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적 딸 한국 여권 사용’…신현송 청문보고서 채택 또 불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또다시 불발됐다. 국회는 오는 20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후보자 임기가 21일 시작할 예정인 만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청문회 당일이었던 지난 15일에 이은 재논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4년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후보자 개인의 역량보다 가족 관련 의혹이 쟁점이 됐다. 야권은 후보자 장녀의 국적과 여권 사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능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있지만, 불법 문제와 거짓 증언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후보자와 가족이 ‘체리피커(유리한 제도만 골라 이용하는 행태) 국적 쇼핑’을 한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고, 인사청문회를 기망한 만큼 보고서를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후보자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적 석학이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귀국한 점은 국가에 대한 기여 의지를 보여준다”며 “성인 자녀 문제를 후보자 도덕성과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의 핵심은 장녀의 여권 발급과 사용 경위다. 장녀는 1999년 영국 국적 취득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2022년 한국 여권을 재발급받아 2025년 미국 출국 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야권은 여권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후보자가 장녀를 서울 강남 자택에 위장전입시키며 옛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해 내국인으로 신고한 사실도 확인돼 주민등록법 위반 논란까지 더해졌다.
신 후보자는 “행정 절차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배우자와 장남은 국적 상실 신고를 정상적으로 이행한 점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남이 병역과 연계된 시점에 국적 문제를 정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택적 국적 관리’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20일 퇴임을 앞둔 가운데, 신 후보자의 취임 일정도 불확실해졌다. 한국은행법 제33조에는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 동의 대상이 아니어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다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이 이뤄질 경우 정부는 인사 검증 부실 논란을 떠안게 된다. 신 후보자 역시 출발부터 정당성 논란 속에서 통화정책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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