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벽화 팔긴 파는데…소유할 수 없는 소유, 메트 오페라 실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총감독 피터 겔브는 지난 1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1966년 개관 이래 링컨센터 로비를 지켜온 마르크 샤갈의 대형 벽화 두 점 ‘음악의 원천’과 ‘음악의 승리’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두 그림의 가격은 소더비 감정가 기준 5500만 달러(약 800억원). 여기에 조건이 붙었다. “구매자가 작품을 현 위치에 그대로 둬야 한다.”
![뉴욕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야경. 분수대 너머 아치형 유리 파사드 안쪽으로 마르크 샤갈의 대형 벽화 2점, '음악의 승리'(The Triumph of Music, 왼쪽)와 '음악의 원천'(The Sources of Music)이 보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캡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8/joongang/20260418060320935ngcc.jpg)
미술품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인 ‘소유와 점유’를 분리하는 실험이다. 18일 현재까지도 벽화 판매와 관련해 추가로 나온 메트 오페라의 공식 성명이나 홈페이지 공지는 없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유할 수 없는 그림을 누가 살 것인가”라며 “메트 오페라가 미술 수집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를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를 소개했다. 뉴욕대 미술법 교수 에이미 애들러는 “이번 거래는 왜 예술품을 소유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메트 오페라가 두 벽화를 내놓은 건 악화된 재정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 지원뿐 아니라 기부금이 줄었고, 관객 수 감소까지 겹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금 2억1760만 달러 중 1억2000만 달러를 이미 소진했고, 3년 연속 적자로 누적 손실은 1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겔브 총감독은 뉴욕타임스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에게 “자금을 지원한다면 화성에서 오페라를 제작하겠다”는 내용의 후원 요청 편지를 보냈을 정도다.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에 따르면 이 벽화는 이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근에는 씨티은행 대출의 담보로 15년 넘게 활용돼 왔다. 씨티은행 대출 만기가 오는 10월로 다가오며 사실상의 매각 데드라인이 됐다. BofA 아트서비스 전 총괄 에번 비어드는 “대출 만기 때 은행이 담보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작지만, 메트 오페라 스스로 ‘샤갈보다 핵심 미션(재정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로비에 설치된 마르크 샤갈의 대형 벽화 '음악의 승리'(The Triumph of Music). 붉은 바탕 위에 천사와 음악가, 새, 신화적 인물들이 역동적으로 뒤엉켜 샤갈 특유의 몽환적 화풍이 돋보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8/joongang/20260418060322254ydwq.jpg)
그렇다면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은 어떨까. 비어드는 “벽화를 구매할 사람은 메트 오페라가 번창하기를 바라는 동시에 이 두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 자체를 좋아해야 할 것”이라며 “집에 걸지도 못하잖나. 결국 링컨센터 중앙홀을 걸어가며 ‘저게 내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의 과시(power move)”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경제전문지 키플링어에 따르면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벽화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때 감정가는 총 2000만 달러였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공개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이 금액은 현재 약 3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최근 감정액(5500만 달러)은 물가 상승률을 앞질렀다. 하지만 만약 2009년 봄에 2000만 달러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투자했다면 7~10배(1억5000만~2억 달러) 정도를 벌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데스티니 패밀리 오피스 설립자 토마스 러기는 “변동될 순 있지만, 마르크 샤갈 작품의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작품을 점유하지 않고도 자산 가치만 따지는 구조는 조각 투자와 닮았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대체불가토큰(NFT)과도 맥을 같이 한다.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기관의 ‘영구 소장’ 작품조차 개인의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키플링어는 “작품을 통째로 파는 대신 지분 형태로 나누면 구매자 풀이 넓어지고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봤다.
아트테크 자문을 맡고 있는 장정옥 NH투자증권 이사는 “아트테크 관점에서는 자산의 불안정성이 있어 기부의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컬렉션 측면에서는 나만이 갖는 무형의 가치에 의미를 둔다면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공간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도 있다.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리스트는 “메트 오페라는 2006년부터 갤러리를 운영하며 단순한 오페라 공연장을 넘어 복합 문화기관으로 자리 잡아 왔다”며 “샤갈 벽화 매각 가능성은 바로 그 정체성을 시험대에 올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의 질문은 이 논란을 압축한다. “뉴욕현대미술관의 ‘별이 빛나는 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도 같은 방식으로 팔릴 수 있을까. 영구 전시가 유지된다면, 왜 안 되겠는가.”
박유미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실했던 60대 돌싱남 죽음…동거녀, 돌연 저주 퍼부은 이유 | 중앙일보
- “29° 꺾어 오른쪽 목 보여줘라” 썸남 유혹 성공하는 女 필승법 | 중앙일보
- 암환자 빈소마다 뒤졌다…‘좀비 마약’에 미친 남경필 아들 행각 | 중앙일보
- “아내, 본인 사촌동생과 불륜” 이혼 변호사도 경악한 최악 사건 | 중앙일보
- “성심당이 또 일냈다”…26년 만에 뒤집힌 ‘대전의 맛’ 무슨 일 | 중앙일보
- “내 아들이 만취? CCTV 뒤졌다” 고 김창민 아버지의 충격 증언 | 중앙일보
- 아동 331명 ‘HIV 무더기 감염’…병원 의료진 충격 장면, 파키스탄 발칵 | 중앙일보
- “김치 한접시, 1만원입니다” 둔촌시장 삼겹살집 충격 메뉴 | 중앙일보
- BJ 집 데려가…유명 걸그룹 멤버 오빠 ‘강제추행 혐의’ 구속 기로 | 중앙일보
- “타이타닉 생존자 구명조끼 첫 경매”…114년 만에 등장, 최대 7억 예상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