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남원, 이 코스로 한번 쭉 도시죠

김이삭 2026. 4. 18. 11:2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한루원 주변 남원고전소설문학관부터 이선희민속박물관까지... 춘향이도 남기 원할 옛 정취

[김이삭 기자]

 광한루원
ⓒ 김이삭
남원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도시일까? 쇠락해진 어느 지방의 소도시 중 하나란 점을 빼고 보더라도, 고전소설 <춘향전>의 배경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명성에 걸맞게 매년 봄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인 춘향제가, 특히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아울러 그 시기에 맞춰 전국춘향선발대회도 같이 치러진다.

소설 속 주인공 성춘향이 남긴 유산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광한루원은,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 사극과 영화의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방영을 시작했고 아이유와 변우석이 주연을 맡은 MBC의 <21세기 대군부인>의 배경 중 한 곳인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광한루원 한 곳만 둘러보고 다른 곳으로 향하기엔 여행에 투자할 법한 시간은 너무 길고, 아쉬움 또한 길 수밖에 없다. 그 주위에는 잠깐이나마 짬을 내어서라도 발길을 돌려볼 만한,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장소들이 자리해 있다. 소설 속 그네 타던 춘향이처럼 더 즐거운 추억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명소 딱 세 곳을, 지금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지난 14일 방문).

고전문학 도시의 진수, 남원고전소설문학관
 남원고전소설문학관
ⓒ 김이삭
우리나라의 고전문학, 그 가운데 소설만 따져보자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 단연 남원이 자랑하는 <춘향전>부터 먼저 꼽을 만하다.

판소리계 소설이자 연애 소설로서 해외에서도 번역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신분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을 그렸단 점, 그리고 광한루나 오리정과 같이 남원 곳곳에 스며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배경 삼아 지금도 그 발자취가 깃들고 있단 점이 가장 크다.

광한루원 북쪽의 관서당 남성재에서 동쪽으로 쭉 직진하면 나오는 고전소설문학관은 비단 <춘향전>만 담은 곳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잘 아는 '흥부와 놀부'의 모티브가 된 판소리계 소설 <흥부전> 역시 남원을 배경 삼은 작품인 만큼, 여기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남원고전소설문학관
ⓒ 김이삭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고전문학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속 수록된 이야기 중 절터로만 남은 만복사를 배경으로 삼은 <만복사저포기>부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전란을 거치며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하나로 모이는 내용을 그린 <최척전>, 그리고 야담집 '어우야담'에 수록된 홍도 이야기를 정리한 <홍도전>까지 남원을 배경 삼은 여러 작품들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이렇듯 고전문학을 통해 선조들의 삶과 생각에 대한 이해와 함께, 부정부패를 포함해 당대 조상들이 겪었던 현실 등 숨은 이야기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춘향전>의 배경인 광한루원과 연계하여 둘러보기 충분하다. 더구나 스타벅스 남원DT점 바로 뒤에 붙어 있어서 찾아가기는 생각보다 훨씬 용이하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남원이라서 만들 수 있는 공간, 남원다움관
 남원다움관
ⓒ 김이삭
광한루원 서문에서 나와 주차장 쪽 골목으로 쭉 들어가면, 4·9일마다 열리는 5일장 근처에 이색적인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남원이라서 지닐 수 있고, 남원이기에 지닐 수 있는 기억과 추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남원다움관'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박물관이자 전시관이다. 오랫동안 남원에서 살아온 시민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 묻어난 추억을 포함한 모든 기록을 보존된 기록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과거엔 느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는 옛 시절에 대한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복합문화공간'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바깥에 마련된 휴식공간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21년 작고하신 신문수 만화가의 대표작 <로봇 찌빠>의 조형물을 포함해 그분의 대표 작품인 도깨비 감투나 맹꽁이 서당 등 여러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벽화도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기록관에 걸맞게 조성된 작품은 특유의 삭막함과 칙칙함을 지우기 충분한 듯해 보인다.
 남원다움관
ⓒ 김이삭
남원포레스트가 자리한 1층에서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실 두 군데가 마련되어 있다. 주제는 다르지만 두 곳 모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도통동의 연대기를 포함해 시종일관 과거를 호령했던 가수들의 무대 영상이 틀어둔 다방이 반겨주는 제1전시실부터 둘러보길 추천한다. 한 장의 사진으로 오늘을 기록할 수 있는 '행복사진관'은 물론, 문학의 도시로서 시내 여러 곳에 자리잡았던 서점과 옛날 만화방을 그대로 재현한 '고샘책방'이 우리를 기다린다. 특히나 고샘책방은 만화책을 포함한 여러 책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만화방에 온 듯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자유로이 열람 가능한 곳이다.

여기에 오전 10시 부터 11시 30분, 그리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용 가능한 인력거 체험실은 4DX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인력거에 탄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실감할 수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시종일관 자리가 덜컹거려서 불편해 보여도 낭만 가득 넘치는 인력거를 5분 동안 타고서 남원 근현대 시기 주요 명소를 돌아보며 과거의 풍경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남원다움관
ⓒ 김이삭
그 맞은 편에 '나도 공무원'이란 이름으로 마련된 제2전시실은, 과거 남원의 행정기록을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기 전부터 시청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이 사용했던 장비와 기록지가 전시된 이곳에서 정점을 찍은 자리가 하나 있다. '명예시장실'이다.

과거 남원시장이 행정 업무를 맡았던 시장 집무실을 재현한 공간으로서 방문객이 직접 앉아서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한쪽 벽엔 역대 남원군수와 시장의 사진들이 순서대로 붙어있단 점에서 고위 공무원이 단독으로 업무를 보는 공간이란 느낌을 준다.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주위로 놓인 회색의 철제 캐비닛과 분재, 도장 서랍, 도로 공사계획표가 적힌 '차트', 90년대에 사용했던 구형 컴퓨터는 과거로 돌아간 것 같으나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사이 어디쯤의 시간에서 일하는 듯한 느낌도 같이 받게 만든다.

역사를 쌓아놓은, 옛사랑 1962(이선희민속박물관)
 옛사랑1962(이선희민속박물관)
ⓒ 김이삭
이번엔 남원다움관에서 반대편에 있지만 거기 못잖은, 그리고 단순히 모아둔 물건이 아닌 추억을 쌓아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경험할 수 있는 곳을 하나 더 소개하며 매듭지으려 한다.

광한루원 동문에서 요천 방향으로 쭉 가서 쌍교동 성당 건너편 쌈지공원까지 걸어가면, 바로 위쪽의 오래된 한옥에 그 옛날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포니픽업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선희 민속박물관'이라 불리우는 '옛사랑 1962'이다. 옛 기억과 추억에 대해 진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이곳은, 무려 1962년에 지어진 한옥을 개조해서 지어진 곳이다. '한옥마님' 사장님께서 무려 11살부터 44년 동안 모은 5만여 점의 골동품들이 전시된 민속박물관이다.
 옛사랑1962(이선희민속박물관)
ⓒ 김이삭
실제로 골동품 관련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계실 만큼 수집하신 데 있어서 진심인 사장님께서 카페 문을 여신 건 지난 2017년. 60년대부터 70~80년대까지 옛 시대를 사셨던 분들의 생활용품을 모아서 후손들에겐 어떤 물건을 썼는지 소개하는 건 물론, 윗세대에게는 추억을 그리워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하셨던 게 주된 설립 취지다.

궁극적으로 사장님은 옛 것이 사라지는 안타까움보단 이를 후대에 계속해서 기억이 전달되길 바라고 계시는데, "오래된 것에는 새로운 맛이 없지만 묵은 정을 통해 오래된 벗을 만나듯 여겨지게" 만들어서 그렇단다.

현빈이 주연을 맡았고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바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제작진들이 이 카페의 70년대 소품을 실제로 빌려갔다고. <김영철의 동네한바퀴>를 포함한 여러 방송에서도 많이 소개된 곳인 만큼, 다녀간 유명인사도 엄청 많단다.
 옛사랑1962(이선희민속박물관)
ⓒ 김이삭
민속박물관에 걸맞게 중학교 졸업앨범을 '개조'해서 만들어져서 그런지 꽤나 특색 있어 보인다. 12시간 달인 쌍화탕과 대추탕을 주력 상품으로 팔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커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장 원두만 봐도 메뉴판에 적힌 대로 다른 가게와 특색을 달리하는, 무려 나폴레옹이 사랑한 커피인 '세인트헬레나'를 사용한다.

상당히 품질 좋은 원두로 아메리카노 커피를 내려주는 대신 가격은 1만1000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비싸지만 여기가 어딘가. 카페이면서 한옥마님의 이름을 딴 민속박물관 아닌가. 음료 한 잔의 값을 확실히, 아니 그 이상으로 보장해 주는 서비스로 보답해 주신다.

밥그릇에 가득 채워지는 마카로니 스낵부터 만쥬, 구운 가래떡까지, 마시면서 곁들여 먹을 만한 간식까지 포함되는 서비스에 더해 박물관의 관람료까지 겸하는 개념으로 생각하고 한 번쯤 투자해 볼 만한 곳이다.

더구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그냥 잔이 아니라 맥주잔, 그것도 유리로 된 생맥주잔에 받침대까지 밑에 깔아서 나간다. 손님 상에 나오는 컵도 실제 사장님이 수집하신 물건이라고 하니, 진정 민속박물관이라 부를 만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isak4703/50)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