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해석지침이 노란봉투법 무력화"

오현규 2026. 4. 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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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규 기자]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공공부문 원청들이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을 근거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잇따라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4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0 간담회의실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원청교섭 실태를 통해 본 노동부 행정 해석 지침 문제점과 개선방안’긴급 국회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공공연대노동조합
4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진보당·더불어민주당·기본소득당 의원 6명과 공공연대노동조합·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원청교섭 실태를 통해 본 노동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실장은 노조가 중앙행정기관 6곳, 지자체 32곳, 공공기관 13곳 등 총 51곳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교섭 진행이 예정된 곳은 8개에 그친다고 밝혔다. 지자체 중 교섭에 응한 곳은 경기 화성시와 전북 전주시뿐이고, 중앙행정기관은 단 한 곳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정책실장은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교육부는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노동부를 직접 만나 해석지침 문제점을 말했으나 '사례가 축적돼야 변경할 수 있다'라고 했다"라며 "이렇게 되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원청교섭은 원천적으로 막힌다"라고 비판했다.

핵심 쟁점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 21페이지

이날 토론의 핵심 쟁점은 고용노동부가 2026년 2월 발표한 해석지침 21페이지다. 해당 내용은 "정부가 법률이나 국회에서 심의·의결한 예산에서 정해진 근로조건 관련 사항을 집행하는 경우,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른 공공정책의 결과로써 본질적으로 개별 노사 간 교섭의 직접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박치현 변호사(박치현 법률사무소)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법률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이들의 본질적 속성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라며 "이런 보편적 사항을 사용자성 부인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공공부문 전체에 개정 이전 기준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파견법 위반 확정 판결을 무력화하는 데 앞장선 것도 공공기관이었는데, 이번 해석지침 역시 개정 노조법을 통으로 빠져나가려는 꼼수"라며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은 진짜 사용자를 찾는 지침이 아니라 은폐하는 지침으로 작동하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이현우 노무사(커넥트노무법인)는 해석지침의 구조적 통제 개념이 실질을 판단해야 할 기준에 형식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라며 "법령의 범위를 시행령·고시·조례까지 확대 적용하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해 정부 사업을 만들 때 그 사업 종사자에게 임금을 올리거나 작업 환경을 개선하지 말라는 의도로 사업을 시작할 리 없다"라며 "공공부문 사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부의 사용자성을 전제로 해석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는 성평등가족부가 아이돌봄사의 기본급 액수를 10원 단위까지 직접 결정하면서도 교섭 의무는 부인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직접 계약을 맺은 센터도, 지자체도, 정부도 교섭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느냐"라고 따졌다.

그는 "예산을 통해 근로조건을 통제한다는 것은 공공부문에서 사용자 지위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돼 왔는데, 왜 다면적 노무제공 관계에서는 사용자 지위를 박탈하려 하는지 법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봉근 정책실장은 "아이돌봄지원법 제5조가 아이돌봄사의 업무 수행 기준을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정하도록 명시하고, 제14조는 표준근로계약서의 구체적 사항도 장관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장관이 정하게 되어 있는데 장관을 상대로 교섭하지 못한다면 개정 노조법 2조가 아이돌봄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협의체 아닌 정식 교섭이 답"

하태승 변호사는 일부 부처가 정식 교섭 대신 노사정 협의체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집단적 노사관계의 본질은 노사 간 협의와 대화를 제도화하는 것인데, 제도화되지 않은 협의체는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라며 "해석지침을 폐기하고 정식 단체교섭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영훈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고용하는 공무직은 파업도 하고 단체협약도 체결하는데, 하청 노동자는 안 된다는 논리는 일관성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회의 예산 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교섭을 하면 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본질적으로 안 된다는 것은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필요한 부분 수정·보완 준비"

강승헌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과장은 "광주광역시가 법률과 예산만을 이유로 산하기관에 사용자성을 부인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며 "단순히 법률과 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성을 부정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오늘 발표해 주신 내용을 보면 충분히 검토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라며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하는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과 세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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