 안을 파고들었다. 선두타자 출루 이후 볼넷으로 무너지던 패턴에서 벗어나, 삼진으로 위기를 스스로 틀어막았다. 결과는 지난해 9월 13일 LG전 이후 216일 만의 승리로 돌아왔다.
이의리의 호투는 2021년 데뷔 동기이자 라이벌인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의 최근 활약과 맞물려 더욱 반갑다. 이의리처럼 데뷔 이후 제구 문제로 성장세가 더뎠던 김진욱은 최근 두 경기에서 8이닝 1실점, 6.2이닝 무실점 호투로 잠재력을 터뜨렸고 '사직 스쿠발'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김진욱의 호투가 자극이 됐느냐는 질문에 이의리는 "자극받기엔 너무 잘 던지고 있다"면서 웃었다. 이어 "진욱이가 진짜 열심히 했는데 잘 안 풀리다 보니 본인도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보상받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면서 많이 배우려 하고 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오는 9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150km대 강속구를 지닌 좌완 영건 둘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를 책임진다면 야구팬들은 물론 온 야구계가 두 팔 벌려 환영할 장면이 될 거다. '김진욱과 손잡고 아시안게임에 갔으면 한다'는 취재진의 당부에 이의리는 "제가 좀 더 올라가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이의리의 다음 등판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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