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공존론 꺼낸 신현송…한은 빗장 열리나

최은희 2026. 4.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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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서 과거 한은 입장 뒤집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 가상자산 회의론자로 꼽혀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그간 공회전하던 디지털자산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미래 통화 생태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보완·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화폐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발행량에 비례해 국채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해 안정성을 확보한다. 

신 후보자는 질의답변 과정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CBDC와 보완적·경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제 입장”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 자산의 거래 수단 등 긍정적 기능이 있고, 미래 통화 생태계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그간 신 후보자가 밝혀온 입장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 재직 시절부터 스테이블코인의 단일성·탄력성·무결성 등 결함을 강조해온 대표적 비관론자로 분류돼왔다. 특히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표시 가상자산과 자유롭게 교환될 경우, 기존 외환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꾸준히 경고해왔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은 특정 수단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혁신 주체들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데 있다”며 정책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조건부 수용’으로 기조가 이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화정책 수장 후보자의 기류 변화는 국회 입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한국은행·정부·금융당국·국회가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갈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정문 TF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신 후보자의 전향적 입장을 환영한다”며 “이제 논의는 소모적 찬반을 넘어 안전한 설계와 제도화에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은 그동안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규제 수준,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수개월째 표류해왔지만, 오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는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그간 한국은행의 강한 신중론에 가로막혀 ‘검토’ 단계도 넘지 못했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제도권 테이블 위에 본격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판단에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에 사실상 ‘문을 닫아놨다’는 신호가 강했던 한은이 공식 석상에서 공존 가능성을 언급한 건 업계에선 적지 않은 변화”라며 “이제는 허용 여부가 아니라, 어떤 조건과 책임을 전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 안에 들일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중심 구조는 단기적으로 투자자 신뢰와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려면 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여지도 필요하다”며 “규제 원칙을 유지한 채 발행·유통 구조를 얼마나 유연하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다만 핵심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의 지분 구조를 둘러싼 ‘은행 지분 51% 이상’ 규정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을 위해 은행 중심 구조를 선호하는 반면, 민주당 TF는 핀테크 등 비은행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은행이 지분 과반(50%+1주)을 확보한 컨소시엄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은행 지분 51% 룰’을 고수하고 있다. 디페깅(가치 연동 붕괴)이나 대규모 환매 사태에 대비하려면, 건전성 규제·유동성 관리 능력이 검증된 은행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업계와 일부 학계에서는 은행 지분 요건이 과도하면 비은행·테크기업의 참여 여지가 줄어들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또 다른 쟁점은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상한이다. 정부·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15~20%(금융위 허가 시 34%)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가상자산거래소를 사실상 공공 인프라로 보고 소유 분산을 요구하는 취지지만, 업계는 “전례 없는 과도한 규제이자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반발해 왔다. 민주당 TF는 지분 규제 대신 감독당국의 사후 통제와 내부통제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이 산업 활성화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입법 일정도 역시 변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거래소 지분 규제를 둘러싼 여야 이견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심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여기에 신 후보자의 인준 리스크가 더해졌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당일에 이어 17일 전체회의에서도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딸의 이중국적·여권법 위반 의혹과 20억원대 주식 시세차익 논란 등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경위는 오는 20일 보고서 채택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채택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신 후보자의 취임 시점과 향후 디지털자산 정책 정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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