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뭐하는 사람들이냐, 배보다 배꼽이 커”…조직개편 시사한 이곳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비롯해 공공기관과 부처 유관기관 102곳을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연구기관 내 비(非)연구직 비중을 지적하는 등 효율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한 상황에서 조직 개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공공·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의 현원 221명 중 연구직이 80명, 비연구직이 68명, 기타 무기직이 73명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연구직보다 연구 안 하는 인력이,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연구직 68명은 뭐 하는 사람들이냐”며 “연구비 마련을 위한 부수 사업을 한 거냐. 아니면 원래 기관 목적 사업을 하는 거냐”라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통일연구원을 향해서도 “현원 91명 중 실제 연구 종사자는 57명이고, 나머지 34명은 연구를 안 하는 보조 지원 인력 같다”며 “너무 지원 인력이 많다는 생각이 안 드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직원이 32명인 한·아프리카 재단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엔 조현 외교부 장관을 향해 “내 생각엔 한·아시아 재단, 한·남아메리카 재단, 한·아시아 재단도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왜 한·아프리카 재단만 있느냐”며 “그냥 외교부의 한 부서를 만들어서 해도 되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이 “공무원 1인 늘리는 것도 엄청 어려워서 별도 재단을 만들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필요한 업무가 있으면 조직을 늘려야 하는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왜 공무원이 늘어났느냐’ 비난하니까 공무원 안 늘었다고 보여주면서 바깥에 예산을 들여 조직을 만들어서 더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포퓰리즘을 피한다는 명목이 더 큰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 뒤 “그런 비합리적 비판 때문에 조직을 엉뚱하게 만들어서 국가 예산을 엉뚱하게 낭비하지 않게 잘 정리해 달라”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국가 공무원 숫자가 늘어났다고 나를 누군가가 욕할 것”이라며 “제가 욕먹을 테니 그냥 합리적으로 하자”고 했다.
청년 업무와 관련해선 조직 신설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년 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수행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청년 문제”라며 “그런데 청년 문제를 전담하는 연구 조직이 수없이 많은 연구 조직 중에 없다는 건 조금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연구기관을 하나 더 하든지, 정부 정책 부서를 내부에 만들든지 고민을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 내에 사실 청년 정책만 다루는 부서가 없다. 굳이 따지면 총리실에 청년실이 하나 있는데, 아직 취약하다”며 “이것(청년 정책)만 하는 단위가 없고 다(多)부처적 성격인데, 이제는 한군데서 모아 하는 무언가를 고민을 좀 해봐야 될 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선 “공직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이 바뀐다”며 “사람들의 생사, 혹은 더 나은 삶을 살지 나쁜 삶을 살지, 희망 있는 사회가 될지 절망적 사회가 될지가 공직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가 자주 말씀을 드리지만, 공직자 본연의 역할은 국민이 맡긴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예산이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오찬을 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뒤 낙천하자 탈당하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 있는 홍 전 시장을 만난 것 자체가 국민 통합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홍 전 시장은 오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직 대통령 예우 복원과 대구·경북(TK) 신공항 국가 지원을 요청했다. 홍 전 시장은 오찬 이후 페이스북에 “제가 TK 신공항 국가지원 요청을 한 것은 국토균형 발전 차원에서 한 것이고, MB 전직 대통령 예우 복원을 요청한 것은 99년 워싱턴 낭인시절 같이 겪었던 정리와 의리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 홍 전 시장이 탈당 뒤 미국으로 떠나자 페이스북에 “미국 잘 다녀오십시오.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라고 적었었다. 그 약속에 따라 17일 오찬에는 막걸리가 마련됐지만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어 막걸리를 마시진 않았다고 한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오찬 직전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30대는 정의를 향한 열정으로 살았고, 40·50·60대는 당파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다”며 “이제 70대 황혼기에 들어섰다. 붉게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처럼, 내 마지막 인생은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에 홍 전 시장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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