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프랑스에서 만화책 인기가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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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피 키드'나 '숭민이의 일기'처럼 비밀 일기를 소재로 한 어린이책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만화를 '제9의 예술'로 부르며 성인과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작품이 출간된다.
서점 경험은 미래의 독자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기 때문이다.
2026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1년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은 독자의 비율은 38.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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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피 키드’나 ‘숭민이의 일기’처럼 비밀 일기를 소재로 한 어린이책이 있다.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어린이의 내면을 솔직하게 풀어내 인기가 많다. 이런 책은 대개 유머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에밀리 트롱슈의 그래픽노블 ‘사뮈엘의 일기’는 결이 달랐다. 이 장르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이 책이 그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서사,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표정과 행동, 입체적인 장면 연출이 돋보인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제작된 뒤 책으로 출간됐고, 2026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프랑스인의 만화 사랑은 각별하다.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는 국가 지원을 받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만화 행사다. 출판 만화 시장 역시 지난 10여년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서점에 가보면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다. 보르도의 ‘몰라(Mollat)’는 1896년 창업 이래 3대째 이어져 온 프랑스를 대표하는 서점이다. 이곳은 규모가 크지만 조금씩 확장을 거듭한 탓에 내부가 미로처럼 얽혀 있다. 그래서인지 음악, 철학, 문학, 아동도서 등 분야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이곳에서 만화의 인기가 높은데 전체 매출의 20%에 이른다.
프랑스에서는 만화를 ‘제9의 예술’로 부르며 성인과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작품이 출간된다. 그럼에도 출판 만화 매출이 이토록 높은 건 이례적이다. 취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책이 더해진 결과였다. 프랑스 정부는 청소년에게 문화패스(Culture Pass)를 지급한다. 2019년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가정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청소년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청소년이 직접 책, 전시, 공연, 악기 등을 선택하고 구매하여 문화 소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청소년이 지원금으로 가장 많이 구입한 건 무엇일까. 만화책이었다. 일부에서는 컬처패스가 아니라 ‘망가패스’라는 비판도 했다. 그러나 만화를 사기 위해서라도 청소년이 서점을 찾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서점 경험은 미래의 독자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기 때문이다.
2026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1년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은 독자의 비율은 38.5%였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일본 등 역시 비슷한 흐름인데 예외가 있다. 프랑스다. 1년에 한 권 이상 읽은 독자 비율이 84%(2025년 기준)에 이른다. 정부가 독서율 방어를 위해 노력한 결과다. 2026년 세수 부족과 부채 증가를 이유로 문화패스 예산이 삭감되자 프랑스 서점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소년을 서점으로 불러들인 통로가 무너지면 독서 습관 역시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문화패스가 독자를 서점으로 부르고, 수준 높은 만화를 가능케 한 토대가 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저 독서율을 기록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독자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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