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엄마의 마지막, 영국과 일본은 이렇게 달랐다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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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위 리브 인 타임> 스틸 |
|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최근 개봉한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보며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연애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관계의 양상도 많이 달라진 현재, 여전히 사랑을 매개로 가족을 이루고 행복을 꿈꾸는 모습이 인생의 최종 단계처럼 그려진다.
두 영화 속 주인공은 로맨틱한 연인을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직업적인 성공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불운이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안정적인 일상의 불청객 '시한부'는 모두의 미래를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일까. 로맨스 영화의 공식처럼 자리 잡은 설정을 다르게 차용한 영화 <위 리브 인 타임>과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은 여러 가지로 비교된다.
두 영화는 10년 동안의 서사, 연애와 결혼 그리고 엄마를 똑 닮은 딸이 등장한다. 하지만 사랑과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을 다루는 방식은 좀 다르다. 영국과 일본의 정서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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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위 리브 인 타임> 스틸 |
|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상대방을 알아갈 시간이 짧았던 걸까. 각자 품은 지표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거친 말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소원해진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둘은 연인이 된다. 그러는 사이 병마가 찾아온다. 알무트는 난소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권유 받지만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른 방식으로 치료를 감행한다. 이후 병은 완치되고 임신에 성공해 엘라를 출산하고 충만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세 사람은 안정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암이 재발하고 두 번째 치료를 시도했으나 큰 효과가 없다. 알무트는 고민하다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딸에게 '아팠던 엄마'보다 '멋졌던 엄마'로 남길 바라며 요리 대회에 참가해 이름을 남기겠다고 다짐한다.
<위 리브 인 타임>은 10년 동안의 러브 스토리를 비선형적 서사로 녹여냈다. <보이 A>로 처음 만난 존 크리올리 감독과 앤드류 가필드가 재결합해 섬세한 감성을 울린다. 존 크리올리는 <브루클린>을 통해 1950년대 아이리시 여성 이민자의 삶과 사랑을 선보인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플로렌스 퓨와 손잡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영국 여성의 정체성과 꿈, 모성애를 세 시점에 담아 연극적인 형태로 풀었다.
두 사람의 농익은 연기로 뻔한 클리셰를 색다르게 완성했다. 애틋함과 여운이 짙게 깔린다. 특히 알무트의 성 정체성을 바꿀 만큼 강력했던 토비아스의 진심은 사랑 그 이상으로 환원되었다. 주인공은 알무트였지만 알무트의 뚜렷한 존재감을 뒤받쳐 준 토비아스의 헌신은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고 결국 자신마저 구원한다.
사랑은 삶 전체를 바꾸어 놓기도 하는 강력한 도구다. 사랑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암흑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적은 로또 맞는 기적보다 어렵다. 죽음을 통해 삶의 궤적을 뚜렷이 각인하려는 한 인간의 모습은 생의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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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스틸컷 |
| ⓒ (주)NEW |
전작에 이어 특별한 질병을 앓고 있는 인물과 사랑에 빠져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지는 공식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된다. 마치 연애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처럼 큰 난관도 금방 빠져나올 수 있기에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관객을 위한 전형적인 영화다.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소년 하루토(미치에다 슌스케)와 노래로 감정을 전하는 소녀 아야네(누쿠미 메루)가 다름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과정을 그린다. 소년의 지루한 일상에 불쑥 찾아온 천재 소녀의 등장은 서로를 조금씩 변하게 만든다.
둘은 고교 시절에 만나 10년이란 세월 동안 여러 부침을 겪게 되지만 결국 사랑을 확인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둘 사이 예쁜 딸까지 생겨 완벽한 가족이 된 기쁨도 잠시,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아 혼란스러움이 커진다. 엄마가 이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것은 영원히 기억될 노래였고, 아빠와 함께 만든 가사는 딸의 목소리를 타고 세상에 울려 퍼진다.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는 미치에다 슌스케와 누쿠미 메루의 순수함이 절정을 이룬다. 평범한 소년이 기쁨, 슬픔, 질투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남들과 조금 다른 소녀가 장애를 딛고 성공한다. 정점에서 끝까지 존엄성을 지키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배가 된다.
영화는 슬픔에 잠식되기보다 빨리 털고 앞으로 나아가길 권유한다. 이별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받아들인 생각의 전환은 긍정적 여운으로 다가온다. 마치 목적지를 알고 가는 길인 셈. 다 알면서도 눈물이 흐른다면 메마른 감성에 아직 꽃이 필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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