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레바논 지원 산적한데, ODA 예산은 절반…“韓 외교입지 위축”

지난 2023년 2월 튀르키예 안타키아. 강진이 휩쓸고 간 건물 잔해 사이로 주홍색 상의를 입은 구조대원이 힘겹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양손에 두 살배기 여자아이를 안은 그가 철근 더미를 넘어 대피 공간에 안착하자 곳곳에서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 급파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였다. 당시 정부는 튀르키예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곧바로 역대 최대인 118명 규모의 해외긴급구호대를 꾸려 군 수송기 편으로 현지에 급파했다.
참혹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8명의 생존자를 구한 이들의 활약에 현지에선 “기적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당시 구호대로 파견됐던 김민종(45)씨는 “모든 대원이 골든타임 안에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며 “첫 번째 생존자를 구조했을 때 긴박했던 순간들이 기쁨과 환희의 골든아워로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튀르키예 지진 구호활동은 한국 정부의 대표적인 해외 인도적 지원 사례로 꼽힌다. 6·25 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수혜국이었던 한국은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설립을 기점으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원조 공여국으로 도약했다.
인도적 지원은 전쟁·지진·홍수·전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해당국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도적 위기 목록과 ‘플래시 어필’(긴급지원 요청)에 따라 지원 방식을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나 민간단체와의 조율을 거친다. 여기에 해당 지역 공관의 요청도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정부는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해 지난달 19일 레바논에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200만 달러(약 29억4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동 피해 부분을 살펴봐달라는 레바논 주재 한국 공관과 평소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 온 UNICEF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한다.

지난 16일 정부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이란에 50만 달러(약 7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데엔 풀뿌리 조직을 갖춘 ICRC가 이란에서 원활한 구호 활동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 제재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란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0만 회분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5년 새 정부의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투자는 주춤하는 추세다. 올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예산은 5조 437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 655억원(16%)이나 줄었다. 이 중에서 인도적 지원 사업은 지난해 약 6298억원에서 올해 약 3132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ODA와 관련해 “납득되지 않는 사업이 많다”며 전면 재점검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선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한 전 정부와 달리 ODA 예산을 선별·축소하겠단 의미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는 2020년 이후 매년 15%씩 ODA 관련 예산이 늘어난 만큼 일정 부분 정비가 필요했다는 입장이지만 학계 등에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위축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외 구호 활동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ODA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구조 조정과 별개로 원조 규모도 늘리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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